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성범죄 길로 이끈 김기덕의 참교육

성범죄 길로 이끈 김기덕의 참교육

기사승인 2018-03-16 16: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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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성범죄 길로 이끈 김기덕의 참교육

촬영 현장에서 여배우와 여성 스태프를 성폭행한 영화감독. 여배우 성폭행에 동참하고 최근까지 다수의 성폭력을 저지른 배우. 나체 동영상을 몰래 찍어 기소된 제자. 각각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 전재홍 감독입니다. ‘김기덕 사단’으로 불리는 세 사람 모두 최근 성추문에 휩싸여 비난 받고 있습니다. 성범죄자로 남게 될 세 사람의 인연은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필연일까요.

성폭력 사실이 가장 먼저 알려진 건 김기덕 감독입니다. 지난해 8월 김기덕 감독이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기로 했던 여배우 A씨에게 폭언과 모욕을 했다는 내용으로 고소당한 사건이 처음 불거졌죠. 당시 A씨는 촬영 도중 연기 지도라는 명목으로 뺨을 맞고 폭언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고도 주장했고요. 이에 김기덕 감독은 “뺨을 때린 건 폭행 장면 연기지도를 위한 것”이며 “시나리오에 없는 베드신을 강요한 사실은 없다”고 맞섰습니다. 이에 법원은 김기덕 감독의 폭행혐의만 인정해 5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죠.

끝난 줄 알았던 김기덕 감독의 폭행 사건은 최근 성폭력 사건으로 모습을 바꿔 다시 등장했습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PD 수첩'의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에서는 김기덕 감독을 고소했던 여배우 A씨가 출연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방송에서 A씨는 “성희롱적인 발언은 그 분의 일상”이라며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화를 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방에서 '자고 가라', '셋이서 자자'며 붙잡았다. 성관계를 요구했고 나는 너무 끔찍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다른 여배우 B씨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 출연이 확실시 된 상황에서 출연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B씨는 촬영 전 김기덕 감독이 매니저 없이 둘만의 만남을 원해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두 시간 넘게 '내가 너의 가슴을 상상하니 복숭아일 것 같다', '내 성기가 어떤 모양일 것 같아?'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어 “너의 몸을 확인할 수 있냐”는 김기덕 감독의 말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빠져나왔다고 말했습니다. B씨는 “저 사람들을 따라야 하는 건가, 진짜 끌려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다”며 “지금도 이야기하면서 떨린다. 커피숍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그 모습이 잊히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죠.

여배우 C씨의 얘기는 더 충격적입니다. C씨는 “김기덕 감독,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C씨는 영화 촬영 전 김기덕 감독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성관계를 요구했고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촬영 중 자신을 방으로 불러 성폭행했고, 조재현도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했다고 털어놨죠. 이어 “그러고 나서 조재현의 매니저가 추근덕거리기 시작했다”며 “그들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를 공유하고, (강간에 대한) 경쟁이 붙었다. 영화 촬영 합숙 장소가 마치 여자를 겁탈하려고 만든 곳 같았다. 조재현이 밤마다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걸었다”라고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을 전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여성 스태프를 성폭행했다는 폭로도 나왔습니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아침발전소'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한 스태프가 출연해 “김기덕 감독은 여배우뿐만 아니라 여성 스태프들도 성폭행했다”며 “어떤 여성 스태프는 김기덕 감독의 성폭행으로 임신했고 낙태까지 하게 됐다”고 충격적인 폭로를 전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데뷔작 ‘악어’부터 6편의 영화에 출연해 김기덕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조재현도 다수의 성추행 사실이 폭로됐습니다. 조재현은 드라마 현장에서 여성 스태프를 성추행했다는 폭로를 시작으로 “배역을 주겠다”며 경성대 대학생을 호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시도한 사건, 진로상담을 요청한 대학생에게 성관계를 시도한 사건 등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결국 사과문을 올렸고 출연 중이던 tvN ‘크로스’에서도 급하게 하차했죠.

여기에 김기덕 감독의 제자로 불리는 전재홍 감독도 성폭력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 감독은 찜질방에서 남성의 나체를 몰래 촬영, 성폭력특별처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전 감독 측은 “휴대폰을 자주 잃어버려 상시 동영상을 촬영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전 감독의 휴대폰에서 촬영됐다 지워진 나체 동영상 10여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죠. 검찰은 지난 9일 열린 공판에서 전 감독에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최근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의 성추문 사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확보해 사건의 진위를 밝힐 계획이라죠.

하지만 정작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최근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를 찾은 김기덕 감독은 A씨 폭행 사건을 묻는 질문에 “많은 스태프가 보는 가운데 연기 지도 리허설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당시 스태프들 중에는 그런 상황에 대한 반대 의견이 없었다. 연기 지도 과정에서 그 배우만 다르게 해석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한다. 법원 판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스템과 연출 태도를 바꿨고 많이 반성했다”는 입장을 전했죠. 김기덕 감독이 사과하고 인정하는 대신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발언한 것에 영화제 측이 당황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자신의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는 주연 배우와 바로 옆에서 영화 제작을 돕는 제자가 있습니다. 그들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불온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바로잡았어야 하는 것이 김기덕 감독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행사한 당사자입니다. 그에게 좋은 영향을 받기는 힘들었겠죠.

만약 세 사람이 영화를 통해 인연을 맺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요. 각자 어디에선가 성폭력을 저질렀을까요, 아니면 아무 일없이 살아갔을까요. 벌어지기 전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분명한 건 세 사람이 영화 현장에서 만났다는 사실, 그리고 김기덕 감독에게 무언가 영향을 받았을 거란 사실입니다.

세 사람은 결국 나란히 도마 위에 올라 경찰의 소환과 법원의 선고를 기다리게 됐습니다. 이제 와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이들은 경찰 앞에서, 법원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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