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가족 등 지인 간의 사문서 위조와 계약 책임

기사승인 2018-03-05 13: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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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가족 등 지인 간의 사문서 위조와 계약 책임가족 등이 자신의 허락 없이 대리한 계약 등에 관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하게 되자 자신의 계약서 혹은 위임장을 위조하였다는 이유로 가족 등을 형사고소하여 가족이 확정유죄판결까지 받아 이를 민사사건 재판부에 제출하고도 해당 계약에 따른 책임을 명의자 자신이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판결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갑(피고)의 주장에 의하면 아들 을이 자신의 허락도 없이 갑의 이름으로 상대방 병(원고)과 갑 소유 부동산에 대한 전세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한다. 다만 을은 계약 당시 갑 본인 발행의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위임장, 갑의 인감 및 주민등록증을 병에게 제시하였고 보증금의 일부도 갑 명의 통장으로 지급되었다. 

그 후 계약경과를 보면 을의 대리에 의한 갑과 병 간의 전세계약 후 을은 갑을 대리하여 위 계약을 해제하면서 병과 병으로부터 받은 계약금에 일부 위약금을 더하여 계약금반환약정을 하였다. 이에 병은 갑이 위 계약반환금을 지급하지 않자 갑에게 소송을 제기하였다. 한편 갑은 아들 을을 위임장 위조 등의 이유로 형사고소하였고 을은 사문서위조의 유죄판결을 선고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은 병으로부터의 계약반환금 소송에서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여 해당 금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먼저 1심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갑에 의하여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는 위임장에는 대리인에 의한 발급이 아닌 본인 발급의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어 있었고(무권대리여부 판단에 있어서 인감증명서의 발급주체가 본인인지 대리인인지는 매우 중요한 판단요소이다), 보증금 일부를 갑 명의 통장으로 입금받았으며 갑은 을이 갑의 통장, 주민등록증, 인감도장, 인감증명서를 모두 훔쳤다고 하나 가족관계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물건이나 서류를 모두 순차적으로 훔쳤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을 들어 원고(상대방 병)의 계약금반환청구를 인용하였다. 

갑은 다시 항소하였고 그 와중에 을은 사문서 위조 형사판결이 확정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의 항소는 기각되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을의 유죄판결의 근거는 을의 자백과 위임장 문서 명의인인 갑의 진술 등이었다. 그런데 민사 항소심 재판부는 갑과 을이 민사 사건에서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서 형사 사건에서 자백으로 유력한 증거를 만들어 냈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특히 가족관계인 대리인이 문서를 위조하였다고 자백하여 형사판결을 받은 후 그 판결을 근거로 민사상 유리한 판결을 받아 내는 것이 쉽게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리인이 대리행위에 필요한 모든 문서를 갖춘 경우에도 본인에게 진정한 의사를 확인해야하는 문제 등이 생겨 ‘대리행위’의 의의를 상실될 우려가 있고 민사 거래관계에서 절차적 안전성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고소 및 형사유죄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갑은 계약금반환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실제 위 사건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세계약체결 및 계약금반환약정을 위임하였는지는 당사자만이 알겠지만 계약 당시 명의자의 필요서류가 모두 제출되었는데 이러한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서 가족 등을 사문서 위조로 고소하는 경우 가족만 전과자로 만들고 민사책임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심지어 관련 형사 사건에서 이런 사례들이 종종 있어 도리어 고소인이 무고죄로도 인지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니 유의하여야 한다. =법무법인 대호 이성우 변호사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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