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 '신세계'가 생각나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기사승인 2018-05-1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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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화 '신세계'가 생각나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영화 신세계에서 경찰 강과장(최민식)은 골드문 정청(황정민)을 만나 "싹 밀면 뭐하냐. 어차피 또 그 자리를 다른 새끼들이 치고 들어올텐데. 그냥 주제파악 잘 하고 말만 고분고분하게 잘 들으면 돼"라고  말한다. 기업이 경찰 말을 잘 들으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과장은 골드문 차기 회장 임명에 개입한다. 그 작전명이 바로 '신세계'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기존 미래전략실과 다른 새로운 그룹 컨트롤타워를 구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 미전실은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때 국회의원들의 비난을 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청문회에서 김 위원장도 참고인으로 나와“삼성그룹의 의사결정은 각 계열사의 이사회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미래전략실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우 무리한 판단을 하게 되고, 심지어는 불법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컨트롤타워의 ‘새로운 형태’는 유럽식 ‘듀얼 어프로치’ 방식이다. 듀얼 어프로치는 그룹에 비공식적인 의사결정 조직을 만들고 여기서 결정된 사항을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다시 리뷰하고 승인 절차를 가지는 방식이다. 기존 미전실과는 다른 방식이며 기업 경영의 투명성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전속고발제 등 막강한 권력을 가진 공정위의 장이 한 기업을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최소한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메시지를 늦어도 연말까지는 내놔야 할 것"이라고 부담을 주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충고라도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실례로 김 위원장이 그렇게 강조하던 현대자동차 그룹 지배 구조안이 나왔다. 이 지배 구조안에 김 위원장은 만족스럽다는 평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대차는 엘리엇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 경쟁해도 모자를 판에 미국 헤지펀드와 싸움을 버리며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영화 신세계에서 정쳥역을 맡은 황정민이 경찰 강과장(최민식)에게 축구장에서 만나 이같은 말을 한다.

"이쯤에서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하게 놔둡시다. 예? 너무 깊게 개입하시는 거여."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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