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독전' 류준열 "락? 자신을 끊임없이 반추하는 인물"

'독전' 류준열 "락? 자신을 끊임없이 반추하는 인물"

기사승인 2018-05-2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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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독전' 류준열 ‘독전’(감독 이해영)의 서영락(이하 ‘락’)은 반전이 중요한 인물이지만, 또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서영락을 연기한 류준열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최근 ‘독전’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이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는 아무래도 시나리오를 보고 연기했기 때문에 락의 반전을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락이 가지고 있는 반전이 영화의 최대 목표는 아니었기 때문에 연기적으로는 고민이 좀 있었죠. 이 인물을 나중에 다시 돌아봤을 때 ‘아, 그 행동이 복선이었구나’하고 짚이는 부분을 만들까 말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그렇지만 안 하기로 했어요. 인물 자체의 완성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락은 영화 속에서 전사가 크게 비춰지지 않는 인물이다. 어릴 적 바나나 컨테이너에 실려왔고, 공장에서 출생신고도 없이 자랐다는 배경은 존재하지만 인물이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자랐는지에 대한 것이 없다. 류준열은 “전사가 없는 것이 전사인 인물”이라고 락을 정의했다. 감독인 이해영조차 락의 전사에 대해서는 딱히 설명하지 않았다. 

“락이 누군가에 대해서 고민하느라 혼자 묻고 답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됐어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류준열은 누구인가?’같은 고민도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결국 ‘나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품은 채 연기하게 됐는데, 어찌 보면 그게 락의 정체성 같기도 해요. 자신을 끊임없이 숨기고 반추하는 인물인 거죠. 그러다 원호(조진웅)가 나타나요. 원호도 사실 전사가 많지 않은 인물이거든요. 락은 어쩌면 원호를 보고, ‘이 사람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요.”

이해영 감독 또한 류준열에게 “네 감정 위주로 가다 보면 락이라는 인물이 스크린에 묻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NG가 수회 났으나 점점 연기가 좋아졌다. ‘오케이’ 소리를 자주 듣게 되자 오히려 스스로에게 의심이 생겼다고. “막 한 컷 찍고 오케이 해 버리시는거예요. ‘놀리나?’ 싶기도 하고, ‘우리가 시간이 많이 없나?’ 싶기도 했어요. 하하. 나중에는 ‘오케이, 컷’ 소리가 기다려지더라고요. 마치 복권 맞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류준열은 최근 연기하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고 했다. 영화를 찍는 순간 외에도, 찍고 나서 동료들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렇게 즐겁다고. 

“연기가 특별해 보이지만 의외로 별 거 없는 거 같아요. 영화를 찍고, 관객 만나고, 다음에 또 뭐 하지? 하고 다른 사람들과 고민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어요. 나름대로 연차가 쌓이면서 슬슬 요령과 여유가 생기고, 누군가의 진심과 마음을 듣고 느끼는 시간들이 생기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라고요. 어떤 선배는 촬영 끝나고 다른 배우들과 맥주 한 잔 하는 맛에 영화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런 비슷한 맛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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