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다] ‘결핵’이 가난한 사람들의 병? 메르스보다 무서운 오해

3월 24일 세계 결핵의 날, 국내 결핵 발생률 및 사망률 1위…의료 사각지대는?

기사승인 2018-03-10 12: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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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신종 감염병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출현으로 180여 명의 감염자와 3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상 초유의 메르스 사태로 인해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으며, 21세기 대한민국의 감염병 방역체계와 보건의료체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오랜 시간동안 우리나라에서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발생시킨 감염병은 ‘결핵’이다. 6·25전쟁 후 국내 결핵 환자는 연간 수백만 명에 이르렀으며, 여전히 매년 3만명 이상 결핵 환자가 발견되고 있다. 

 

정부의 결핵관리 체계 강화와 신약 개발 등으로 발병율 사망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발생률 및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이다. 정부는 결핵 발병를 낮추고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2011년 ‘결핵예방법’을 전면 개정하고 2013년 ‘제1기 결핵관리종합계획(2013-2017)’을 시행했으며, 2022년까지 결핵 발병률을 10만명당 40명 수준으로 떨어뜨린다는 목표로 ‘제2기 결핵관리종합계획(2018-2022)’에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결핵에 대한 사회적 낙인, 치료접근성, 의료 사각지대 등의 문제로 국내 결핵 퇴치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는 24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결핵의 날’이다. ‘결핵’이라는 질병은 물론 결핵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구멍난 현재 결핵 관리 시스템 등에 대해 짚어보고자 국립중앙의료원 조준성 호흡기센터장을 만나봤다. 조준성 센터장은 첫 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를 완치시키고, 취약계층 결핵환자 관리사업인 ‘결핵안심벨트’의 총괄책임자로 공공의료를 행하고 있다.

◇약물 복용으로도 빠른 치료 가능, ‘6개월’ 기간 꼭 지켜야 

결핵은 ‘결핵균’의 공기감염으로 전파되는 감염병이다. 공기감염은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병원체가호흡기관을 침투해 발병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결핵 환자가 기침을 하면 공기 중으로 결핵균이 포함된 침방울이 배출되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숨을 쉴 때 결핵균이 폐로 들어가서 생기는 것을 말한다. 

폐, 뇌, 장, 피부 등 살아있는 세포가 있는 곳이라면 결핵 감염이 일어나지만 80% 이상은 폐결핵을 앓는다. 조준성 센터장은 “침방울의 습기가 증발하면 입자가 작아져 침 속에 있던 균이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입자가 작을수록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습기가 있어야 살기 때문에 습기가 증발된 입자 속에서 균이 얼마나 생존력을 유지하느냐가 감염력을 좌지우지한다”며 “결핵균은 아주 작은 입자에서도 살아남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도 감염 위험이 있다. 강당과 같이 큰 공간에서 환자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감염 위험이 있는 것”고 설명했다.

문제는 결핵은 뚜렷한 증상 없이 긴 잠복기를 거친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직장, 학교 등에서 결핵환자와 밀접한 생활을 하는 경우 25~50%가 감염되는데, 감염이 된다고 해서 결핵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결핵은 1~2년, 혹은 그 이상의 긴 잠복기를 거쳐 감염자의 10% 이내에서 발병된다. 자기 면역으로 인해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잠복기 때 다른 사람에게 감염을 시킬 수 있고, 이때 병을 키워 중증으로 갈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결핵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뚜렷한 원인 없이 2~3주 이상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다. 또 체중감소, 야간발한, 발열과 같은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호흡곤란이나 흉통, 객혈 등이 발생한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중증으로 넘어가 치료 후에도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결핵으로 인한 염증으로 폐가 녹으면 해당 폐를 사용할 수 없게 되고, 흉부 골격에 변형이 올 수 있다.

조 센터장은 “중증 결핵은 치료가 돼도 폐기능 저하가 발생해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정기검진을 받고, 기침이 발생하면 꼭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결핵은 약물만 복용하면 증상이 빠르게 좋아지며 완치도 가능하다. 1차 약제에 대해서는 임산부도 복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4가지 이상의 1차 약제를 6개월간 복용하는데, 총 10알을 매일 복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 노인환자나 소화장애가 있는 환자의 경우 소화불량, 식욕부진, 구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약물 복용을 중단해 병을 키우는 환자도 적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자 스스로 판단해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이런 경우 대부분 재발하고 오히려 1차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 조 센터장의 설명이다. 상태가 악화되면 약물 복용 기간도 2년으로 늘어나고, 치료 성공률은 낮아진다.

