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생,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기사승인 2018-04-0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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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생,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구 의원은 구 의회의 구성원으로, 지방자치법에 따라 선출되는 선출직이다. 나랏님이 속속들이 살피지 못하는 구의 살림을 챙기고 함께 호흡하는, 소시민들과 가장 밀착해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다. 너무도 당연하게도 이들에게는 구민의 의사를 대변해야할 의무가 있다.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는 커다란 무대와 함께 플랜카드가 내걸렸다. 봄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상인들은 삼삼오오 무대 근처로 몰려들었다. 이날은 이마트가 경동시장 신관 내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을 입점하는 의미 있는 날이었다.

한참 행사가 진행 중이던 마트 내부에 커다란 정당 로고가 그려진 점퍼를 입은 사람 몇몇이 들이닥쳤다. 점퍼 한 편에는 구의원 김아무개니 이아무개니 하는 이름도 적혀있었다. 내부를 둘러보던 이들은 상인들과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매장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빠져나간 건물 3층과 4층은 도색이 벗겨지고 녹이 슨 철골 등이 드러나있었다. 오래된 간판과 먼지 쌓인 창틀은 을씨년스러웠다. 마트가 들어선 2층을 제외하고는 화장실을 찾기 어려웠고, 그마저 본관의 경우에는 남·여가 화장실을 함께 사용해야했다. 휴지가 없어 고객들은 근처 상점 등에서 휴지를 구입하거나, 음식점에서 미리 휴지를 가져와야했다.

의외로 이유는 간단했다. 이용객이 많아 휴지소비량이 많은데 이 수요를 경동상인회에서 자체적으로 부담해야하기 때문이었다. 화장실 한 켠에는 휴지를 걸어놓는 것이 부담이 돼 양해를 바란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구·시청에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는 글귀도 눈에 들어왔다.

경동시장 신관·본관·별관 내부 리모델링도 마찬가지다. 매장이 들어선 2층이나, 추후 허가가 나는 대로 청년몰로 꾸며질 3층은 이마트가 환경개선에 나선다. 그러나 경동시장 신관이 아닌 ‘경동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손 대야 할 곳이 너무도 많다.

시장 바닥은 빗물이 고여 웅덩이가 생겼으며 안암동으로 이어진 왕복 6차선 도로 중 인도와 인접한 차선은 기능을 상실했다. 어르신들이 손수레를 끌거나 자전거·오토바이를 주차해두기 때문이었다. 차량이 몰리는 출근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정체는 계속됐다. 그간 재래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돼왔던 위생·주차·교통 모두 그대로였다. 제기동과 제기약령시장 인근 주차·교통 문제는 수 년 전부터 지적돼왔다.

1960년 처음 개장한 경동시장은 현재 730개 점포가 들어서있다. 유동인구도 5만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주 고객 연령층이 50대~70대인 고령화 시장이다. 전체 시장 공실률은 10% 정도이나 2~3층 공실률은 평균 50%에 달하는 기형적인 인구피라미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젊은 고객과 신규고객이 부족하다는 것은 ‘천천히 망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동시장 상인들은 이마트가 기존 전통·재래시장과 함께했던 상생스토어를 둘러보고 이마트 측에 직접 입점을 제안했다. 생존을 위한 결단이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기업과 시장 상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그들은 상생 스토어를 입점시켰고 선순환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금도 삶의 터전에서 노력하고 있다. 제도적인 부분은 시와 구를 대변하는 구의원들의 몫이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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