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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편의점 쌍화탕은 괜찮고 한약 쌍화탕은 위험한가

편의점 쌍화탕은 괜찮고 한약 쌍화탕은 위험한가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3.02 01:00:00 | 수정 : 2018.03.02 00:32:27

쌍화탕은 사물탕과 활기건중탕을 합쳐 만든 한약으로, 기(氣)와 혈(血)을 쌍(雙)으로 조화(調和)롭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이름 지어진 한방 피로회복제 즉, 보약이다. 동의보감에는 음양이 모두 허(虛, 부족)할 때 쓴다고 기록돼있다.

이 같은 효능 때문인지 쌍화탕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감기약을 먹을 때면 쌍화탕도 같이 마셔야하는 묶음처럼 인식될 정도다. 이러한 인기는 1975년 쌍화탕을 대량으로 제조해 약국과 편의점 등에 판매하고 있는 광동제약의 덕이기도 하다.

광동제약에 따르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광동원탕만으로도 2014년 기준 월 100만병 이상 팔렸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쌍화탕을 희석한 액상음료인 쌍화골드 등도 꿀물과 함께 단일품목으로는 높은 편의점 판매수익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에도 쌍화탕을 한의원에서 지어먹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의사들의 말을 빌면 ‘맛만 낸 수준’으로 효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음료수나 일반의약품은 선호도가 높은데 정작 효과나 효능이 더 좋은 진짜 한약은 괄시하는 풍조다. 왜 이런 인식이 자리 잡혔을까.

쌍화탕을 자주 마신다는 한 남성(36)에게 물었더니 대답은 “굳이 한의원에 가서 먹을 필요까진 없어서”였다. 가격도 시간도 부담스러운데다 한의원에서 다려먹는 한약(첩약)은 왠지 불안하고 거창하다는 말도 남겼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한약(첩약)의 문제를 거론하며 위화감을 조성하는 점도 한 몫 하는 듯하다. 최근 의사협회는 연일 한의학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한약에 대한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성분이나 약제의 원산지 표시 등도 이뤄지지 않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리고 실제 한약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든다. 소아탈모, 간 손상 등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는 한약에 의한 부작용을 봐도 과학적 검증과 효능·효과, 부작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 전에 생각해봐야할 점들이 있다. 한방은 현대의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온 의학 분야다. 그리고 의학 또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경험적 처방이 이뤄지고 있으며 처방내역이 모두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공개돼도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감기가 심하게 걸렸을 경우 일명 ‘노란주사’ 혹은 ‘링거’라며 맞는 주사제의 성분이나 효과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일반인은 많지 않다. ‘오프라벨’이라고 불리는 의약품 허가 외 사용의 경우에도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경험적 판단에 따른 처방인 경우가 많다. 항암제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지는 부작용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이 됐다.

쌍화탕으로 한정해 이야기해보면, 2010년 대한의사협회 기관지인 의협신문에서 진행한 여론조사결과 의사들의 감기약 선호도 1위(21.6%)가 쌍화탕이었다. 보약이 감기약으로 둔갑했다는 문제는 차치하고 의사들도 많이 찾는 탕약인 셈이다. 

그렇다면 광동쌍화탕은 성분과 원산지가 표시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정에서 제조돼 괜찮고, 동일한 처방에 의거한 진짜 쌍화탕인 한약은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봐야하는 것일까.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약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다. 한약의 성분을 숨기고 있다는 식의 의사협회 여론몰이는 한약에 대한 신뢰도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2만5000여 한의사들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조제기록 등을 숨길 이유가 없다”며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사용되는 약재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철저한 관리 하에 제공되고 있으며 원산지 및 성분에 대한 내용 또한 환자가 원할 경우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한의사는 “소아나 고령층에 대한 의사들의 처방 또한 임상시험 등을 할 수 없어 과학적 검증이나 안전성, 유효성 등이 입증된 것이 아닌 경험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의사들의 논리대로라면 현대의학 또한 안전하고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한의학 또한 다양한 이론과 체계가 있으며 기본적인 접근방식이나 인체에 대한 이해부터 (현대)의학과 다른 점들이 있어 현대적 관점으로만 해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 “다름을 받아들이고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과 이야기가 옳은 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같은 처방이지만 공산품처럼 약효를 떨어뜨려 대량생산된 의약품은 문제가 없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한약은 위험하다는 식의 의학적 접근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세계에는 아직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욱 많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가 알고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인양 재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는 분명 생명을 다루는 만큼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그리고 분명한 기준과 판단에 따르는 것이 일견 당연하다.

그렇다고 분명하지 않은 것을 잘못된 것, 틀린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알지 못하는 것을 배척하지 않고, 국민과 환자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밥그릇 싸움이라며 폄훼되지는 말았으면 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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