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아시안게임 e스포츠 출전 위해 하나로 뭉쳤다

기사승인 2018-05-24 16: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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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카드] 아시안게임 e스포츠 출전 위해 하나로 뭉쳤다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아시안게임)의 남북단일팀 구성이 체육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 못지않게 젊은층 사이에선 국내 e스포츠 선수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시범종목일 뿐이지만 종주국이 빠져서야 되겠냐는 비판의식이 바야흐로 보수적인 행정마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시범종목 입성 소식이 전해졌지만 종주국격인 한국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지난해 대한체육회에서 제명되며 대표팀을 선발할 토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단일 e스포츠 종목단체인 한국e스포츠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대회 출전을 위한 방안을 강구했다. 민주당 조승래 의원 등 정계에서도 유관기관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일단 대회 출전의 길을 열자는 게 이들의 공통된 뜻이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 19일 e스포츠협회의 준회원 가입 요건을 1개 시·도체육회 가입으로 완화했다(가입탈퇴규정 제5조 2항). 체육회는 지금껏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이 같은 선수선발 요구를 받은 적이 없지만, 들끓는 여론의 상황을 고려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다만 형평성을 고려해 모든 아시안게임 시범종목 단체는 1개의 시·도체육회 산하 지회를 보유해야만 준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e스포츠협회는 전국을 뛰어다니며 시·도체육회 가입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5월 초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았다. 기대를 모은 몇몇 시·도체육회가 e스포츠협회의 가입을 반려했다. 매체들은 아시안게임 출전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한 e스포츠 관계자는 “협회 관계자들이 주말, 휴일을 가리지 않고 시·도체육회 가입을 위해 뛰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결국 문체부에 대한체육회,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협회의 시·도체육회 가입을 도왔다. 다행히 최근 2개의 지방 시·도체육회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협회는 어제(23일) 대전광역시 시·도체육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오늘 내일(24~25일) 중으로 논의를 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력 시·도체육회는 “진중한 고려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요구한 시기(5월 중)를 맞추긴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사전에 게임 개발사와 논의해 선발계획을 짰다. 위닝 일레븐, 펜타스톰 등 생소한 종목은 보다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지만 대한체육회 입성만 허가되면 선수 선발에 차질은 없을 거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이번 ‘소동’으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한국은 그간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인프라에 소극적이었다. 이번 사태 역시 부실한 기반과 체계에서 비롯됐다.

협회가 체육회 가입에 애를 먹은 것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일까? 체육회 관계자는 “그게 사실이면 어떻게 (e스포츠협회가) 준가맹까지 올라왔겠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협회가 종목단체로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게 팩트”라고 꼬집었다. 협회의 종목단체 가입을 반려한 한 시·도체육회 관계자 역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결단코 없었다”고 못 박으며 “협회가 지회를 운영 중이지만 구색만 갖췄을 뿐 생활체육을 위한 노력이 엉성했다”고 말했다.

가입이 유력한 대전체육회도 이번 통과가 ‘임시적’ 조치임을 강조했다. 대전광역시체육회에서 정한 회원단체 가입 및 탈퇴 규정 제3조에 따르면 정회원단체는 4개 이상 자치구 종목단체가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협회는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가입이 성사되더라도 ‘인정단체’에 머문다. 대전시체육회는 인정단체에 대해 당해 단체의 대표성만을 한시적으로 인정하고 권리의무 관계는 부여하지 않는다. 대전시체육회 관계자는 “정회원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언제든 (인정단체가) 해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은 결승선이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근래 하계올림픽에 e스포츠를 추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그렇다면 그 주도권은 누가 쥐게 될까. e스포츠 종주국은 한국이지만 시장 규모는 이미 북미나 중국이 한참 앞서가기 시작했다. 성적도 슬슬 그런 조짐이다. 

한국이 영광을 되찾으려면 무엇보다 인프라가 우선되어야 한다. 세계 유일의 PC방 문화는 이미 훌륭한 토대로 유능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물론 협회 홀로는 버겁다. 정부부처, 민간이 한 뜻으로 노력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민관이 힘을 합친 것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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