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은 달라요…여성청결제, 성인용품 안전관리는?

생식구조상 화학물질 흡수율 높아…혼합된 보존제 성분 검출

기사승인 2018-04-26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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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청결제, 성인용품 등 여성 생식기관에 밀접하게 닿는 용품들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일부 여성청결제 중에는 발암물질인 ‘파라벤류’를 포함해 여러 보존제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는데, 여성 생식기관의 경우 신체 내 흡수가 잘 된다는 특징이 있어 이에 대한 위해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경호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여성용품 안전관리 실태 및 개선방안-안전을 넘어 안심을 위한 여성용품 관리방안은 무엇인가’ 제2회 식품·의약품 안전 열린포럼에서 ‘여성용품에서 유래될 수 있는 위해물질 안전관리 제언’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꼬집었다.

최경호 교수는 “생리대, 탐폰, 팬티라이너 등 생리용품과 여성청결제는 여성 생식기에 직접 접촉하는 제품들이다. 특히 여성청결제 사용은 2010년에서 2016년 사이 연간 18% 증가하고 있으며, 10대 이상 여성 71%가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성의 생식기는 피부 구조상 화학물질 노출에 취약하다. 최 교수에 따르면 여성의 생식기는 상피구조가 다르고 각화성 피부보다 높은 침투성을 보인다. 지난해 과학동아에서 여성청결제를 사용하는 여성 6명의 소변 성분을 분석한 결과, 소변의 일부 화학물질 농도가 제품 사용 전에 비해 2~3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그는 화장품 전성분표기제 관리실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화장품은 전성분표기제를 실시한다. 여러 물질이 함께 쓰이는 경우, 비의도적 함유물질 등에 대해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 봐야 한다”면서 “부산지역 10대 이상 여성 500명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 69개 중 화장품 사용 기준이 마련된 보존제 59종에서 동시분석이 가능한 22종을 선정했다. 그 결과 기준초과제품, 전성분표시가 되지 않은 물질 등이 검출됐다. 또 제품 중에는 여러 보존제가 중복사용됐는데, 가장 흔한 조합으로는 파라벤류와 페녹시에탄올, 포타슘소르베이트와 소듐벤조에이트였다. 여성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화장품으로 분류가 되지 않은 여성위생용품 관리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화장품은 아니지만 여성위생용품과 유사하게 생식기계에 직접 접촉하는 제품들도 관리를 해야 한다. 일반의약품과 성인용품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최근 오픈마켓 등에서 성인용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덴마크에서 시행한 조사 결과 성인용품 중에는 중국산이 대부분이었고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었다. 성인용품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성인용품이 유해물질 노출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정부 통계와 성인용품 산업 관리가 미비하다. 성인용품 판매업 관계자들이 성인용품 산업 관리 주무부처와 관리, 감독기관이 마련되길 바라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누가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는지, 여성청결제를 표준적으로 사용할 때 얼마나 흡수되고 영향을 미치는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보존제 혼합노출에 대한 안전관리 지침 마련, 제품 중심이 아닌 노출 대상(생식기)을 중심에 둔 안전관리도 실시돼야 한다”면서 “일반의약품과 성인용품에 대한 안전관리도 여성청결제와 같은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비자가 바라는 여성용품 안전관리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안정희 한국YWCA연합회 부장은 “부산지역 10~50대 여성 500명 설문조사 결과, 여성청결제가 화장품으로 분류되어 시판되고 있는 것을 아는 여성은 39%였다. 합성화학물질이 포함된 것을 아는 사람도 39%에 불과했다. 일부 여성청결제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31% 정도”라고 토로했다.

여성의 몸은 달라요…여성청결제, 성인용품 안전관리는?

 

안정희 부장은 “여성들은 성분에 관한 내용이 어려워서 청결제 성분표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해성, 독성에 관해 찾아볼 수 있도록 그림문자 등 쉬운 방법으로 성분표시, 주의사항, 사용법에 대해 표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유종우 국립암센터 자궁암센터장은 “여성 생식기는 외음부와 질, 자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외음부는 청결제와 직접 닿는 부분이다. 질은 실제로 튼튼한 기관으로 암 발생률이 매우 낮다. 다만 액체 성분의 세정제가 닿았을 때는 흡수율이 높아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들은 생리대나 여성청결제가 암을 유발한다는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임상실험이 없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장준기 화장품협회 상무는 “여성청결제는 지금 과학수준에서 가장 안전한 상태로 만들어진다. 모든 보존제에는 독성이 있는데, 미생물을 제어하는 물질이라 위해성이 있다. 보톡스도 마찬가지이다. 맹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주름을 펴는 보톡스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준기 상무는 “정부는 이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기준도 참고해 지속적으로 안전기준을 업데이트한다. 특히 화장품은 국제적 무역이 활발한 물품이라 더욱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면서 “보존제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제품 품질을 보존하는 거라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이 없다. 다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준 내에서 최소량을 넣는다”고 설명했다.

장 상무는 “보존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미생물이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보존제 성분 한 가지보다는 두세 가지를 섞었을 때 적은 양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혼합 사용 시 위해평가가 없는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업계에서는 안전하다고 믿는 기준 내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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