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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용노동부 ‘공익’ 실현, 삼성은 없었다

고용노동부 ‘공익’ 실현, 삼성은 없었다

이승희 기자입력 : 2018.04.06 05:00:00 | 수정 : 2018.04.05 17:21:34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만 해결하려다가 큰 손해를 입는다는 뜻의 속담이다. 애석하게도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전철을 밟는 모양새다.

고용부는 경기 기흥·화성·평택 등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결정했다. 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이 백혈병 사망사고가 난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시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고용부는 ‘공익’을 내세워 이처럼 조치했지만 산재 판명과 관계없는 정보들까지 공개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개되는 자료는 공정순서, 생산시설 구조, 화학제품 모델 이름, 개별장비의 위치 등 모든 정보가 포함된다. 누구든 신청하기만 하면 자료를 받아볼 수 있는 구조다. 공정기술 유출 가능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측도 생산기술 노하우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됐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정보들이 산재 피해자가 아닌 ‘경쟁사’ 및 ‘경쟁국’으로 넘어갈 경우다. 

앞서 중국은 올 하반기 낸드플래시 및 D램 양산을 발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통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바 있다. LCD(대형액정표시장치) 업계들이 중국의 물량 공세에 밀려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것에 비추어볼 때, 반도체 시장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공정 배치 정보가 공개될 경우, 경쟁사는 삼성전자의 공정 설비들이 어떤 흐름으로 설계됐으며 각각의 단계에서 어떤 화학 제품들이 쓰이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 끝에 쌓은 노하우와 기업기밀도 단번에 까발려질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산재 피해자들만을 대상으로 공개하기,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제외한 정보 공개, 산재 피해자들 및 변호인단의 직접 정보 열람 등의 대응책을 제시했으나 고용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산재 피해자들의 억울함 해소 및 보상을 위해서라도 원인 규명은 필요하다. 다만 그와 무관한 정보들마저 최소한의 보호장치 없이 공개해야 한다는 조치는 다소 억지스럽다. ‘공익’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뜻하는 말이지만, 삼성전자의 이익은 찾아보기 힘들다. 피해자들을 위한 보호장치가 ‘보고서 공개’라면 삼성전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응당 마련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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