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성추행하면 의료인 면허 정지하는 규정 마련 中

보건복지부,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 나서

기사승인 2018-03-21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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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병원이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강요한 사건 이후 병원 내 성희롱·성추행, 신규 간호사 자살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정부가 이 같은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나섰다.

앞으로는 간호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가 개선되고, 의료현장 내 성희롱이나 태움 등 인권을 침해하는 일 발생 시 가해자의 면허를 정지시키는 처분규정 마련도 추진된다.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불 태운다’는 뜻으로 간호사 간 괴롭힘을 지칭하는 은어이다. 신규간호사 교육전담 간호사도 배치되고, 간호인력도 확충된다. 간호정책 전반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팀도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방안은 간호사들이 일하기 좋은 병원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고 최종 확정했다.

정부가 간호사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해 대책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가개선 통해 간호사 보수수준 향상, 야간근무 수당 지원 및 인력 확충

먼저 복지부는 의료현장 내 간호사 부족문제 해결에 나선다. 간호사 태움문화 등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인력부족에 따른 과중한 업무부담에서 야기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환경 변화 등에 따른 계속적인 간호수요 증가로 여전히 병원 내 간호사 부족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 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53.8% 수준이며, 2017년 기준 전체 면허자(37만5000명) 대비 의료기관 활동자(18만6000명) 비율은 약 49.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교직원,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 비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일부는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들의 의료기관 활동률이 낮은 이유는 3교대 및 야간근무 등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과중한 업무부담, 이에 비해 낮은 처우수준 등으로 인해 이·퇴직률이 높고 근속연수가 짧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평균 근무연수는 5.4년이고, 신규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은 33.9%(일본 2011년 기준 7.5%)였다.

실제 2016년 실시된 이직 사유 실태조사에서는 열악한 근무환경‧노동강도가 38.9%였고, 낮은 보수가 26.8%였다. 또 의료현장 내 태움, 성희롱 등의 인권침해 문제도 간호사들이 임상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원인으로 작용됐다. 

전체 간호사 평균 보수수준은 월 318만원으로, 대도시 근로자(326만원)의 97.5% 수준인데 반해 상급 종합병원 대비 병원급 근무 간호사 임금비율은 7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간호사 인력부족 문제 완화를 위해서는 근무환경, 처우개선 등을 통해 경력단절을 막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규인력 10만 명 추가 배출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등을 통한 의료기관 활동률 제고 ▲유휴인력 재취업 확대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5년간 신규 간호사 10만3000명을 추가 배출하고, 의료기관 활동률도 매년 1%포인트 증가시켜 54.6%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휴간호사 재취업 규모도 지난해 1000명에서 2022년 2000명까지 늘려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를 약 6만2000여명으로 확대한다. 

복지부는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조성한다. 의료기관이 간호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간호관리료)를 간호사 처우개선에 사용하도록 4월부터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간호관리료 가산에 따른 추가 수입분을 간호사 추가 고용 및 근무여건 개선 등에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이행사항을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또한 야간근무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24시간 간호가 필요한 입원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에게 과중한 3교대 및 밤 근무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야간근무 수당 추가지급을 위한 건강보험 수가(야간간호관리료)를 신설하고, 실제 간호사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는 구체적인 지급수준 및 지원기준‧방법 등을 설계한 후 내년부터 시행된다.

1개월 이상 야간근무(20시~08시)만 전담하는 ‘야간전담간호사’들에 대한 지원수준을 확대하고, 근무선택권(낮 근무↔밤 근무)과 건강권(최대근무일수, 휴게시간 등)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

보건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야간전담간호사가 30%만 추가 확보되면 간호사의 과중한 업무부담이 현저하게 준다. 그러나 그동안 보건의료노조에서 야간근무가 발암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며 반발이 있어왔다”며 “이에 야간근무 가이드라인을 정해 간호사들의 선택권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 또 기존 간호사를 야간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과중한 3교대제 개선을 위한 근무형태 다양화도 지원한다.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교대제 등 근무형태 개선을 위한 전문 노무사 컨설팅을 지원하고, 병동 특성 등에 따른 바람직한 교대제 모델 개발 등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취약지역 간호사 적정 배치를 위해 간호대 학생들에 대한 ‘공중보건장학제도’ 도입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도 진행한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대학 장학금을 지원하고 취약지 및 공공의료기관 내 의무복무기간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또 지방 간호대학에 해당지역 졸업생을 일정비율 이상 모집하도록 권고하는 ‘지역인재특별전형’ 시행도 추진한다.

4월부터는 의료 취약지 내 의료기관에게 간호인력 채용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간호사 인건비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최대 4인의 간호사 고용에 필요한 실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 실비가 통상적인 간호인력 임금을 초과할 경우 일정 부분을 조정해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간호사 성추행하면 의료인 면허 정지하는 규정 마련 中

 ◇인권 침해 시 의료인 면허 취소 규정 마련 추진, 의료기관 평가인증지표에도 영향…엄마 간호사를 위해 직장 어린이집 설치 지원

복지부는 태움, 성폭력 등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간호사 인권센터(간호협회)를 설립·운영하고, 신고·상담 접근성을 강화해 주기적인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피해사례 신고·접수 시 필요한 경우 법률자문, 성폭력 상담 등 구제서비스를 연계하고, ‘의료기관 내 인권침해 대응 매뉴얼’도 마련해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의료인 간 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면허정지 등 처분근거 마련 위한 의료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는 의료현장 특성 상 의료인 간 인권침해가 환자안전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 이를 엄중대처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현재는 진료행위 중 발생하는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제재규정만 존재한다.

곽순헌 과장은 “가해자와 피해자는 의료인에 한정하고, 직무 관련성과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해 벌금, 면허 정지, 면허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처벌규정을 마련 중에 있다”며 “또 의료기관 내 인권침해 대응체계 구축여부를 의료기관 평가인증지표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마 간호사를 위해 일-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스마트 근로감독이 강화되고, 직장어린이집 설치도 지원한다.

복지부는 건강보험공단의 임신·출산정보를 연계해 모성보호 관련, 출산휴가 미부여, 육아휴직 사용률 부진, 부당해고 등 법을 위반할 소지가 높은 의료기관을 선별해 지도하고 감독한다. 야간·교대근무 등 의료기관 특성을 고려한 직장어린이집 설지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병원협회, 간호협회, 고용부의 대체인력채용지원협의체를 통해 출산·육가 등에 따른 인력공백 발생 시 대체인력 채용을 지원한다.

간호계 태움문화의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신규간호사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신규간호사 교육·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업무 부적응 문제를 완화하고, 경력간호사들의 교육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에는 교육전담 간호사(신규인력, 실습생) 배치, 필수 교육기간 확보, 교육커리큘럼 마련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곽순헌 과장은 “간호사 처우 개선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얘기가 나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부분 인력 기준과 관련 진통이 있어서 같이 진행하려고 했으나 최근 태움 등의 문제가 커지고 있어 미룰 수 없었다”며 “복지부 내 간호정책 전반을 전담할 ‘간호간병통합 TF’를 설치해 정기적으로 간호인력 근무 환경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겠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관련해서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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