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품격'과 '갑질' 사이…다산신도시 '택배 전쟁'

'품격'과 '갑질' 사이…다산신도시 '택배 전쟁'

기사승인 2018-04-10 15: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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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신도시’가 연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분양 관련 내용인가 싶겠지만, 아닙니다. 아파트 단지 내 들어오는 택배 차량이 문제입니다. 

다산 신도시는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공공주택지구입니다. 2,713,716m²(약 83만평)에 3만1892세대가 사는 아파트 단지죠. 이 단지 내 일부 아파트 주민이 택배 차량 진입을 막으면서 논란은 시작됐습니다. 택배 기사들이 물건을 경비실에 맡기거나 단지 앞에 쌓아두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택배 차량 통제협조문’을 부착, 안내했는데요. 그 내용이 조금 껄끄럽습니다. 특히 택배기사와 마찰이 생길 경우를 대비한 입주민 대응법이 그렇습니다. 

-택배사가 현재 정문으로 (물건을) 찾으러 오라고 전화·문자를 한다면 이렇게 대응하세요.

=“정문과 동문 주차장 주차 후 카트로 배달 가능한데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 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

-아파트 출입을 막아 반송하겠다고 하면 이렇게 대응하세요.

=“택배기사님들 편의를 위해 지정된 주차장이 있고 카트로 배송하면 되는데 걸어서 배송하기 싫다고 반송한다는 말씀인가요. 그게 반송 사유가 되나요?”

[친절한 쿡기자] '품격'과 '갑질' 사이…다산신도시 '택배 전쟁'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택배기사를 상대로 갑질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상대를 배려하지도 않으면서 품격을 따진다’ ‘2500원의 값싼 택배비용을 내면서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 등의 내용이 주를 이었죠.

답답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지난 3월 해당 아파트에서는 후진하던 택배 차량과 입주민 모자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주민들은 ‘입주민 안전 확보’를 이유로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게다가 해당 아파트단지는 지상에 차가 없는 ‘공원형 단지’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소방차 등 긴급차량을 제외한 방문·주민 차량은 지하로만 통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택배기사들의 입장도 녹록지 않습니다. 다산 신도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은 층고가 낮아 택배 차량이 진입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기사들은 아파트 정·후문 또는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후 물건을 일일이 옮겨야 하죠. 신도시 일대 초기 택배 물량 대부분은 부피가 큰 가구와 가전제품이어서 손으로 운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갈등이 깊어지고 있지만, 행정 당국은 손을 놓은 상태입니다. 아파트와 택배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논의해 해결할 문제라는 것입니다. 결국, 택배사 측은 해당 아파트단지를 ‘택배 불가 지역’으로 지정하고 배송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상생을 위한 협의는 정말 어려웠을까요. 논란의 결말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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