조 센터장은 “1차 약제의 경우 효과가 인정되고 치료비 본인 부담은 없지만 크기가 큰 알약 10정을 매일 복용해야 한다. 복용 편의성 등을 높인 신약이 개발됐지만 급여가 되지 않아 한 개의 종류를 6개월 사용하는데 3000만원이다”라며 “1차 약물 사용이 어려운 다제내성 결핵,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에는 보험 적용이 된다. 그러나 노인환자 등 10정의 약물 복용이 어려운 환자들도 부담 없이 신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신약을 활용해 치료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연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국내 65세 노인 결핵환자는 전체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에게 1차 약물 치료는 항암 치료와 같다.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복용에 부담감을 느껴 어쩔 수 없이 약물을 중단, 결핵이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결핵환자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치료를 다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노인 환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가 주목한다] ‘결핵’이 가난한 사람들의 병? 메르스보다 무서운 오해

 

◇노숙자, 외국인노동자 등 취약계층 의료비 미수금으로 의료 사각지대 발생…“해고될까봐” 젊은 직장인들은 치료 피해

결핵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환자는 노인뿐만이 아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임재준 호흡기내과 교수가 2010년 발표한 ‘노숙인 폐결핵 유병률 및 결핵감염율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결핵유병률은 일반인 0.25%, 노숙인 5.8%로 노숙인의 유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잠복결핵감염률도 노숙인은 75.8%로 일반인(30%)에 비해 2.5배 높았다.

또 국내 전체 결핵환자의 유병률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 결핵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결핵환자 중 외국인 비율은 약 9.4%로 일반 국민 대비 2~3배 이상이었다.

조 센터장은 “노숙자, 불법외국인노동자 등은 의료기관을 찾아가는 여건이 어려보통 병을 키워 중증 증상이 발현, 응급실을 통해 입원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막대한 의료비 미수금을 남긴다”며 “그렇기 때문에 일반 민간 병원에서도 쉽사리 환자를 받지 못한다. 정부 지원이 없기 때문에 해당 의사 월급에서 제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각한 지역사회의 감염원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국민들도 결핵 감염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며 “특히 감염병은 공익을 위해 개인인권을 어느 정도 희생하느냐의 문제가 대립한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질병이기 때문에 감염원을 줄일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입원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정신질환을 동반한 결핵환자 전문 치료시설 설립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입원이 필요한 중증 정신질환을 동반한 결핵환자의 전문 치료시설이 전무하다. 일부 민간병원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결핵환자들을 기피하고 있다. 의료인과 환자 위협, 치료 방해 등의 행위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또 지역사회의, 혹은 정신과병동의 감염원이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결핵은 약물을 복용하면 빠른 시일 내에 전염기가 사라지고 증상이 완화되는 질환이지만 ‘감염병’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결핵을 숨기고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결핵으로 인해 생기는 개인적·사회적 피해 방지를 위해 ‘결핵예방법’이 제정됐지만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조준성 센터장의 지적이다. 실제 결핵예방법에는 ‘사업주 또는 고용주는 비전염성결핵환자에 대하여 결핵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제한할 수 없다’는 문구가 있지만 많은 젊은 결핵환자는 취업지연, 해고 등의 이유로 적정 치료시기를 놓치고 있다.

조 센터장은 “결핵은 후진국병, 가난하면 생기는 병, 불치병, 심한 감염병 등의 낙인으로 인해 남에게 말하기가 어렵다는 고통이 있다. 이러한 고통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고 숨는 환자가 많다”며 “결핵은 스트레스,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부족,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면역력이 약한 소아 또는 면역억제제 복용자에게 나타나는 질병이다. 조기에 약을 잘 먹고, 밥도 잘 먹고 치료하면 폐기능 저하 없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질병을 숨겨서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핵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백신’의 부재도 지적됐다. 그는 “현재 국가가 영유아에 권장하는 결핵 BCG백신의 예방효과는 74%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 예방 효과는 65%”라며 “신생아시기에 접종한 BCG 예방효과는 10~20년이 지나면 유의한 효과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에서는 폐결핵의 빈도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고, 잠복결핵감염의 재활성을 예방할 수 없어 결핵 전파를 줄이지 못한다”며 “효과적인 예방백신의 개발에 좀 더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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