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신화’ 이명박 전 대통령, 단칸방→청와대→구치소 독방

기사승인 2018-03-22 23: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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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신화’ 이명박 전 대통령, 단칸방→청와대→구치소 독방뇌물수수 등 비리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이날 이 전 대통령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지 8일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했다. 광복 이후 경북 포항에 정착,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단칸방에서 술지게미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고등학교 진학마저 불투명했다. 중학교 담임교사의 권고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포항 동지상고 야간부에 입학했다. 뻥튀기 장사와 과일 행상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지난 1961년 고려대학교 상과대학에 입학했지만 빈곤한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등록금을 마련했다. 

대학교 3학년 때인 지난 64년 한·일 국교 정상화에 반대하는 6·3 학생시위에 참여했다. 당시 그는 상과대학 학생회장이었다. 시위 주모자로 지목된 이 전 대통령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을 복역했다. 학생운동 경력으로 취업이 막히자 이 전 대통령은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이에 청와대로부터 ‘취업에 있어 과거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답을 받아냈다고 전해진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65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이른바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시작이었다. 입사한 지 5년 만에 이사로 승진했다. 그의 나이 29세였다. 12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고, 23년 만에 회장이 됐다. 그의 성공담은 지난 90년 KBS2 ‘야망의 세월’, 지난 2004년 MBC ‘영웅시대’로 극화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92년 정치라는 또 다른 도전에 뛰어들었다. 14대 총선에서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대표의 공천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지난 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서울 종로에 출마, 2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으로 지난 98년 의원직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났다. 

기회는 또다시 찾아왔다. 지난 2000년 8월15일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됐다. 이후 200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 승리를 거머쥐었다. 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 복원과 버스전용차로 사업 등을 진행했다.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2007년 대선에 도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치열한 경선 끝에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대선 후보로 결정됐다. 당내 경선 및 대선 과정에서 BBK 주가조작사건 연루 의혹과 자녀 위장 취업, 위장전입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경제 대통령’을 구호로 내세운 그를 향한 지지층은 견고했다. 49%의 득표율로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를 누르고 압승을 거뒀다. BBK 의혹 수사를 위해 꾸려졌던 특별검사(특검)는 지난 2008년 2월 당선인 신분이었던 이 전 대통령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으나 국정 운영은 순탄하지 못했다. 취임 초기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으로 비판에 휩싸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주최 측 추산 전국 합산 100만명의 인파가 운집한 촛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같은 해 5월22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임기 내내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9년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거센 역풍이 불었다. 야심 차게 시작한 4대강 사업은 생태계 파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측근 비리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임기 말에는 ‘내곡동 사저 매입 사건’이 불거졌다. 이 전 대통령이 아들 이시형씨의 명의로 사저 부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특검이 꾸려지며 부인 김윤옥 여사와 이씨 등이 조사를 받았다. 다만 이 전 대통령 일가는 불기소 처분을 받으며 특검의 칼날을 피했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BBK 의혹은 재점화 됐다. 이번에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스 지분의 90% 이상이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故) 김재정씨와 이 전 대통령의 맏형 이상은씨의 소유였다. 다스는 BBK의 가장 큰 투자를 한 회사이기도 했다. 다스 실소유주 수사 과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횡령·배임,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 여러 혐의가 포착됐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뇌물수수, 횡령 등 자신을 향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검찰과 변호인단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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