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혈액의 흐름을 잡아라

기사승인 2018-02-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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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나침반] 혈액의 흐름을 잡아라글·OK내과의원 이수진 원장

[쿠키 건강칼럼] 2년 전 한 예능방송에 출연한 발레리나 윤혜진씨는 심장판막증 투병 사실을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선천적으로 심장에 판막증이 있어 운동의 일환으로 발레를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심장판막증은 혈액을 한쪽 방향으로 흐르게 해주는 판막이 망가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런 판막 질환은 앞의 사례처럼 선천성인 경우, 과거 감기 등의 질병 때문에 생기는 류마티스성인 경우, 퇴행성인 경우로 나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이 중 퇴행성 심장판막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1만 9316명에서 2015년 2만5151명으로 30.2% 증가했다.

이처럼 심장판막증은 심혈관 질환의 비중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인지도는 낮지만 고령화 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발병율이 높아지고 있다. 혈액의 흐름을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만큼 이제는 그 위험성에 주목해야 한다.

◇혈액의 흐름을 좌우하는 심장판막, 퇴행성변화로 고장

심장은 하나지만 그 내부는 2개의 심방과 2개의 심실로 이루어져있다. 심장 판막은 심장의 양측 심방과심실의 출구 사이에 붙어있는 얇고 단단한 조직이다. 심장에서 내보내는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심방에서 심실로, 심실에서 대동맥 혹은 폐동맥으로 흐를 수 있도록 돕는다. 즉 혈액이 지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고 혈액이 다 지나가면 문을 닫아 통로를 제어한다. 일종의 미닫이 문과 같은 개념으로 승모판막, 삼천판막, 대동맥판막, 폐동맥판막이 있다.

한 때 심장판막증은 류마티스성열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류마티스성 열은 연쇄상구균의 감염 후에 생기는 염증성질환인데 대부분 목감기를 앓고 난 후 발병한다. 심장, 관절, 중추신경계 등에 영향을 주는 류마티스성 열은 소아의 후천성 심장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고령화 사회로 변화 되면서 류마티스성 열보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로 판막질환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퇴행성 변화로 판막이 두꺼워지면 열리고 닫히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심장판막 협착증, 심장판막 폐쇄 부전증과 같은 심장판막증이 나타난다. 심장판막 협착증은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를 말하고, 반대로 심장판막 폐쇄 부전증은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이다.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검사 받았다면 관찰만으로도 예방 가능

심장판막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초기에는 운동과 같은 움직임이 있을 때 숨이 가쁘지만 병이 진행되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찬 증상이 느껴진다. 앉아있을 때보다 누웠을 때 더 숨이 차기 때문에 제대로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다. 늘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이유이다.

이 외에도 가래를 뱉었을 때 피가 섞여 나오거나 가슴통증, 심장의 두근거림,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심장판막증을 의심해야 한다.

심장판막증은 청진 시 심장에서 잡음이 느껴지면 X-ray 검사를 통해 심장이 비대해졌는지, 폐에 물이 차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한다. 이후 심전도 검사로 부정맥이나 심방 확장의 증상을 파악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자 한다면 초음파의 원리를 이용해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평가하는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경미한 심장판막증의 경우 정기적으로 관찰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이는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예방을 해왔던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일정한 기간마다 주치의에게 상담과심장 초음파검사 등을 받아야 심부전과 같은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는다.

◇초기증상 놓쳤다면 약물치료, 판막성형술, 판막치환술 등으로 치료해야

만약 환자가 뚜렷한 증상을 호소하고 내과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이 되면 이뇨제,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그러나 약물치료의 효과가 별로 없고 신체활동이 불가할 만큼 상태가 심각하다면 수술을 고려 해야 한다.

심장판막증 수술에는 판막성형술과 판막치환술이 있다. 판막성형술은 심장판막 협착증이냐 심장판막 폐쇄 부전증이냐에 따라 조금 다른데 전자의 경우 협착이 생긴 부위를 절개하여 판막이 제대로 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늘어난 판막의 모양을 교정해주게 된다.

판막을 전부 떼어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술 후 재발할 가능성이 있고 판막성형술을 적용할 수 있는 사례도 적은 편이다.

판막치환술은 손상된 판막을 완전히 제거하여 그 위치에 새로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인공판막을 대동맥 판막륜에 봉합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무봉합대동백인공판막치환술(SAVP)’은 그 과정을 생략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관(카데터)을 삽입하는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은 가슴을 열지 않고 인공판막을 부착할 수 있어 고위험군 환자들도 비교적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 

최근 SAVP, TAVI 등의 수술이 발전하면서 심장판막증 치료에 대한 선택폭 또한 넓어졌다. 판막이 고장 나면 심장이 무리하게 수축하여 판막질환은 물론 심부전증, 부정맥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치의의 진단에 따라 적절한 수술시기와 방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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