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만 있으면 저출산 해결될까?

기사승인 2018-03-20 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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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만 있으면 저출산 해결될까?

정부가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06년부터 126조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신생아 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도 최저 수준인 1.05명으로 줄었다. 정부 정책에 허점이 있던 것일까.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05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구성했고, ▲제1차(2006~2010년) ▲2차(2011~2015년) ▲3차(2016~2020년)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계획도 세웠다. 1, 2차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혼자를 중심으로 육아·교육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3차는 결혼을 하지 않은 ‘청년’ 지원 비중을 더했다. 저출산의 원인을 비혼·만혼의 증가로 보고, 취업난, 저임금, 고용 불안, 주거 불안정 등 결혼을 망설이게 만드는 원인들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가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수는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세대’, 이제는 포기할 것이 너무 많아 ‘N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최근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독박육아’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가정 내 한 사람이 육아부담을 전담하는 것을 말하는데, 사회활동을 하는 워킹맘, 전업주부 등의 고충담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보수가 없는 가사노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집에서 일하는 것은 노는 것이고, 밖에서 돈을 버는 것은 일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채널A에서 초보 아빠인 한 기자가 2박 3일동안 독박육아를 체험한 결과, 스트레스 지수는 무려 5배나 증가했고, 전문가들은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고충을 여성들이 털어놓는 것일까. 가부장적인 사회적 인식은 물론 육아휴직 사용 비율, 남성과 여성의 임금차이 등의 이유가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이는 같이 낳았지만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고 하니, 또 여성의 몫처럼 만들고 있으니 불공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까지 번져진 국내 성범죄 실태, 몰카범 증가, 데이트 폭력 등의 사회 문제는 ‘이런 사회에서 아이(딸)를 낳기 무서워진다’는 인식에서 ‘남성 혐오(남혐)’로까지 이어졌다.  ‘남성 혐오’가 심화되면서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며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들(여험)도 증가하고 있다. 남혐·여혐 문화는 결혼은커녕 남성과 여성이 만나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성간 갈등과 저출산의 상관관계가 아예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을 특별하게 대해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인간으로서 남성과 어떠한 차별 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남성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짧은 치마는 왜 입었냐”고 말하는 사회의 시선에 대비를 하고 싶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3차(2016~2020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과 관련 “여성이 결혼, 출산, 육아를 하면서도 자신의 일과 삶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이 만나야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이번 정책에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함께 녹아들길 기대한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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