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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님들, 임상현장에 정책의 길이 있다면서요

님들, 임상현장에 정책의 길이 있다면서요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3.08 05:00:00 | 수정 : 2018.03.07 21:11:23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참 많이 듣는다. 진리나 고견도 자주 들으면 조금은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그 때문인지 10여년전 경·재계 관리자들이 흔히 하던 말이 정계를 넘어 정책입안과정에서도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십수년째 윗분들의 입에서 나온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근로자들은 붉은 띠를 두르고, 크레인에 오르며, 단식과 같은 방식으로 고통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직접 브리핑을 한 경우는 취임 1년을 2달여 앞둔 지금까지 없었다. 2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의한 청원글도 점점 쌓여만 가고 있다.

보건의료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핵심정책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하 문재인 케어)은 의료계의 말을 빌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당초 약속한 소통과 화합은 없었다. 

의사들은 진료가 끝나면 청와대 앞에 모여 붉은 조끼에 띠를 두르고, 의료기관들은 도산의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임상이나 사회복지 현장의 간호사들은 “살려달라”며 흰 국화를 들고 광화문 앞 광장에 모였고, 쓰러져 절규했고, 몸을 던졌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실천으로 옮겨지지 못하는 듯하다. 이들의 고통과 절규, 몸부림은 여전히 ‘공무’라는 높은 벽에 막혀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무겁고 두꺼운 벽은 잘 열리지도, 뚫리지 않고 있다. 과연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이 문을 넘어 현장을 경험했을까.

분명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각종 위원회와 협의체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 청와대는 국민신문고와 함께 청원게시판을 열어 가려지지 않은 날 것 같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화면 갈무리>


분명 긍정적이다. 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개방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공무’의 문은 두껍고 무겁다. 부처간, 부서간 장벽도 아직은 허물어지지 않았다. 하나의 사안이 온전히 하나의 담당부서, 담당 부처의 일인 경우가 드물 정도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고도화될수록 하나의 현상도 여러 곳에서 논의하고 해결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예로 가정간호서비스를 들 수 있다. 가정간호서비스라는 말이나 제도의 취지, 운영방식은 단순하다.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가정에서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부서는 여러 곳이다. 수가는 보험급여과, 가정간호 관련 정책은 보험정책과 등으로 다양했다. 다만, 서비스를 총괄해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조정하며 조율하는 곳을 복지부에서 찾을 수 없었다.

유사한 서비스인 방문간호서비스까지 고려하면 보다 복잡한 역학관계에 얽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가정간호서비스와 방문간호서비스를 함께 논의하고 풀어내 포괄적으로 답변을 해주거나 정책적 방향을 설정하는 곳은 찾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 혹은 임상현장의 목소리가 전해지기는 쉽지 않다. 어떤 이들에게 어떻게 의견을 전달해야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다. 알기도 쉽지 않다. “책임자 나와”란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분명 각종 사안들과 업무들로 공무원들은 바쁘다. 여기저기서 전화를 받고 응대하는데만도 하루 반나절은 소요된다고들 한다. 오죽하면 보건복지부에 전화를 걸며 “2시부터 4시까지는 집중 근무시간입니다”라는 음성이 나올까. 그렇지만 현장에 답이 있다는데 한 번은 현장에서 답을 찾아보길 희망한다. 현장이라며 협회관계자들이 전하는 이야기뿐 아니라 진짜 현장을.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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