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MBC는 변하지 않았다” ‘전참시’의 어묵 합성 논란

“MBC는 변하지 않았다” ‘전참시’의 어묵 합성 논란

기사승인 2018-05-09 11: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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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MBC는 변하지 않았다” ‘전참시’의 어묵 합성 논란

오랜만에 반갑지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MBC 방송 도중 이해할 수 없는 CG 자료 화면이 등장한 것이죠.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지난해 장기 파업 끝에 새로운 사장이 탄생한 MBC이기에 문제는 더욱 큽니다.

문제가 된 방송은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입니다.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점점 시청률이 상승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5일 방송에서는 어묵을 먹는 방송인 이영자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최근 그녀가 음식과 관련해 화제를 모았기 때문일까요. 제작진은 이영자의 모습을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과 함께 자사 뉴스 화면과 합성해 방송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말도 이영자가 하면 뉴스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희화화해 웃음을 유도한 것이죠.

논란은 해당 뉴스 장면이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 특보로 드러나면서 시작됐습니다. 세월호와 어묵이 한 장면에 등장하면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죠. 이는 과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어묵으로 조롱한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기 위해 이 같은 합성을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죠.

논란이 커지자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은 9일 오전 보도 자료를 통해 “세월호 피해자 가족 여러분과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작진 측은 “해당 뉴스 화면은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은 것”이라며 “편집 후반 작업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사용하게 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 이 점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과 함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어 “해당 화면은 방송 중 관련 사실을 인지한 뒤 곧바로 모든 VOD 서비스를 비롯한 재방송 등에서 삭제 조치했다”며 “해당 화면이 선택되고 모자이크 처리되어 편집된 과정을 엄밀히 조사한 후, 이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 또한 앞으로 자료 영상은 더욱 철저히 검증하여 사용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그동안 MBC에서 일어난 일베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9월 MBC ‘뉴스투데이’의 코너 ‘연예투데이’는 ‘방탄소년단 소속사, 편법 마케팅 논란’ 뉴스를 다루며 일베에서 탄생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실루엣 사진을 사용해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MBC는 사과의 뜻을 전하고 “각별히 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13년에도 ‘기분 좋은 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화가 밥 로스를 합성한 일베 사진을 사용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2014년 ‘섹션TV 연예통신’에서도 배우 차승원의 아들 차노아의 친부 관련 소식을 전하며 노 전 대통령의 검은 실루엣 사진을 사용했죠.

지난해 MBC는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장기 파업의 여파로 김장겸 전 사장이 물러난 자리에 최승호 사장이 부임했죠. 이전과 다른 MBC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일이 반복되고 말았습니다. 제작진의 빠른 사과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겠죠. 그동안 사과와 사고를 반복한 만큼 이전보다 더 철저한 조사,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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