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국정부 차별금지법 제정·온라인성폭력 예방 강화 등 여성인권 강화” 권고

기사승인 2018-03-23 15: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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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한국정부 차별금지법 제정·온라인성폭력 예방 강화 등 여성인권 강화” 권고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대한민국 ‘여성차별’ 53항목 우려·권고사항 전달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우리나라 여성인권과 관련 형법상 강간을 폭행·협박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하지 말고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점에 두도록 시정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허위 고소 등 형사 절차 남용 방지 등을 이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위원회는 여성들의 대표성 증진을 위해 고위 공무원직의 동등한 여성대표성 보장과 경찰공무원 채용 시 성별 분리채용 폐지, 경위 이상 여성경찰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권고사항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23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따르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지난 12일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이하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상황 제8차 대한민국 정부보고서에 관한 최종견해를 통해 23개 구체적 분야에서 53개에 달하는 우려와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위원회 최종견해에 대한 이성호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번 최종견해에서 제시한 권고사항을 정부가 완전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인권위는 최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과 관련 권력형 성희롱 진정조사와 직권조사, 실태조사, 제도개선 권고 등 여성인권 업무 강화를 위해 5월 가칭 ‘성차별시정팀’을 신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은 여성인권에 관한 권리장전으로 불리는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국제인권조약의 하나다. 지난 1979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돼 1981년 9월 발효됐다. 대한민국은 1984년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했으며 당사국은 2017년 12월 기준 189개 나라다.

대한민국 정부는 여성차별철폐협약 가입 당사국으로 지난 1986년 제1차 보고서 제출 이후 4년 마다 총 8회에 걸쳐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상황에 관한 정부보고서를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번 최종견해는 2015년 7월 제출한 8차 정부보고서에 대해 위원회가 지난 2월22일 열린 제69차 회의의에서 심의한 결과다.

지난 2011년 7차 정부보고서 최종견해 이후 7년 만에 나온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평가라고 인권위 측은 설명했다.

◇유엔, 대한민국에 차별금지법 제정·온라인성폭력 범죄화 방지조치 등 권고

우선 여상차별철폐위원회는 ▲이주여성 지원을 목적으로 한 ‘다문화가족지원법’(2017) 개정 ▲양성평등기본법(2014) 제정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2, 2014) ▲근로기준법(2012, 2014) 개정 등에 대해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성희롱·성폭력,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 고용차별 등 23개 분야 53개 항목에서 우려와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성희롱·성폭력’ 분야에서 ‘형법의 강간을 폭행, 협박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하지 말고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점에 두도록 시정할 것’,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허위 고소 등 형사 절차 남용 방지 및 피해자의 성적 배경이 사법절차에서 증거로 사용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과 온라인 사업자가 성폭력 콘텐츠를 삭제, 차단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을 검토해 온라인 성폭력 같은 새로운 형태의 여성 성폭력을 범죄화하는 입법’을 추진할 것을 권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성폭력 콘텐츠를 피해자가 요청하는 즉시 삭제, 차단할 것 ▲중소기업 대상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효과적 관리·감독 시스템 수립,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2017년 개정사항이 엄격히 준수되도록 할 것 ▲학교, 대학, 군 등 공공기관 성폭력 범죄자 엄중 처벌할 것 등의 의견을 내놨다.

‘여성에 대한 폭력’ 분야에서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주요 목적을 가족의 안정보장으로 개정 및 적용범위 확대 ▲가정 폭력과 관련해 상담이나 교육을 조건부로 한 가정보호사건에 대한 기소유예 제도를 폐지하고 이러한 사건에서 화해 및 조정 제도의 사용도 금지 ▲범죄자가 법적 제재 하에 형사 처벌을 받도록 하고, 접근금지명령 위반 시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체포의무 정책을 도입 등의 권고안을 담았다.

‘여성 고용 차별’과 관련해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이행,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배에 대한 제재를 엄격히 부과하고 공공기업, 민간기업 대상 ‘임금공시제도’ 도입”을 권고했다.

‘성매매 및 성착취’와 관련해서도 “현 예술흥행비자(E-6-2)제도를 개정하고, E-6-2 취업비자를 취득한 여성들이 근무하는 업체 현장 방문 등 유흥 업체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여성 대표성 증진’을 위해 ▲국공립대학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직에서 동등한 여성대표성 보장 ▲경찰공무원 채용 시 성별 분리채용 폐지, 경위 이상 여성경찰 확대를 주문했다.

인권위 측은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 인권위가 2006년과 2016년 정부에 권고했음에도 아직 제정되지 않은 점과 2005년 ‘남녀차별금지법’ 폐지 이후 성차별 방지에 관한 별도 법률이 제정되지 않은 점에 우려를 표했다”면서 “제8차 최종견해에서도 여성에 대한 직·간접 차별 및 성적 소수자 여성, 장애 여성, 무국적 및 이주 여성, 농촌 여성과 같은 소외계층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재차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원회는 권고사항 중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예술흥행비자(E-6-2)제도 개정 ▲온라인 성폭력 예방조치 강화에 대한 권고는 2년 이내 이행 조치에 관해 서면자료 제출을 정부에 요청했다.

인권위는 “8차 정부보고서 심의와 관련 인권위가 제출한 독립의견서 내 쟁점 26가지가 최종견해에 대부분 포함된 결과에 대해 환영을 표한다. 인권위와 관련된 권고 사항으로는 성차별 시정업무 기능강화를 위해 충분한 인적, 재정적, 기술적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면서 “인권위는 정부가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하고 이로써 여성차별철폐협약의 완전한 이행을 앞당길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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