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부실한 환자안전④] 병원들 자구노력에 정부는?

상호감시·투명한 공개 시작한 의료계와 종합계획 마련한다는 정부

기사승인 2018-02-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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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민들은 몇 달 새 ‘환자안전’이 모래성 위에 쌓여있음을 목격했다. 이국종 교수의 귀순병사 치료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인해 중증외상센터, 신생아중환자실의 문제가 드러났다. 뒤이어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 사고에서도 중환자실 환자 결박 문제가 수면 위에 올랐다. 연이어 벌어진 환자안전사고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3번째 이야기인 <보이지 않는 적과의 사투, 그 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물론 전문가들은 연일 신문지면을 채우는 환자안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와 정부 등 우리 모두의 무관심과 무지, 실수라고 꼬집었다. 

무의식적으로 혹은 몰라서, 때론 너무 피곤하거나 바빠서 저지른 일이 환자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 등을 통해 의료기관으로부터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낙상이나 뒤를 이은 약물오류, 검사 사고다.

그리고 이들 사고의 이유 중 대부분은 잠시 안전대 올리는 것을 잊었거나, 한 눈을 팔았거나, 깜빡 졸았거나, 순간 좌우를 혼돈 하는 것과 같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수도, 혹은 ‘사소하다’고 평할 수도 있을 정도의 단순한 착오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본에 충실한 의료서비스’를 강조하며 실수를 줄이고 환자안전사고에 대해 인식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아울러 그 기본이 되는 환자안전사고 관련 정보의 시발점인 의료기관의 보고가 정확히 그리고 세세하게 이뤄져야하며, 투명하게 공개·공유돼 예방을 위한 단초이자 지식으로 활용돼야한다고 말한다.

적어도 환자안전을 직접 관리하고 대처하는 동일병원 내 근로자들만이라도 사고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사고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경각심을 갖고 대처방안을 고민해 나누는 문화가 만들어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실제 일련의 변화를 도입한 수도권내 한 병원을 찾았다.


◇ “다 보고하라” 시스템적 사고 도입한 S병원

서울에 위치한 한 대형병원은 의료분쟁으로 인한 보상비용 등 경영적 손실과 대외적 인지도 및 위상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에 주목했다. 평소 안전사고에 대한 교육을 하고, 관련 서식지를 개발했다. 보직자들이 직접 병원을 순회하는 환자안전 라운딩도 도입했다.

위급상황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보일 경우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연락체계를 갖추고, 주치의 등이 대처에 나서기 전 응급조치와 생명유지를 위한 전담의사와 CPR이 가능한 간호사들로 구성된 조기대응팀도 운용했다.

사고 수습조치가 완료됐거나 상황이 종료되면 표준화된 서식지 등을 바탕으로 각종 질 지표 및 안전사고 모니터링 결과를 담당과장 등에게 전달해 공유하도록 했고, 임상과장회의 등에서 사망환자에 대한 검토와 대응과정 및 진료체계에 대한 점검 등도 진행했다.

서식에는 환자의 상태, 수술명, 집도의, 수술목적, 수술방법 및 성공가능성, 회복과정과 주의사항, 수술 후 통증관리, 장점과 하지 않았을 경우의 문제점, 수술 등에 대한 자문 및 자료검토 여부, 다른 치료방법을 결정했다면 예상되는 결과와 같은 내용들이 포함됐다.

내부 직원들의 환자안전문화 향상을 위해 평소의 팀워크, 안전에 대한 인식, 직무만족도, 스트레스 인지도, 관리직 안전에 대한 직원인식, 근무환경 등에 대한 설문도 진행해 공유했다. 심지어 의료진은 물론 내부 직원들과의 크고 작은 회담에서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도 가졌다.

그 결과, 1달에 130명가량 사망환자가 발생했던 상황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와 관련 병원 관계자는 “지켜보는 눈이 있어 사망환자가 줄어든 것일지도 모른다”면서 “체계 도입 초반에는 진료과별로 멱살 잡고 싸움도 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다 보고하고, 보고를 바탕으로 진료체계부터 대응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직원들을 다시 교육시킴으로써 문제들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며 분쟁도 줄어들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도 “사회가 변했다. 과거 교수들에게 보내는 존경과 권위에 의한 수긍은 줄었다. 문제가 생기면 규정이나 개선결과, 대안을 가져오라고 요구한다”면서 “(병원의 노력처럼) 달라진 사회분위기에 맞춰 의료계도, 정부도 달라져야한다”고 강조했다.


◇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 3월 중순 공개 사회·의료계 요구 부응할까

S병원의 경우는 아직 보편적이지 않은 한 의료기관의 사례일 뿐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옆 진료과에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어떤 개선이 이뤄졌는지 소문 등으로만 접할 뿐 제대로 알지 못한다.

환자안전법 상 명시된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보고조차 요건을 맞춰 보고가 이뤄지지 않거나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으로 정해진 환자안전보고 전담인력을 갖춰야하는 병원규모도 200병상 이상으로 의원급이나 중소병원에서는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환자들의 안전은 계속 위협받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베일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환자안전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6년 가수 신해철의 사망사건과 C형간염 집단감염사태 이후  의료인 면허 신고·관리 제도를 강화했다.

같은 해 7월에는 환자안전법이 시행돼 보고학습시스템이 운영되기 시작했고, 국가차원에서 환자안전기준과 지표, 국가환자안전위원회를 만들어 시설 및 장비, 관리체계 및 보건의료인 준수사항 등을 명시하고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더 나아가 보건복지부는 2018년 1월 23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회의에서 각종 질병과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삶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나가겠다는 의지표명하며 5대 국민건강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국민안심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세부계획에는 ‘국가 환자안전관리 강화’에 관한 계획도 포함, 국가차원의 환자안전 인프라 구축 및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위한 1차 환자안전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담당공무원은 “(1차 환자안전종합계획에 대해) 내부적으로 위원회 검토를 거쳤다. 현재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관련 대책을 추가해 보완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며 “당초 2월 중 정리하려 했으나 밀양화재사건이 터져 대응하느라 조금 늦어졌다. 3월 중순에는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료관련감염 종합대책이 별도로 마련되고 있어 감염을 포함 의료기관 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환자안전관리체계나 법령의 미비점, 안전사고 기준과 관련 수가, 전담인력 및 위원회 설치·운용 등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의료기관의 자율보고에 의존하고 있는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정보도 사망 등 ‘적신호사건’으로 불리는 중대사건이 발생할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의무 위반이나 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처벌관련 규정 신설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알렸다. 이 관계자는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체계는 보다 많은 보고를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관련 정보를 통해 안전경보를 내려 전국단위의 주의조치가 이뤄지고, 병원내 인식이나 문화가 개선될 수 있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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