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몰 군산에서 벌어지는 골목상권 다툼을 보며

기사승인 2018-05-0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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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롯데몰 군산에서 벌어지는 골목상권 다툼을 보며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선언하며 일어난 일련의 사태 때문에 군산은 '고용위기지역'으로 선포된 도시다. 그런데 군산에서 새로 오픈한 쇼핑몰도 영업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또 한 번의 고용 위기 상황이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이다. 주변 소상공인 단체가 들고 일어나면서부터다. 바로 롯데몰 군산 이야기다. 

최근에는 골목상권과의 합의가 없으면 아예 시로부터 쇼핑몰 허가가 나지 않는다. 롯데는 이미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상권영향을 평가하고 지역협력 계획까지 제출해 쇼핑몰 허가도 났고 건설도 완료됐다. 이미 2016년 군산시소상공인협동조합에 20억원의 출연으로 1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의 합의를 마치고 오픈 준비를 실시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일반적인 상황과 비슷하다. 

문제는 이 군산시소상공인협동조합 외에도 협상해야 할 2개의 단체가 더 생겼다는 점이다. 롯데와 합의된 이 협동조합에서 탈퇴한 조합원들이 군산시어패럴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이 업체들은 절반 정도가 롯데몰에 입점하며 불만이 어느 정도 무마됐다. 

그런데 보세의류를 취급하는 군산시 의류협동조합은 그동안의 상생협약과 무관한 업체로 롯데몰의 개점을 반대하고 있다. 이 단체가 사업조정을 신청하면서 이미 영업을 시작한 롯데몰은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됐다. 중기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과의 갈등이 빚어지자 롯데몰 군산점에 대해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린 상황이다. 

문제는 소상공인들의 요구다. 이들은 롯데몰 군산점의 개점을 3년 연기하거나 소상공인을 위해 26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 조성을 요구했다. 롯데는 상생펀드 조성은 지역 규모에 비해 과한 규모라는 입장이다. 또 이미 한번 소상공인 단체와 합의를 했는데 또 한 번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지도 의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미 롯데몰 군산점 직원은 85%가량이 군산 지역 주민들로 충분한 상생을 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이것이 최근 유통업체가 부딪치고 있는 딜레마 중 하나다. 골목상권의 입김이 세지면서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상인들과 어떻게 합의하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심지어 이번 중기벤처부의 권고대로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이행명령이 내려지며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  

물론 대형 유통업체는 지역 상인을 고사시킬 수 있어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가 들어서기 전 주변 상인들과 협의를 거치게 된 것이다. 지역 안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유통업체가 지역주민과 지역상인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럼에도 관건은 '정도'다. 어느 정도까지 허락하느냐는 것이다. 이번 사건처럼 2개, 3개의 지역단체가 계속해서 조직될 경우 유통업체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는 자칫하면 골목상권의 '갑질'로도 비춰질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골목상권이 배려받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만, 도를 넘어서는 것은 모두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이미 소비자들도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소비자단체인 컨슈워치는 지역 소상공인만 편드는 중기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골자는 마트가 좋을지 소상공인이 좋을지는 소비자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중기부가 군산지역 소비자에게 소상공인을 위해 희생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미 롯데몰 상암점 등도 지역상인과의 갈등으로 5년째 표류하고 있다. 해당 지역과도 조금 떨어진 망원시장 상인들이 롯데몰에 반대하면서다. 이 역시 소비자인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이 적당한 선이며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인지, 잘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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