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의료계 “구속철회, 근본 해결책 정부가 제시해야” 주장

최대집 의사협회장 당선인 “용납할 수 없는 일” 비판

기사승인 2018-04-04 17: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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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발생한 4명의 신생아 사망과 관련 의료진 3명이 4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되면서 의료계가 구속수사 철회 등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3일 이번 사망사건과 관련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조 교수와 박모 교수, 수간호사 A씨, 간호사 B씨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했다.

이에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이환승 부장판사는 조모·박모 교수와 A 수간호사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간호사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앞서 작년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오후 9시 31분부터 오후 10시 53분 사이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사망한 신생아들은 숨진 전날 맞은 지질 영양 주사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돼 있던 탓에 패혈증으로 숨졌다.

경찰은 간호사 2명이 주사제 준비 과정에서 위생관리 지침을 어겨 균 오염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 교수 2명에게는 신생아중환자실 전체 감염 및 위생관리를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조 교수 등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사전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반발하는 의료계 “구속철회” 주장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한 구속과 관련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이대목동사건 대책위 등은 성명과 입장문을 통해 구속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경찰의 수사과장에 의문점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4일 입장자료를 통해 “법원이 신생아중환자실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 3명을 구속한 것은 시스템의 잘못으로 생긴 문제의 책임을 실무진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이대목동병원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의 진료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의사협회는 “지난 1월 경찰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5명을 입건한 이후 가뜩이나 취약한 고위험 신생아 치료에 대한 진료기피 현상을 우려해 왔다”면서 “중환자실 운영은 교수와 전공의 등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진의 상호관계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고령산모가 늘어나며 신생아를 위한 의료인력과 인프라 공급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음에도, 중증 환자를 진료하는 상급의료기관의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인력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3명의 의료진 구속은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실무진을 사태발생의 근본적인 책임자를 만들어 처벌 일변도로 일관하려는 수사행태라고 비판했다.

또한 의사협회는 “이번 구속으로 신생아중환자실의 의료진 공백이라는 악순환은 물론 신생아 미숙아에 대한 전문 진료의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으며, 앞으로 생사의 기로에 있는 중환자에 대한 소신 있는 진료가 어떻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의사협회의 입장이다. 의사협회는 “의료진 구속은 법리적으로도 신생아들의 사망원인이나 어떠한 과실로 사망에 이르렀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인과관계와 범죄에 대한 물증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추정에 불과한 것”이라며 “경찰 수사 종결 시점에서 불구속수사 및 불구속재판이라는 사법의 대의원칙을 훼손할 만큼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안인 점에서 선의(善意)에 근거한 의료행위를 도외시하고 피해감정만을 앞세운 회복 불가능한 처사였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의사협회는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고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전체적인 문제점을 풀어가기 위한 해법을 찾는데도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의대교수협)도 4일 “의료진 구속 수사를 철회하고 감염관리 체계의 근원적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보건복지부 및 범의료계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대교수협은 성명서에서 “무엇보다도 사망한 신생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망 사건은 대한민국의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 묵묵히 진료를 해오던 의료진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기본적인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몇 명의사 처벌로 여론을 얼버무리려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에서 어렵고 위험한 의료행위를 더욱 기피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정부가 그동안 적정한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하지 않았고, 공공의료조차 민간의료기관에 의존하면서도 불합리한 의료수가를 유지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의료기관 평가 등을 통하여 줄세우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의대교수협은 “정부는 이러한 제도를 지렛대로 민간 대형병원의 생존을 겨우겨우 보전해주면서 의료를 통제하고 책임을 회피하였다. 이러한 무책임에 바탕을 둔 대한민국 보험제도의 태생적 모순이 이번 신생아 참사를 야기한 공범”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제시하는 것이 국가와 병원의 의무인데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사태 방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도 없이 단지 개별 의료진의 탓으로 때우려는 의료진 구속 수사는 법리에 맞지 않는 여론만을 의식한 판단”이라며 구속이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의료계 “구속철회, 근본 해결책 정부가 제시해야” 주장◇최대집 의사협회장 당선인 “의료진 구속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차기 대한의사협회장에 선출된 최대집 당선인도 4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 의료계는 충격에 빠졌다. 4월 4일 오늘을 치욕의 날로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며 “이 땅 곳곳에서 중환자를 돌보는 의료인 전체가 구속된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당선인은 “법원은 이번 결정이 법에서 정하는 구속 요건에 부합하는지 설명해야 한다”며 “사건 발생 100여일이 지났고 수사도 종결되는 시점이다. 그런데도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인멸할 증거가 있다면 그 수개월동안 하고도 남았다. 의료진 중 한명은 암환자로 투병중이기까지 하다. 도주의 위험을 물을 수 있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은 기어이 발부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열악한 의료환경과 불합리한 의료제도, 기형적 의료시스템, 그 대전제가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라면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며 “관리감독을 소홀히했다고 한다면 보건복지부와 병원장까지 구속해야 타당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한간호사협회도 4일 입장자료에서 “그동안 입건된 간호사들은 수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증거인멸의 시도도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수간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이는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간호협회는 “향후 입건된 간호사들이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며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유포되는 것에 대하여도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목동사건 대책위도 4일 “감염관리의 총 책임자는 이대목동병원 감염관리실장과 이대목동병원장이며, 이를 감독하는 주체는 보건복지부이다. 총 책임자들은 쏙 빠지고 상대적 약자만을 처벌하려는 현재의 수사방식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책위는 “경찰과 검찰은 의학적,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수사를 통해 납득할 수 있는 감염의 경로를 밝혀내야 한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만이 이와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고, 의료시스템을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라며 “경찰은 수사내용을 조속히 발표하고 더 이상 추정을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 “잘못한 부분 의료계도 반성하고 인정해야”

앞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유가족들은 지난 3일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료진 선처에 대해 “한숨이 나온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유가족 대표인 조성철씨는 지난 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사망한지 석 달이 지났지만 의료계는 단 한번도 자기반성이나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질병관리본부과 국과수 발표 전에는 역학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며 의료진을 감싸더니,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고 그것을 토대로 경찰이 수사를 벌이니 이번에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고의가 아니었으니 이해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환자들은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 의도성이 없는 음주운전이나 교통사고도 처벌을 받는다”며 “더구나 이번 사건은 의료진들이 정해진 지침과 규정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계도 반성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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