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보수라는 이름으로

보수라는 이름으로

기사승인 2018-05-03 12: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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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적인 전통 가치를 옹호하고, 기존 사회체제의 유지와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정치이념. 사전에 등록된 ‘보수주의’의 뜻은 이렇습니다. 정치 이념은 관점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보수든 진보든 나라 발전을 위해 존립한다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수주의는 어떤 의미를 띠고 있을까요. 여기 두 보수 정당 대표를 보면 얼추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일 ‘막말’ 신기록을 경신중인 그가 이번에는 ‘빨갱이’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남북 정상이 만나 종전 선언을 합의한 마당에 이 무슨 색깔론인가 싶겠지만, 당사자가 홍 대표라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죠.

홍 대표는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경남지역 6.13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당 관계자에게 “창원에 빨갱이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비판한 홍 대표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보고 한 이야기입니다. 이후 홍 대표는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문제로 걸핏하면 좌파들이 시위했다. 오늘도 회의장 앞에서 누군가 시위하길래 ‘창원에서 도지사 할 때도 저랬다. 창원에는 빨갱이가 좀 있지’라고 말했다”며 “경상도에선 반대만 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끼리 농담으로 ‘빨갱이 같다’고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누구도 웃지 못할 농담이라. 글쎄요.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존중해야 하는 게 민주주의 사회라지만, 가끔 이런 궤변과 막말은 듣기 고통스럽습니다. 그것도 제1야당 대표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자괴감이 들기도 하죠. 게다가 닳고 낡은 빨갱이 프레임, 이제 너무 진부하지 않나요.

[친절한 쿡기자] 보수라는 이름으로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어떨까요. 지난달 28일 서울역에서 열린 제56차 태극기집회. 조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부정하며 문 대통령을 향해 “핵 폐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고 이런 미친 XX가 어디 있냐”고 욕설을 뱉었습니다. 이어 “정신이 없는 인간 아니냐. 미친X 아닌가”라면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없애고 사회주의 혁명, 공산주의로 가고자 하는 문재인을 몰아내자”고 주장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해서는 “대통령 부인이라는 사람이 뭐가 그리 할 말이 많냐”면서 “좀 조숙하든지 대통령 옆에서 나불나불거린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조 대표와 비교하면 홍 대표는 양반이라 해야 하는 걸까요. 비판이 커지자 조 대표는 “욕설 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상황은 쉽게 정리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조 대표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요. 더불어민주당은 3일 오후 조 대표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입니다.

보수는 중요한 이념입니다. 전통 보전이나 안정성 추구는 나라 발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가치죠. 보수의 발전 그리고 진보와의 균형·융화가 잘 이루어져야 건강한 정치 환경이 조성될 테고 이는 곧 국민 생활의 질을 결정할 겁니다. 물론, 두 명의 인사가 대한민국 보수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1야당, 보수정당 대표라면 상징성을 띄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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