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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가 중심 중앙통제형 미래 노인장기요양제도

정부, “규모의 경제 실현 한계” 개선 vs 기관단체, “이게 장기요양 기본이냐” 반발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2.14 10:41:12 | 수정 : 2018.02.14 11:49:17

2018년부터 향후 5년간 장기요양제도를 바꿔나가겠다는 정부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존엄한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지역사회 돌봄 구현’이라는 방향 아래 공공성과 지역·가족 중심으로 노인 돌봄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민간요양기관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실의 문제는 외면한 채 기본도 지키지 못한 현실성 없는 계획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계획 수립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전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정보협회 4개 단체는 13일 광화문광장에서 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의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집회를 벌였다. 사진=한국노인복지중앙회 제공>


◇ 공공 일자리 확보가 핵심? 현실성 없는 2차 장기요양제도

한국노인복지중앙회를 비롯해 전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정보협회는 13일 광화문광장에서 장기요양 기본계획 수정을 촉구하는 집회에 이어 1인 시위를 국회 앞에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기요양 관련협회들은 장기요양 2차 기본계획을 “노인복지와 인권을 포기한 계획”이라며 “종사자 처우도 요양서비스 질도 고려하지 않고 의료와의 불평등과 제도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지적하는 장기요양 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수급과 처우문제다. 장기요양분야는 낮은 인건비로 높은 이직률과 서비스질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고, 젊은 인력의 유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타 사회복지영역 인건비가이드라인 대비 70~80% 수준인 인건비와 유급병가휴가가 연간 60~180일이 보장되는 공무원과 요양보호사의 처우는 차별 수준이다. 최저임금과 물가는 해마다 증가하는데 장기요양급여비용은 3~5년 주기로 이뤄져 현실적인 임금반영도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사회복지사 1인당 40명 이하를 돌봐야하는 일본의 2.5배에 달하는 100명이 넘어야 1명의 추가인력을 인정받고 있고, 요양병원과 시설 간 역할 및 기능도 제대로 구현되지 못해 대상자가 혼재돼 적정 서비스를 담보하기도 힘들다. 

노인학대사건이 발생해 기관장이 신고하면 해당 시설이 업무정지를 받고 파산하거나, 최하위 기관평가등급을 받는다. 2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기관평가에서 2회 연속 최하위등급을 받을 경우 지정갱신이 이뤄지지 않아 기관 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협회 등이 요구한 인력수급과 처우개선에 대한 답은 ▶케어매니지먼트 도입 ▶공공시설 및 기관 확충 ▶장기요양기관 관리체계 개선 ▶요양지도사 자격 도입 ▶회계 투명성 강화가 전부다.

문제는 일련의 계획을 종합해보면 재정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공공시설과 수익조차 남기기 힘든 회계구조를 가지게 된 민간시설 간의 경쟁은 심화되고, 정부의 민간시설 통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협회 관계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가칭 사회서비스원의 일자리와 관리직만 늘리려는 꼴”이라며 “정작 현장의 어려움은 외면한 계획”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요양지도사를 만들어 젊은 인력의 유입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발상에 말도 안 나온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 ‘노인’ 위한 계획에 정작 ‘노인’은 없다?

보건복지부는 인력 및 처우개선 외에도 장기요양 보장성 확대 및 지속적인 정책결정과 전문성 확보, 재가-시설-병원의 체계 확립 및 적정서비스 제공여건 형성 등 총 4개 분야, 14개 과제를 2차 기본계획에 담아 노인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본인부담 경감혜택을 기존 중위소득 50% 이하에서 100% 이하로 확대해 중산층 이하 계층의 노인봉양에 따른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요양보험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식재료비와 기저귀와 같은 비급여 복지용구에 대한 중장기적 부담완화도 추진된다.

방문요양·간호·목욕·주야간보호서비스를 하나의 기관에 통합한 ‘통합재가급여’를 도입하고 전문상담원이 수급자 가정을 방문해 상담과 돌봄교육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강화해 가정 내 돌봄의 부담을 낮추고 재가중심 서비스를 정착시켜나갈 예정이다.

건보공단 소속 케어매니저가 조기시설입소 방지 및 지역사회거주 지원을 방향으로 적정서비스 이용을 안내하고, 가족요양비와 가족인요양보호사 제도를 개선해 가족돌봄체계를 공고히 할 계획도 세웠다.

여기에 지역별 적정 기관 및 인력수급계획을 지속적으로 수립하고, 지역 내 수급여건을 고려해 시설 및 기관의 분포를 조절하고, 기반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칭)사회서비스원 소속 공립시설을 설립하기로 했다. 현재 계획된 신규 공립 요양시설은 160개소, 주야간보호시설은 184개소다.

반면 지정기준갱신제도를 도입해 기존 장기요양기관 및 시설의 지정요건 준수여부를 확인하고, 기관평가, 부당수급, 재무회계기준 및 시설·인력기준 이행 등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더 나아가 17개 시·도별 1개소 이상의 ‘장기요양요원 지원센터’를 설치해 장기요양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의 고충상담과 역량강화, 건강관리, 취업연게 등을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 설치를 독려하고, 인력의 처우 등을 지도·감시할 계획이다.

수가체계 개선 및 가감산제도 정비, 직권 재조사 및 등급 재판정 제도 도입, 인건비 지급비율 준수여부 실태조사 및 부정사례 모니터링 강화, 재정운영위원회를 통한 지속적인 정책결정의 전문성 확보 등도 함께 이뤄나간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권덕철 차관은 “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이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돼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의 어르신과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은광석 회장이 13일 국회 앞에서 2차 장기요양기본계획 전면 수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사진=한국노인복지중앙회 제공>

문제는 일련의 변화가 실제 노인들을 위한 개선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장 노인을 위한 정책계획임에도 정작 노인들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은 많지 않다고 기관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한 시설 관계자는 “1차 종합계획 수립 당시 기반을 구축하고 서비스 질을 확보할 차례”라며 “양질의 서비스를 받아야 할 노인들에 대한 지원은 없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또 다시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고 반감을 표현했다.

이어 “제도 도입 초 재정부담을 낮추려고 민간시설 설립을 권했고, 많은 수의 시설들이 곳곳에 자리하게 됐다”면서 “기존의 민간시설이 보다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요양체계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협회 관계자도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 재가서비스나 요양시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 같다”며 “요양서비스는 결국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새로운 서비스와 관리자를 만들기에 앞서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늘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은광석 회장도 “정부가 장기요양기본계획을 수립해 국가차원에서 노인복지를 챙기겠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충분한 소통과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포용적 복지 이념과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한편, 유관 기관 및 협회들은 정부의 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국회 앞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며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에 고령인구가 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장기요양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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