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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버닝’ 청춘의 무력감과 분노는 어디에서 오는가

‘버닝’ 청춘의 무력감과 분노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준범 기자입력 : 2018.05.17 08:00:00 | 수정 : 2018.05.17 01:26:51


인물의 무력감이 관객에게까지 전해지는 영화다. 무엇이 진실인지 확인할 수도 없고, 그 진실로 인해 이야기가 전개되지도 않는다. 안개가 낀 듯 답답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영화의 전개에 힘없이 끌려갈 뿐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종수(유아인)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종수는 배달 아르바이트 도중 어릴 적 파주에서 같은 동네에 살았던 해미를 만난다. 해미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종수와 달리, 해미는 종수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눈치다. 해미는 아프리카 여행을 갈 거라며 그동안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돌봐달라고 종수에게 부탁한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해미는 케냐 공항에서 만난 벤(스티브 연)을 종수에게 소개해준다. 가까워진 세 사람은 서로의 집을 방문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벤은 해미가 잠든 사이 종수에게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를 고백한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불친절해진다. 종수가 시선을 따라 직접 겪는 일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할 내용은 없다. 하지만 종수가 찾는 것이 진실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 그가 보는 것은 사람과 사물에 대한 표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이면을 확인하지 못하는 종수를 지켜보는 관객들까지 혼란스러워진다. 가시가 걸린 듯 어딘가 신경 쓰이는 기분은 영화가 막을 내려도 해소되지 않는다.

“청춘의 무력감과 분노를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사회가 왜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지 등 청년의 입장에서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사회를 영화적 은유로 펼쳐냈다. 극 중 종수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의심한다. 그 태도는 지금 청년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영화를 보는 관객의 태도와 닮았다. 모든 것을 잃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청년은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세 명의 주연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영화다. 배우 유아인이 극 전체에 중심을 잡고 전종서와 스티브 연이 마음껏 뛰어노는 느낌이다. 신인 배우인 전종서와 한국계 미국 배우인 스티브 연의 대사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전종서의 표정과 몸짓은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고, 스티브 연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독특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1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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