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MB의 재산 은닉 기술' vs '푸틴 권력의 논리'

기사승인 2018-04-0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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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책] 'MB의 재산 은닉 기술' vs '푸틴 권력의 논리'

한 개인에 대해 평가하는 일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타인의 복잡한 내면을 한 번에 꿰뚫어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 스포츠선수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늘어놓고 거침없이 평가하면서도 확실히 안다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보는 것이 그들의 다양한 모습 중에 일면이거나 창조된 이미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명하고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많이 벌거나 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단순한 이야깃거리 이상으로 유명인의 진짜 모습, 진실을 알고 싶어 하고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혹시 모를 잘못된 판단이 거꾸로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해 한국 국민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잘못된 판단이 가져오는 최악의 결과를 마주했다. 최근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이 풀리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얼마나 컸는지를 목격했다. 대통령 직에 적합하다고 투표한 수천만 명 국민의 선택이 완전히 틀렸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의 권력이 전 국민을 완전히 속일 수 있을 정도로 크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두 명의 대통령을 파헤친 기자들이 책을 펴냈다. MBC 양승우 기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을 파헤친 탐사보도 결과물을 책으로 출간했다. 독일 기자 후베르트 자이펠은 5년 동안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동행하며 취재한 내용을 정리했다. 두 권의 책이 담은 내용 또한 그들의 일면일 수도, 잘못된 분석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갖고 있는 커다란 힘을 생각하면, 아무 의심 없이 넘어갔을 때 맞이할 참담한 결과를 생각하면 들여다볼 만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 ‘MB의 재산 은닉 기술’

도발적인 제목을 살짝 감춘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분석한 것 같은 자기계발석 식 폰트도 기발하다.

하지만 ‘MB의 재산 은닉 기술’은 최근 구속 수감된 이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집요하게 파헤친 결과물이다. 지난 8년 동안 MBC의 망가진 뉴스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도했다는 저자는 기자로서 반성문 쓰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BBK 주가 조작’부터 ‘도곡동 땅 차명’, ‘다스 실소유주’, ‘내곡동 사저’까지 이 전 대통령에 관한 다양한 의혹을 끈질기게 추적했다. 이 전 대통령 뿐 아니라 그 일가의 비리 의혹까지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정리했다.

비리 의혹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네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돈, 땅, 다스, 동업자. 이 네 가지 파트로 나눠진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며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왜 재산 의혹이 불거졌는지를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게 돕는다. 


△ ‘푸틴 권력의 논리’

제목과 표지, 어두운 배경색 만 봐서는 푸틴의 어떤 이야기를 담은 책인지 잘 알기 어렵다. 한 인물의 진실을 진지하게 풀어냈다는 이미지를 전달할 뿐이다.

‘푸틴 권력의 논리’는 독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갖고 있던 이미지와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푸틴을 해석하는 서방의 일반적인 시각을 부정하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푸틴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는 것보다는 동서 간의 차이를 서로가 이해하고 인정할 때 세계평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푸틴과 여행길에 동반하거나 각종 크고 작은 행사를 함께했다. 그러면서 5년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다. 푸틴 주변의 최고 권력자들과 최대의 정적, 신흥재벌들과도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했다. 그 덕분에 저자는 자신이 푸틴의 진짜 모습에 매우 근접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수많은 기록을 토대로 서구 여론 형성가들의 편협적인 논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푸틴을 바라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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