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의 하루] 교사 1명, 15명 아이들 돌봐…"애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

기사승인 2018-04-02 08: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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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기자에게 ‘워킹맘’은 사실 먼 얘기다. 그러나 ‘아이를 어디에 맡길 것인가’에 대한 워킹맘 고민은 훗날 한 가정의 엄마가 되는 기자에게도 다가올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근무를 한다고 하면 출퇴근길을 포함해 최소 10시간 이상 아이 곁을 떠나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근무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저소득층 가정의 속내 또한 기자에겐 큰 관심이다. 내 아이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들의 자녀들이 바르게 자라길 바라기 때문이다. 또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곳이 없다면 그들의 생계 또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서울 내 저소득층, 중산층 등 구성이 다양하다고 알려진 관악구 보라매동(봉천로)에 있는 꿈동산 어린이집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문을 연다. 꿈동산 어린이집은 서울형 어린이집이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저렴한 보육비와 정부가 공인한 보육의 질 그리고 야간 연장까지 시행하지만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어린이집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다. 서울시 지원으로 민간 어린이집의 보육료를 국공립 수준으로 낮추고, 국공립 수준으로 보육 서비스 질을 올렸다. 즉 워킹맘도, 저소득층 가정도 저렴한 가격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얘긴데, 기자는 궁금증이 생겼다. 차별 없는 보육이 시행되고 있는지, 또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어떻게 있는지. 이에 기자는 꿈동산 어린이집에서 하루 동안 보육교사로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보육 교사 체험

3월 27일 오전 8시 봉천로 21길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걷다 보니 ‘일일교사체험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3층 건물이 보였다. 강미성 원장은 “17년 전 가정집을 개조해 어린이집을 열었다”며 “아이가 바르게 자라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그렇게 돌보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 근방은 방값이 저렴해 한부모가정, 저소득층 가정, 젊은 부부 등이 많이 산다. 일을 해야 하는 부모가 많아 시간연장형 어린이집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 정부 지원이라 저소득층 아이들이라고 해서 (행동 양상, 대우 등) 별다른 것은 없다”며 “혼자 울고 있거나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한 번 더 안아줄 뿐”이라고 전했다.

이곳에는 만1세반 8명, 만2세반 20명, 만3세반 15명, 만5세반 17명 총 60명의 아이들이 있다. 직원은 주간, 야간을 포함한 보육교사가 9명, 아이들 급식을 책임지는 조리사 1명, 등하원을 도와주시는 운전 담당 이사님이 계신다. 강 원장은 “정규 선생님들의 근무시간은 9시부터 6시까지지만 맞벌이 부부가 많기 때문에 아침 7시에도 문을 연다. 나와 선생님들은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며 아이의 등원을 돕는다”며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야간에 근무하시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책임진다. 보통 10시 정도면 부모들이 오지만 때에 따라 더 늦는 경우가 있어 내가 아이들을 돌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전 8시에도 30초, 1분, 2분 등 짧은 간격으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왔다. 직장인 부모들의 출근 시간과 맞물린 시간이다.

만1~2세의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진다는 것을 아는지 악을 쓰며 울었다. 그보다 1~2살 나이가 더 많은 아이들은 2층, 3층에 있는 자신의 반으로 씩씩하게 걸어 올라갔다. 강 원장은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100% 재원 했다. 아기 때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곳에서 생활을 하니 아이들도 익숙할 것이다. 둘째, 셋째, 넷째 아이를 이곳에 보내는 부모도 있어 형제자매가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오전 9시 본격적으로 보조교사 업무를 체험하기 전 기자는 1, 2, 3층 7반을 모두 돌았다. 엄마와 헤어질 때 울던 아기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선생님, 친구들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고, 말문을 연 만3세 이상의 아이들은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선생님께 인사해야지”라는 담임교사의 말에 배꼽 인사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주방에 들려 조리사와 함께 그날 하루 요리에 사용될 식재료를 점검하기도 했다. 매일 오전 배달되는 식재료는 오전, 오후 간식과 점심, 저녁 식사 재료가 포함돼 있었다. 재료가 싱싱한지, 주문 내역과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싱싱한 노란 바나나를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만3세, “관심받고 싶은 나이”

