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부터 비트코인까지… 중독원리 이해하면 예방할 수 있다”

[인터뷰] 신성만 한동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기사승인 2018-02-2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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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부터 비트코인까지… 중독원리 이해하면 예방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도박성이 짙다보니 취약층에 가까운 젊은 세대들이 쉽게 빠졌습니다. 돈의 급락이 커 절제가 제대로 안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 같아요. 확실하지 않은 것을 얻기 위해 확실한 것을 거는 것이 도박이지요. 최근 더 치닫고 있는 물질만능주의, 쾌락주의, 개인주의, 환원주의 등이 중독의 매커니즘과 직접적 연관이 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한동대학교 상담심리학과에서 상담심리를 가르치고 있는 신성만 교수는 중독심리학회, 중독상담학회 학회장을 겸하고 있는 중독 전문가다. 특히 행동 중독, 즉 행동과 관련된 다양한 중독들이 나타나는 분야에 대해서는 집중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연구는 ‘음식 중독’이었다. 예전에는 먹고 토하는 행동을 강박 행동으로 봤는데, 지금은 초콜릿이나 빵 같은 특정 음식에 대해서도 중독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가 이끄는 한동대의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K-MOOC(Korean Massive Open Online Course) ‘중독의 심리학’은 이 같은 행동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행동 중독의 이해를 바탕으로 중독 전반에 대한 문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치료 및 재활적 접근을 통해 중독이 일으키는 일련의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약물부터 시작해서 행동 관련 중독으로 확장되는데, 요즘은 그 종류가 너무 많아졌어요. K-MOOC를 제작할 당시에는 비트코인이나 웹툰 등에 대한 내용이 없었는데, 현재는 그런 것들도 중독으로 분류해 포함시켰지요. 중독을 이해하고 예방하며,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을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구체적 방법 등을 강좌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중독의 심리학’ 강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문은 다름 아닌 ‘주변 사람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실제 가족이나 지인에게 나타난 중독 증세를 목격하고 신청한 학습자들이 적지 않다. 과거에 비해 현대사회는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매우 다양하게 퍼져있다. 신 교수는 “중독은 전자기기와 이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소외로 이어지기 쉽다는 측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인터넷 도박이나 게임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꽂으면 많은 사람들 속에 있더라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이는 현대사회의 ‘혼밥’과 ‘혼술’로 대표되는 개인주의적 문화와 결합돼 더 다양하고 심각한 중독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비트코인이 문제가 됐던 원인은 급격한 인기와 관심으로 인해 투기적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으로써의 특징을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행동 중독은 △특정 활동이 사고·감정을 지배하는 ‘현저성’ △특정 행동이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기분 변화’ △이전에 얻은 보상을 다시 취하기 위해 특정 행동의 강도를 높이는 ‘내성’ △특정 행동을 못할 때 생기는 불쾌한 영향인 ‘금단 증상’ △특정 행동에 치중해 발생하는 ‘갈등’ △조절 가능했던 기간에서 이전의 문제 있던 과도한 행동 양식으로 반복해 돌아가는 ‘재발’ 등 6가지 구성요소가 있는데요. 비트코인은 이 6가지에 대부분 부합해요. 중독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견이 없어요. 도박 중독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독은 2가지 위험 요인을 갖는다. 심리적(Access ability), 물리적(Aproach ability) 접근성이 그것이다. 카지노나 도박장은 물리적 거리가 놓여있지만, 비트코인은 스마트폰을 통해 24시간 분리되지 않는 다리로 연결됐다. 신 교수는 바로 이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중독의 원인은 좋았던 경험에 대한 이미지에서 기인한다고 부연했다.

‘중독의 심리학’은 중독과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동기 균형’(Motiational Balacning Theory)을 꼽는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기조절을 경험하려는 욕구인 ‘자율감’ △타인과 정서적 애착 및 결속을 형성하고자 하는 욕구인 ‘소속감’ △효율적이고 성공하고자 하는 욕구인 ‘유능감’이 모두 충족됐을 때 긍정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부정적 목표를 피하는 쪽으로 동기가 활성화된다.

“이는 인간의 목표 지향적 행동을 이끌어내고, 소속된 유기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자율감과 소속감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유능감이 비롯되고, 유능감은 목표감을 확장시키지요. 이는 다시 자율감의 확장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와 같이 인간이 균형 있게 성장하도록 하며, 인간은 그 결과 안녕감과 행복을 경험할 수 있어요.”

강좌가 10주차부터 소개하는 ‘동기 강화 상담’의 경우 관계형성을 바탕으로 한 균형 있는 대화를 강조한다. 자율감, 소속감, 유능감을 동반한 균형이 깨지면, 한쪽으로 치우치고 이후 강박적·충동적 양상이 심화된 결과가 중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감적 분위기 속에서 개인이 가진 변화 이유를 이끌어내고 탐색함으로써 특정 목표에 대한 동기와 결심을 강화하도록 고안된 동기 강화 상담은 관계 형성하기, 초점 맞추기, 유발하기, 계획하기 등의 단계로 이뤄진다. 신 교수는 “중독자의 행동을 두고 무조건 하지 말라며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반작용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것이 더 도움이 될지 지켜보고 그에 맞는 대화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화에서부터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도와야 해요. 예를 들어 비트코인에 빠져있다고 해서 그러지 말라고 다그치는 건 틀린 시작인 거지요. 자신이 하고 싶은 욕구에 비트코인을 끼워 넣은 것인데, 그걸 못하게 하면 적이 될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형성인데요. 엄마로부터 나왔을 때 심리적으로 느끼는 것이 소속감이거든요. 관계형성이 된 다음에 자유로워지고 싶어합니다. 자율감 없는 소속감은 존재하지 않아요. 소속감 100점인 곳이 교도소인데, 그걸 소속감으로 느끼지는 않지요.”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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