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초대석] 권경업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자연에게 주권 돌려줘야… 직원 처우개선은 최우선 과제”

기사승인 2018-03-01 11: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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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찾아 자신을 자연 최우선주의자라 칭하는 권경업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던 1967년부터 산()과 인연을 맺었다. 권 이사장은 반세기가 넘도록 우리나라 전 국립공원을 다니던 이용자 입장에서 지내다 지난해 11월 이사장을 맡으면서부터 관리자 입장으로 바뀌었다.

권 이사장은 물론 입장은 바뀌었지만 산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다그동안 전 국립공원을 다니면서 지녔던 바람과 생각들을 정책에 접목해 자연의 주권을 지켜주는 게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시간 남짓 인터뷰 동안 자연 최우선주의라는 수식어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개발보다는 보존에 훨씬 더 큰 가중치를 두는 이유는 한 번 훼손된 자연을 100% 그대로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국립공원 그 자체가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은 결국 자연을 통해 위안을 받고 평안을 찾기 마련이다. 보존의 가치를 우선함으로써 자연의 주권을 지켜줘야 한다.”

 

-취임 후 3개월을 보냈는데 소감은.

50년 이상 국립공원을 이용했던 국민으로서 이런 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막상 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새로운 관점에서 국립공원을 바라보니 편리성만 따져서 함부로 손을 대다가는 큰 우를 범할 수 있겠다는 걸 깨달았다. 1987년 공단이 설립된 이후 지난 30년간 우리 공단이 축적한 노하우는 엄청나다. 박사급 연구인력만 50여명에 달하고, 그 고급인력이 연구·관리하는 수준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동안 축적된 공단의 노하우를 기반해 전국 22개 국립공원을 잘 가꾸면서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업무 특성상 직원들의 노고가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공단 직원수가 비정규직을 포함해 약 2700여명, 3000명이 채 안된다. 1년에 산을 오르는 국민을 통계로 따져보니 1800여만명이라고 하는데, 직원 1명이 연간 6000여명의 방문객을 맞고 있는 셈이다. 물론 단순한 수치로만 따져본 것이지만 실제로 공단 직원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걸 취임 후 절실히 느꼈다.

 

-구체적으로 어떤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올해 11일자로 756명의 비정규직(자연환경해설사 380, 재난구조대 101, 청소용역 247, 기타 기간제 28명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조직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직급체계와 연봉체계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민들에게 보다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예산과 인력이 확보돼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취임 후 환경부, 기획재정부, 국회를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웃음).

 

 

-직원들과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이사장 급여 일부를 내놓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는데.

당장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니 마음으로라도 고통을 분담하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에서다. 매월 급여 중 100만원을 처우개선이 시급한 비정규직 직원들을 위해 내놨다. 관용차량도 사용하지 않는다. 기관장이 먼저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싶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1500, 2000m 고지에서 영하 20도의 혹한을 이기며 고생하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이다.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자연을 보존하겠다는 일념으로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는 공단 직원들의 처우개선에 정부와 국회가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자연에게 주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말은 어떤 뜻인가.

국립공원은 말 그대로 공공의 정원이다. 국립공원의 출발은 1865년 미국 옐로우스톤국립공원이다. 인간의 탐욕이 자연을 집어삼키기 전에 보호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느낀 것이다. 국립공원은 자연에게 주권을 다시 돌려주는 최소한의 공간이다. 과거 인간이 자연에게 무한희생을 강요해 고도의 물질문명을 발전시켰다면 이제는 자연에게 그 주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면적은 전체의 6.5%에 그친다. 그 작은 면적조차 개발하자는 목소리가 있는데, 그건 자연에게 너무 큰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에게 주권을 돌려주는 양보의 자세가 필요하다.

  [기관장 초대석] 권경업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자연에게 주권 돌려줘야… 직원 처우개선은 최우선 과제”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국립공원을 가꾸고 보존하는 역할이 공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언론과 학계, NGO 등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 공단에 축적된 노하우와 역량에 전 국민의 관심이 하나가 될 때 우리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양병하 기자 md594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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