기자는 만3세 아이들이 있는 믿음 1반을 맡았다. 교사 1명이 15명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경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원장의 권유에서다. 장난감, 책, 스티커 등을 가지고 자유롭게 선택활동을 하던 아이들은 기자가 반에 들어가자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낯가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생님은 누구세요?”, “저는 다빈(가명)이에요. 얘는 수정(가명)이에요”, “저희는 지금 이걸 가지고 놀고 있어요”, “선생님이 좋아요”, “저는 이걸 잘해요”, “안아주세요”. 7~8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다가와 안기거나, 뽀뽀를 하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인사할 틈도 없이 오전 10시가 됐다. “오전 간식 먹을 시간이에요”라고 담임교사가 말하자 아이들은 장난감을 정리하고 교실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후 제 자리에 앉았다. 손을 씻지 않고 계속해서 놀이 활동을 하는 아이들은 기자와 함께 손을 씻었다.

이은경 담임교사는 “만3세반이라고 하지만 3월은 만2세와 같다. 같은 어린이집에서 오랜 시간 있었지만 만3세는 처음이기 때문에 적응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며 “자신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인지는 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전 간식은 바나나와 치즈 한 장이다. 오후 1시 30분까지 근무하는 남자 보육교사가 트레이에 간식을 담아 7개 반에 갖다 주면 담임교사는 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아직 바나나와 치즈 포장지를 벗기기 힘든 아이들은 교사가 도와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스스로 먹었다. 간식시간이 끝나면 아이들은 손을 씻고 정돈 시간을 갖는다.

“믿음1반 모여요”라는 교사의 말에 14명의 아이들이 자리에 앉았다. 동요가 흘러나오자 아이들은 율동과 노래를 했다. ‘누가 누가 더 잘하나’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몇몇 아이들은 기자를 향해 큰소리로 노래를 했다. 한 아이는 일어서서 부르기도 했다. 마치 자신을 봐 달라고 하는 것처럼.

그러나 1명의 아이는 책상 등이 모여 있는 곳에서 혼자 뛰어 다니고 있었다. 교사는 기자에게 “선생님 준수(가명) 좀 위험하지 않게 돌봐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그도 그럴 것이 1명의 아이가 책상에서 뛰자 다른 아이들도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머지 14명의 아이들을 두고 1명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자가 그 한 명을 맡아 다치지 않도록 관찰했다.

11시는 바깥활동 시간이다, 그러나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진 관계로 이날은 실내 활동을 했다. 아이들이 기차처럼 줄을 서 징검다리를 건너는 놀이다. 담임교사가 실내 활동에 대해 소개를 하는 사이 단독 활동을 하던 한 명의 아이가 활동에 필요한 교구를 혼자 가지고 놀았고, 이에 실내 활동 시작 시간이 늦춰졌다. 결국 강 원장이 투입됐다.

강 원장은 “만2세반 때는 교사 1명당 7명의 아이들을 돌봤고, 만3세반은 1명이 15명을 돌봐야 한다”면서 “선생님은 15명의 아이를 돌봐야 하고, 아이들은 관심이 분산되니 사랑을 받기 위해 눈에 띄는 행동을 한다. 그래야 자신을 한 번이라도 더 봐주니까. 또 만3세가 그걸 이용하는 발달단계다”라고 설명했다.

이 담임은 “혼자 15명을 보려고 하니 아이들도 힘들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고,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의무인데 이런 경우 모두 케어할 수 없어 고충이 있다”고 토로했다.

