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와드] kt의 신구조화…신인은 패기 넘쳤고, 베테랑은 노련했다

기사승인 2018-04-04 21: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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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어와드]는 지난 게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이야기는 없는지 꼼꼼하게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만 25세 베테랑 ‘스코어’ 고동빈과 만 17세 젊은 피 ‘유칼’ 손우현은 한국 나이로 무려 9살 차이가 난다. 한 마디로 세대가 다르다. 하지만 이날 소환사의 협곡에서 만큼은 동갑내기 친구 이상으로 죽이 잘 맞았다. 신인은 패기가 넘쳤고, 베테랑은 노련했다.

kt는 4일 서울 상암 OGN e스타디움에서 열린 SK텔레콤 T1과의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했다. 미드·정글 싸움에서 시리즈 승패가 갈렸다. kt는 1세트를 허무하게 내줬으나, 이어지는 2·3·4세트에 단 한 번도 미드·정글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면서 SKT를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롤챔스 최고참인 고동빈은 경험의 가치를 증명했다. 1세트를 선수 대기실에서 지켜본 고동빈은 팀이 궁지에 몰린 2세트부터 출전해 팀을 캐리했다. 그는 2세트 ‘블랭크’ 강선구(자르반 4세)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카운터 갱킹을 선보이면서 게임 승패를 일찌감치 결정지었다.

넓은 챔피언 폭 또한 베테랑다웠다. 이날 kt는 상대 정글러 강선구의 활동반경을 좁히기 위해 세주아니, 자크, 트런들을 고정 밴 전략을 선보였다. 팔과 다리가 모두 묶인 강선구는 자르반 4세, 카직스 등을 꺼내 들었지만, 이는 고육지책에 불과했다. 그는 유효한 갱킹 상황을 연출하지 못했다.

반면 고동빈은 올라프, 스카너, 그라가스 등 3개 세트에 전부 다른 챔피언을 사용하며 넓은 스펙트럼을 뽐냈다. 또 날카로운 갱킹을 여러 차례 성공시켜 팀의 밴픽 작전이 타당했음을 증명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오늘 3개의 세트 MVP를 독식했다.

[제어와드] kt의 신구조화…신인은 패기 넘쳤고, 베테랑은 노련했다

그와 합을 맞춘 손우현은 10명의 선수 중 가장 화려했다. 긴장한 신인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당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페이커’ 이상혁 앞에서도 전혀 움츠려들지 않았다. 갱킹 상황에서는 과감한 움직임으로 역으로 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개인기뿐 아니라 팀플레이에서도 만점짜리 활약이었다. 탈리야를 선택한 1세트와 3세트에는 날카로운 탑 로밍으로 ‘트할’ 박권혁 상대로 킬을 만들어냈다. 2번 모두 퍼스트 블러드였다.

경기 후 기자실을 찾은 손우현의 말에 따르면 이런 과감한 플레이의 90% 이상이 그의 손에서 결정됐다고 한다. “신인이지만 연습과정에서 팀원들에게 믿음을 심어준 것 같다”는 손우현은 “코칭스태프나, 팀원들도 저한테 그런 부분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빈이 형의 우승 현장을 보는 게 프로게이머 인생 최우선 목표”라는 손우현. 그는 데뷔 첫 시즌부터 큼지막한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올봄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음은 분명하다.

상암│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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