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 임신 여성 건강권 보장 먼저

난임 야기하는 사회적 인식, 모성사망률 높여…출산 전후에 대한 대책은 부족

기사승인 2018-03-16 15: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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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극복? 임신 여성 건강권 보장 먼저“시대가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가임력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인식과 시행하고 있는 정책은 난임과 임신합병증, 모성사망률을 부추기고 있다. 임신 자체만으로도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임신 여성의 존엄성’에 대한 외침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에서 열린 ‘저출산 현주소와 발전적 대책’ 주제 심포지엄에서는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이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신의 주체가 되는 여성이 어떠한 차별 없이 임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안나 센터장은 “여성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현재 정부 정책은 임신을 사회경제적 부분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보는 것처럼 보인다”며 “현재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서 나라가 위태롭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 등 많은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 국가가 힘들다’는 메시지로 들린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은 개인의 행복, 전체적인 인생과 직결되어 있는 것인데 이런 메시지는 오히려 반발을 일으킨다”며 “게다가 지금은 임신하면 골치 아픈 세상이다. 경제적 능력, 직장 유무, 나이, 배우자 유무 등 여러 조건에 의해 임신 여성이 차별받는 시스템에서 저출산으로 인한 미래 얘기를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임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난임, 저출산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난임 진단을 받은 여성은 2016년 22만명을 넘었다. 2007년 대비 24% 이상 증가한 수치다. 난임 원인으로는 만혼, 고령 임산부 증가가 꼽히고 있다.

그는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는 적정 가임기는 20대이다. 그러나 20대 초·중반에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아빠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그 인식은 더욱 나빠진다”며 “이에 여성들은 임신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고, 혹여 임신을 하면 암암리에 낙태시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5세로 넘어가면 고위험 임신률이 높아져 출산까지 갈 수 있는 확률이 떨어진다. 임신합병증, 모성사망률도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모의 연령별 사망비(2009년~2014년)를 살펴보면 출생아 10만명당 출산 중 사망한 24세 이하 여성은 11.3명, 25~29세 9.4명, 30~34세 10.1명인 반면 35세 이후부터는 25명, 40세 이상은 53명 이상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최 센터장은 “많은 여성들이 마음만 먹으면 시험관 시술로 임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5세 넘기 전에 임신을 하는 것이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며 “하지만 이러한 여성이 이러한 인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임신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권리가 강화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지난 12일에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은 여성을 출산이라는 특수한 과정을 겪는 주체로 접근하기보다는 ‘인구정책의 대상 혹은 수단’으로만 다뤘다. 여성의 건강과 삶을 중심으로 기본계획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저출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정부 정책이다. 3차 계획은 ▲일·생활 균형 ▲고용안정 ▲주거 공공성 ▲교육 개혁 등 4대 분야에 재정투자를 강화해 결혼·출산 친화사회로 전환, 근본적인 저출산 사화구조를 개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여가부는 기본계획의 목표가 ‘출산’ 자체에 집중돼 있고, 아동을 ‘출산’하는데 필요한 ‘모성건강’만을 강조하며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재생산 건강권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여성 건강’을 다룬 내용은 많지 않다. 산후우울증 등의 출산 후, 난임 또는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출산 전 건강보다는 출산하는 기간에 국한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난임 또는 유산 원인을 조사·분석하는 부분이 매우 부족하다. OECD 국가에 비해 현저히 높은 모성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정책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건강도 다뤄야 한다. 아이를 갖는 것은 여성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임신을 하기 전, 청소년기 때부터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과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3차 계획은 재구조화 할 예정이다. 여성 건강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반영이 필요하다고 보면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에서 논의를 통해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며 “특히 현 정권의 기본계획은 ‘개인의 선택, 사람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중점이 되고 있기 때문에 모성 건강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저출산 관련 대책을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에서는 “이미 내부에서도 여성, 모성, 산모, 신생아 건강, 산후우울증 등에 대해 논의는 있어 왔다. 이번 3차 계획에도 관련 내용이 있다. 여성 건강권 등에 대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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