 

12시는 점심시간이다. 아이들은 손을 씻고 오전 점심 때와 같이 자기 자리에 앉는다. 담임교사는 음식을 나눠 준다. 점심 메뉴는 밥과 된장국, 연근조림, 동그랑땡, 김치, 멸치 등이다. 더 먹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에게는 음식을 더 나눠준다. “선생님 많이 드세요. 저는 많이 먹어요”라고 교사가 말했지만 기자와 교사는 아이들의 식판과 같은 크기의 식판에 남은 음식을 담아 먹었다. 동그랑땡을 더 먹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에겐 기자의 음식을 나눠줬다. 식사 시간이 끝나갔지만 음식에 손도 안 덴 아이들도 있었다. 기자는 혹여 아이가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고 옆에 앉았다. 그러나 먹여주니 음식을 남김없이 먹었다. 옆에서 다른 아이의 밥을 먹여주던 교사는 “아직 혼자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아직은 3월이라 최대한 기다려주고 있다. 불가피할 땐 음식을 먹여준다”고 말했다.  

◇교사 1명이 15명 책임, 관리 어려워

점심식사 후 아이들은 스스로 양치도 했다. 교사가 이불을 펴면 자신의 자리에 누워 잘 준비를 한다. 교사는 아이들이 잘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는다. 이때 잠을 자지 않는 아이들은 오후 활동 시간에 자는 경우도 있다. 이날은 두 명의 아이가 오후 3시 30분 오후 간식시간에 늦은 낮잠을 취했다. 두 번째 간식은 빵과 스프였다.

아이들이 가장 활발했던 시간은 낮잠 시간 후 2시 30분부터 시행하는 특별활동 시간이었다. 월, 수, 금은 영어와 레고, 화, 목요일은 한글과 수 학습을 진행한다. 다만 교사 1명이 15명을 한 번에 볼 수 없어 7~8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다른 활동을 하도록 한다. 이 담임은 “만3세라도 아직까지 화장실을 가는데 있어서, 밥을 먹는데 있어서 손길이 필요하다. 15명 모두에게 다 많은 관심을 주고 싶지만 어려움이 있다. 아이들도 15번째를 기다려야 하는데 힘이 들 것이다. 비율을 10명 정도로만 낮춰도 수월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보육교사의 하루] 교사 1명, 15명 아이들 돌봐…

오후 4시가 다 되어갈 즈음 시간연장 근무교사가 투입해 아이들과 함께 색종이를 접고 그림을 그렸다. 그러던 중 아이 보호자들이 오기 시작했고, 가방과 외투, 마스크를 챙긴 아이들은 반가운 엄마 손을 잡았다. 담당 교사는 학부모와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 담임은 “아이들이 다치거나 하면 부모님들이 속상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에 대해 부모와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아 잘 풀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5시부터 담임교사는 교실을 청소한다. 유아나 어린이를 돌보면서 그날그날의 일을 적는 ‘보육일지’도 써야 하지만 6시까지 작성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 담임은 “나도 아이가 있다 보니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아이와 시간을 보낸 후 밤 11시쯤 작성한다”며 “교육에 필요한 교구들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 실제 근무시간은 9-6시를 훨씬 초과하고, 주말에도 일을 한다”고 밝혔다.

5시 30분부터 시간연장 대상 전 연령층의 아이들이 한 반에 모였다. 이때 아이들은 보통 저녁식사를 하고, 즐거웠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유선택활동을 한다.

하루 일정을 마친 후 기자는 강 원장과 이 담임에게 가장 힘든 점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인력부족’을 꼽았다. 1명이 15명을 케어하기에 벅차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보조교사로 오는 선생님도 휴게시간까지 4시간 반인데 전 연령층을 도와주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담임은 “주말에 교육을 갔는데 ‘남의 아이 잘 키워놓고 내 아이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라는 말을 들었다. 근무시간이 많다보니 정작 내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는 것이다. 또 연차를 쓰고 싶어도 대체 교사가 구해지지 않으면 당일, 하루 전, 며칠 전엔 사용하기 어렵다”며 “여름 휴가도 1주정도 있는데 부모님들과 협의해서 날짜를 조정한다. 다만 불안정한 근무환경에 계신 어머니들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기 때문에 이럴 땐 휴가지만 당직을 선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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