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이경 “코미디가 이렇게도 먹히는구나… 기회 되면 한 번 더 할래요”

이이경 “코미디가 이렇게도 먹히는구나… 기회 되면 한 번 더”

기사승인 2018-04-27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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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20~30대 젊은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 드라마였다. 시트콤 기반의 코미디가 20회 내내 펼쳐지는 만큼 여섯 명의 배우들 호흡이 생명이었다. 대부분 이제 막 이름을 알려가기 시작한 배우들이었지만 누구 하나의 연기력, 존재감도 뒤처지지 않았다. 덕분에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인 배우를 한 명만 꼽으라면 대부분 이이경을 언급하지 않을까. 그의 분량이 많거나 코믹한 장면이 많아서가 아니다. 이 작품이 마지막인 것처럼 온몸을 던져 연기하는 그의 태도가 시청자에게도 전달된 것이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제작발표회에서 “스태프 중에 한 분이 ‘이 친구의 유작인가’라고 얘기했을 정도”라고 말한 것은 허풍이 아니었다.

최근 서울 논현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이경은 드라마 속 모습과 달리 웃음기 없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감기가 걸렸다며 아무렇지 않게 휴지를 코에 말아 넣는 등 웃기려고 하는 것인지, 평소 모습인지 알 수 없는 예측불가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이경은 ‘으라차차 와이키키’ 초반에는 시청자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제가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준비를 못했거든요. 혹시 불편하시지 않을까, 과하게 보지 않으실까 생각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 더 디테일하게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분장도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어요. 감독님이 2회에서 끝내야 한다고 한 번에 500만 원이 드는 특수 분장을 두 번이나 했어요. 팔에도 직접 털을 다 붙였고요. 이 정도로 디테일한 분장이면 보시는 분들도 드라마에 더 다가가실 것 같더라고요. 덕분에 뒤로 갈수록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초반엔 감독님이 ‘나 믿고 해’라고 자신감을 심어주셨죠.”


이이경은 전작인 KBS2 ‘고백부부’에서도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고백부부’와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조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고백부부’는 주인공의 감정이 주가 됐기 때문에 코미디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이었다. 반면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완전한 코미디였다. 이이경은 수개월 동안 코믹 연기를 소화한 소감을 전했다.

“이제 코미디 장르를 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 친구가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정도죠. 예전부터 김휘 감독님을 비롯해서 주변 감독, 작가님들이 ‘넌 코미디를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제가 갖고 태어난 저만의 호흡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어요. 전 말도 많은 편이 아니고 목소리도 저음이거든요. 이번에도 준기를 연기할 때 억지로 대사 톤을 올려야 했어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코미디 연기에 자신감이 생긴 건 맞아요. 코미디가 이렇게도 먹히는구나 생각했죠. 코미디는 계속 이전 것을 뛰어넘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다음 연기에 대한 부담감도 있어요. 그래도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걸 연기한다는 게 만족도가 높거든요.”

이이경은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여러 번 꺼냈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어떤 연기자가 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자신의 꿈도 어떤 배우가 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쿠키인터뷰] 이이경 “코미디가 이렇게도 먹히는구나… 기회 되면 한 번 더 할래요”

“전 어린 친구들을 만나고 꿈이 뭐냐고 물어봐요. 너무 슬픈 건 어린 친구들이 꿈을 직업으로 얘기하더라고요. 물론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배우가 되고 나서 내 꿈이 끝인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죠. 꿈이 없으니 내가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요. 그래서 직업 앞에 ‘어떤’이라는 수식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꿈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었죠. 전 배우 앞에 ‘행복을 줄 수 있는’, ‘열정을 심어줄 수 있는’이라고 작품마다 다른 수식어를 붙여요. 관객,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줄 수 있는 게 제 목표이자 꿈이거든요.”

이제 막 촬영을 마쳤지만 쉴 틈이 없다. 이이경은 MBC 드라마 ‘검법남녀’에 캐스팅돼 형사로 변신한다. 지난 25일 방송된 KBS2 새 드라마 ‘슈츠’에도 카메오로 얼굴을 비췄다. 다른 작품에서 그를 본 시청자들이 웃지 않을 연기를 펼치는 것이 목표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한 없이 잘 놀다간 좋은 한 판이었어요. ‘잘 놀다갑니다’ 하는 느낌이죠. 정말 마음껏 했고 현장에서 후회 없이 뛰어놀았거든요. 이번에 시작하는 ‘권법남녀’는 ‘으라차차 와이키키’와 반대되는 느낌의 드라마예요. 조이는 맛도 있고 제 역할이 줘야 하는 것도 분명하죠. 제 작은 목표는 차수호 경위를 보고 준기가 떠오르지 않게 하는 거예요. 웃지 않아야 할 장면에서 웃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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