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김영철 방남 두고 충돌…“천안함 폭침 주범” vs “자가당착 정치공세”

기사승인 2018-02-23 11: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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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참석하기로 한 것과 관련, 여·야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 야당은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한국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70여명은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의 방한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낭독했다. 한국당은 이날 결의문에서 “대한민국 적화통일에 앞장서 온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도발 등 천인공노할 만행을 주도한 원흉이고, 대한민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제재대상이기도 한 인류평화의 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있다.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의 방한을 두고 생각난 말이다”라며 “김여정 방한에 이어 김영철 방한은 평양올림픽의 마지막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북한 김정은의 남남갈등, 한미 이간책동에 부화뇌동하는 친북 주사파 정권의 최종목표는 결국 연방제 통일인가”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도 김 부위원장의 방남 불가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김영철 방한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정부는 김영철 방한 허용 방침을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유 공동대표는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며 “이는 대한민국과 우리 군, 국민을 능명하고 모욕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국민은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김영철이 북한 대표로 오면 평화올림픽 의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고 오히려 갈등과 혼란의 올림픽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북한에 김영철 파견을 재고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김영철 방남 두고 충돌…“천안함 폭침 주범” vs “자가당착 정치공세”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시절 김 부위원장이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 수석대표로 참여했던 점을 꼬집었다. 한국당의 전신은 새누리당은 당시 “대화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상황은 매우 바람직하다”며 “대화조차 하지 않으면 갈등의 골은 계속해서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평을 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은 자기 나라 잔치에 재를 뿌리는 행동을 즉각 그만둬야 한다”며 정쟁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자신들이 높게 평가했던 김영철과, 지금 거품 물고 막는 김영철이 어떤 차이가 있냐”고 꼬집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전날인 22일 논평에서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행사에 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방문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북한은 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통보했다. 정부 또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방남 수용 의사를 밝혔다. 다만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도발의 주범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을 안다”면서 “천안함 도발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0년 국회에서 구체적인 사람의 책임소재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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