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박원순 "서울시장, 박영선보다는 아무래도 내가"

기사승인 2018-03-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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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도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3선 도전을 두고 “마음을 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출마 선언이다. 안팎의 상황은 지난 6년과 비교할 수 없다. 정권이 교체됐다. 여론도 우호적이다. 

박 시장은 차기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13일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서울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박 시장이 36.7%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박영선 의원 14.1%, 우상호 의원 7.8%, 정봉주 전 의원 7.7%, 전현희 의원 2.7%, 민병두 의원 2.4%이 이었다. 6.13 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지난 6일, 박 시장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만났다.

-여권에서만 총 5명이 출사표를 냈다. 

경쟁 상대가 모두 재선, 삼선까지 한 정책통 의원들이다. 우리 당의 인재들이자 자산이다. 어느 한 분 가볍게 보기 힘들다. 선거는 끝나봐야 안다. 지지율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지금 지지율이 가장 높다고 해서 선거가 끝나는 순간까지 1등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직 시민만을 생각하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박 의원이 2위로 추격하고 있다. 박 의원의 강점을 꼽는다면.

재벌 등 우리 사회 적폐 세력에 대한 '저격수'라고 할 수 있다.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이 돋보인다. 또 의견을 아주 조리있게 말한다. 박 의원이 서울 시장에 당선된다면 잘하실 거다. 그래도 내가 조금 더 잘하겠지. (웃음)

-야권에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출마가 예상된다.

안 전 대표와는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당시 안 전 대표와 나는 이명박 정부 독선에 민주 진영의 일원으로서 같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안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나 위치가 많이 달라졌다. 나는 민주당 당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또 아직 본인이 서울 시장 출마 선언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안 전 대표를 언급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경남지사 출마 요구가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경남지사 후보로 출마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고마운 일이다.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걸 시민도 원하실 거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야권 시장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박원순 제압 문건’을 보면 어버이연합, 언론 등 온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 나를 탄압했다. 나와 가족에 대한 탄압도 마음 아프고 힘들었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따로 있었다. 국가와 서울의 미래를 위해 당연히 협조해줘야 하는 서울시 정책을 중앙 정부가 외면한 것에 대한 아픔이 컸다. 청년 수당이 대표적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동의했던 정책이었으나 정치적 이유로 ‘킬’(kill)당했다. 이때 가장 슬펐다. 당파를 넘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국민을 위해 당연히 협력해야 한다. 그게 정치의 기본이다. 그런데 당파적 이익 때문에, 또 나를 돕기 싫어서 당시에 도와주지 않았다. 납득하기 힘들었다.

-19대 대선 당시 후보로 나왔다가 중도 포기했다. 패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지지율이 낮았다. 대선후보로서는. 하지만 당시 서울시장 지지율은 50%를 넘었었다. 국민이 ‘서울시장으로서의 박원순’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으로서 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또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인터뷰] ①박원순

-대선 재도전 의사가 있나.

서울시장 출마하는 사람에게 뭐 그런 걸 물어보나. (웃음) 나한테는 지금 서울시장밖에 없다.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에 대한 입장은.

일단 지난 2014년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나왔다.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단계다. 진상 파악은 물론이고, 가해자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캠프 자원봉사자들을 상대로 철저히 교육하겠다. 당시에는 보고를 받지 못해 잘 몰랐다. 다 나의 잘못이고 불찰이라며 사죄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또 성추행, 성희롱 사건에 있어서 모든 것을 피해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제기된 성희롱 사건(서울대 우조교 사건)에서 승소한 변호사다. 호숫가에서 아이가 장난삼아 던진 돌이 개구리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말이 있다. 피해자 본인이 됐다고 한 것 이상으로 진상조사와 사후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 전 도지사 성폭행 의혹 보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모든 국민이 이같이 느꼈을 것이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고,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피해자들이 “차마 말할 수 없었다”고 토로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진용, 심유철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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