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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안종범 수첩, 재판부마다 ‘오락가락’…누굴 믿어야 하나

안종범 수첩, 재판부마다 ‘오락가락’…누굴 믿어야 하나

정진용 기자입력 : 2018.02.14 10:41:48 | 수정 : 2018.02.14 10:44:00

'비선실세' 최순실씨 1심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과 180도 달라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13일 최씨의 유죄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63권에 달하는 수첩을 간접증거로 인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수첩 내용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대기업에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또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을 위해 코어스포츠에 36억원을 지불하고 말 구입비 등으로 36억원을 추가 지원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죠.

이 재판부는 앞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 후원을 강요한 혐의로 최씨 조카 장시호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할 때에도 수첩을 간접·정황증거로 활용했었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은 국정농단 사건의 '스모킹 건'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에 재직하는 20개월 동안 박 전 대통령의 전달사항을 '꼼꼼히' 메모해뒀습니다. 특히 각종 지시 사항이 날짜별로 적혀 있어 특검은 수첩을 '사초'(史草)에 비유할 정도였습니다. 여기에는 대기업 총수와 독대한 내용뿐 아니라 최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운영, 대기업에 대한 출연 강요 등을 뒷받침하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 구체적 이행 과정 등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이 부회장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는 수첩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지난 5일 선고공판에서 "안 전 수석이 전해 들은 내용을 적어놓은 것뿐이어서 간접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은 것입니다. 1심 재판부는 "수첩은 대통령이 안종범에게 지시한 내용,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대화 내용 등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능력과 가치를 지닌다"고 봤기 때문이죠.

이뿐인가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삼성물산 합병 외압 사건, 이화여대 학사 비리 사건 등에서도 모두 재판부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안 전 수석 본인도 대통령 지시 사항을 그대로 받았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핵심 정황증거를 너무 쉽게 무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SNS를 통해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재판부는 수첩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정했다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재판에서는 정황 증거라고 판단했다"면서 "앞으로 대법원에서 재판부마다 다르게 판단하고 있는 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해 최종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걱정이 하나 있다. 권순일 대법관의 이름이 수첩에서 등장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이재현 CJ 회장 재판과 관련, 청와대가 대법원 측에 사건청탁을 한 정황이 담긴 수첩 메모를 공개했었습니다. 안 전 수석이 지난 2016년 2~3월경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권 대법관에 message(메시지)’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또 같은 해 1~2월쯤에도 'CJ 이재현 회장 권순일 대법관 파기환송 재상고‘라고 작성된 메모가 적혀있었죠. 실제로 지난 2016년 3월 대법원은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받아들여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3월21일에서 4개월 뒤인 7월21일까지 연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물론 권 대법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면서도 "과연 현직 대법관의 이름이 등장하는 수첩의 증거능력을 대법원이 인정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음을 던졌습니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재판부마다 판단이 '이랬다저랬다'하는 모양새는 결코 좋지 않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죠.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앞으로 남은 국정농단 판결에서 '길잡이'가 될 겁니다. 과연 대법원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박 의원의 우려가 '기우'로만 남길 바랍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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