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한방톡톡] 부들부들, 화 참으면 병난다

가슴 답답함, 무기력, 우울감, 분노까지…침, 한약, 명상으로 '열' 내려

기사승인 2018-04-17 0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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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기자의 한방톡톡] 부들부들, 화 참으면 병난다

스트레스를 받은 후 가슴이 답답하고 시도때도 없이 화가 난다면 화병(火病)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의 병이라고도 불리는 ‘화병’은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할 길이 없는 경우에 생기는 각종 정신적 증상, 신경증, 신체질환을 통틀어서 화병이라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답답함과 무기력이며, 간헐적으로 분노 폭발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가부장적 사회분위기 탓에 중년층 이상의 여성에게 많이 나타났었는데요. 최근에는 화병 발병연령이 젊어졌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화병(질병코드:U222 화병(火病))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가 6년 사이에 53% 증가했습니다. 특히 20~30대 남성 발병률이 2011년 387명에서 2016년 846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청년층의 주요 발병원인은 취업, 결혼, 직장생활 등 과도한 스트레스 환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종우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는 “최근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는 5포 세대도 모자라 이제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면서 “청년들의 화병 증가는 취업난, 빈부격차, 극심한 경쟁문화 등에 따른 현대사회의 청년문제와 맞닿아 있다. 젊은 환자들은 주로 직장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화병이 발병하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마음의 갈등을 많이 호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종우 교수에 따르면 답답함, 무기력 등 화병 증상이 반복되면 고질적인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답답함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의욕 상실, 무력감을 호소하며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욕설, 폭력, 심한 짜증 등 분노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화병은 우선 침치료와 약물 치료를 통해 신체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방치료를 통해 억누를 수 없는 화와 분노, 그리고 답답함이나 숨이 차는 양상 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가슴에 뭉친 기를 풀어주는 방법 ▲열을 가라앉히는 방법 ▲위로 올라간 화와 아래로 내려간 한랭의 기를 순환시키는 방법 ▲날카로운 신경을 안정시키는 방법 등을 고려해 치료에 임해야 하는데요. 침치료는 가슴에 뭉친 기운을 풀어주는데 가장 효과적이고, 약물요법(한약)은 지속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열을 내려주는데 필요한 방법입니다. 

스트레스 환경에 대한 개선도 무척 중요합니다. 증상의 개선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게 되면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과 대화를 가지고 환경을 고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참고 지내는 생활이 결코 병을 낫게 해주진 않기 때문입니다. 명상 훈련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제공해 초조하고 불안함을 안정시키고, 분노하는 나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통제와 조절을 통해 화병을 극복하게 됩니다.

김 교수는 “화가 날 때에는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한 후 그 내용을 솔직하게 분명히 상대방에게 털어놓는 등의 훈련이 중요하다”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본인만의 대안을 가지고 분노상황이 생길 때마다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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