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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네이버,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네이버,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승희 기자입력 : 2018.05.12 05:00:00 | 수정 : 2018.05.11 17:14:12

진퇴양난(進退兩難).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처지를 일컫는 말이다. 현재 네이버의 상황이 딱 그렇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이후 네이버가 상황을 해결하고자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지만 쉽지 않다. 흡사 늪에 빠진 모양새다. 

네이버는 9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3분기부터 모바일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급상승검색어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뉴스는 두 번째 화면으로 넘어가고, 실시간 검색어도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숨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는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매체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까지 받아들인다. 인링크에 남기로 한 언론사들에는 뉴스와 댓글 편집권을 넘기고, 언론사별로 원하는 댓글 정렬 방식 시스템을 제공한다. 기술을 제공하는 플랫폼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겠다는 취지다.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이다.

이는 그간 시민단체 및 정치권에서 제기되어 온 제안을 대부분 받아들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정치권은 아웃링크를 ‘만병통치약’처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네이버에 요구되어 온 개편안을 대부분 받아들인 결과에 간담회장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네이버의 자성에도 비판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아웃링크가 만병통치약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사용자들은 이르면 7월부터 달라진 네이버의 UI(User Interface,  디지털 기기를 작동시키는 명령어나 기법을 포함하는 사용자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습관처럼 첫 화면에서 뉴스를 클릭해왔던 이들은 개편 후 뉴스를 찾기 위해 손가락을 한 번 더 움직여야 한다. 소비자가 소비하는 콘텐츠는 동일하지만 움직임이 한 단계 더 추가된 셈이다.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질 게 당연하다.

아웃링크로 전환된 매체의 기사를 구독할 시 많은 광고로 인해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질 것이다. 소비자는 뉴스를 읽기 위해 광고를 없애기 위한 팝업창을 일일이 클릭해야 한다. 조그만 스마트폰 액정에서 ‘X’ 버튼을 누르려다 도리어 광고 창을 열게 되는 일도 빈번할 것으로 여겨진다. 

인링크에 남아있는 매체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인링크 방식을 취한 매체는 각자 댓글 정렬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어떤 댓글은 공감순으로, 어떤 댓글은 최신순으로 정렬되어 있게 된다. 일치하지 않는 정렬방식 속에서 소비자는 하나의 이슈에 대한 주된 의견, 즉 여론을 확인하고자 매번 댓글 방식을 확인하는 수고를 견뎌야 한다. 

앞서 언급한 모든 일은 약간의 상상만 보탰을 뿐 3분기부터 이용자들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다. 네이버가 그동안 쌓아온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가 무너지면서 최악의 경우 이용자가 뉴스 소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심화될 뉴스 소비의 ‘편향성’도 문제다. 네이버에 따르면 3분기부터는 네이버가 아닌 인공지능(AI)이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를 편집, 제공할 예정이다. 뉴스도 콘텐츠인 만큼 소비자 취향에 맞는 뉴스만 제공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와 교류할 장이 사라지는 셈이다. 뉴스가 공적인 영역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네이버가 정치 성향의 편향성을 극대화한다는 비판을 피해 가지 못할 듯 싶다. 

네이버는 간담회에서 뉴스 서비스 개편 후 소비자의 반대가 심하다면 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못을 박았다. 무수히 많은 플랫폼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불편함을 야기한다면 소비자는 미련 없이 타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국내 1위 포털인 네이버지만 소비자에게 외면당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댓글 조작 사태로 인한 비난에 급히 내놓은 개편안이 과연 이용자에게도 좋은 방안일지는 따져봐야 한다.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해서 모두 없애버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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