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노래의 언어’ vs ‘시나리오 견적서’

기사승인 2018-03-2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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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책] ‘노래의 언어’ vs ‘시나리오 견적서’

가요,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대중문화는 지금도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다.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1인 인터넷 방송과 SNS 등 다양한 종류의 새 매체들이 나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다. 아이돌 가수의 인기 요인을 분석하거나 영화 평론자의 비평 서적이 꾸준히 등장하는 이유다.

이 책의 저자들은 가요와 영화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노래의 언어’를 쓴 국어학자 한성우는 전문가로서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대중가요를 분석했다. 최근 100년 간 발표된 유행가 2만6000여 곡의 가사를 검토하고 통계를 냈다. ‘시나리오 견적서-슈퍼 히어로 편’은 슈퍼맨, 아이언맨 등으로 대표되는 히어로 장르물을 겨냥한 작법서다. 매년 수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는 히어로 영화의 구조와 문법을 분석할 뿐 아니라 독자들이 직접 창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노래의 언어’

한때 대중가요는 저속하고 단순한 유행가 취급을 받았다. 젊은 세대의 고민과 사랑, 욕망을 1차원적인 가사로 담아냈다는 것에 못마땅한 시선도 있었다. 한 마디의 가사 때문에 방송 불가 판정을 받거나, 예전만큼 깊이 있는 가사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폄하하는 경우도 많았다.

현재는 가사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보는 추세다. 댄스, EDM 등의 빠른 음악이 유행하면서 시적인 감성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파편화된 단어의 나열인 가사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아이돌 가수들이 새 앨범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보다는 콘셉트와 안무가 관심을 끄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 한성우는 ‘노래의 언어’를 통해 우리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 가사에 주목한다. 저자는 노래 가사가 누군가에게 불리기 위해 다듬어진 말이고, 부르고 듣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냈다고 말한다. 가사에 담긴 단어와 표현들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최초의 가요로 알려진 ‘희망가’부터 지드래곤의 ‘늴리리야’, 방탄소년단의 ‘팔도강산’까지 1920년대부터 2018년까지 다루는 시대 폭도 넓다. 유행가에 적힌 가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읽어내는 건 물론, 그 시대 문화의 특징과 세상의 문제들을 저자의 시각으로 분석했다. 눈여겨보지 않았던 노래 가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 ‘시나리오 견적서-슈퍼 히어로 편’

히어로 무비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지 않을까. 슈퍼맨, 배트맨 등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들의 전유물이었던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는 어느 새 전 세대의 즐길 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어벤저스’와 ‘저스티스 리그’처럼 독립된 영화 속에 존재했던 히어로들이 한 데 모여 전투를 벌이는 시리즈까지 등장했다.

‘시나리오 견적서-슈퍼 히어로 편’은 영화 시나리오 작성에 도움을 주는 일종의 작법서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독특하다. 설정, 플롯으로 나뉘어 각 챕터마다 히어로 영화 시나리오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담았다. 히어로 영화에 필요한 요소들이 어떤 것들이 있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친절하게 설명했다. 덕분에 실제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것과 함께 히어로 무비가 어떤 구조로 연결돼 있는지를 쉽게 확인하는 효과도 있다.

인쇄된 밑그림 위에 색칠만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컬러링북과 비슷한 느낌도 있다. 빈 공간이 많아 직접 아이디어를 적으며 한 편의 시나리오를 완성시킬 수 있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구성된 세상에 하나 뿐인 히어로를 완성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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