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병원' 대가…길병원 법인카드로 유흥업소 다닌 복지부 공무원 구속

병원 법인카드 8개로 유흥업소, 호텔 등에서 3억 5000만원 돌려써

기사승인 2018-05-29 13: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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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중심병원' 대가…길병원 법인카드로 유흥업소 다닌 복지부 공무원 구속연구중심병원 선정을 대가로 대학병원에서 법인카드를 받아 유흥비용으로  3억 5000만원을 쓴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이 구속됐다. 뇌물을 준 병원은 국회의원들에게도 불법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이 드러났다.  

29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가천대 길병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보건복지부 국장급 허모(56)씨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허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길병원 원장 이모(66)씨와 비서실장 김모(47)씨도 업무상 배임·뇌물공여·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허씨는 2013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길병원이 건넨 5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 8개를  유흥업소와 스포츠클럽, 마사지업소, 국내외 호텔 등을 다니며 약 3억 5000만원가량 사용했다.  허씨는 수사가 개시되자 자신의 명의로 등록한 스포츠클럽 회원 명의를 변경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허씨는 2010년 길병원 원장 이씨와 알고 지냈다. 2012년 연구중심병원 선정 주무부서에 근무하면서 그는 길병원 측에 정부 계획과 법안 통과 여부, 예산, 선정 병원 수 등 정보를 제공했다. 또 병원으로부터 골프 접대와 향응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길병원은 이듬해인 2013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았다.

병원장 이씨는 뇌물을 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경찰에 "연구중심병원 선정계획이 진행되면서 허씨가 법인카드를 요구했고, 허씨가 병원 관심 사업의 주무관청 공무원이어서 거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허씨는 이씨로부터 카드를 받아 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뇌물이 아니라 길병원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해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관련 비용으로 썼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길병원 이사장 등 병원 최고위층의 연루 여부도 조사했으나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다.

병원장 이씨는 병원으로부터 가지급금 명목으로 법인자금을 받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병원 소재지 인천지역 국회의원 15명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낸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이씨는 길병원 재단 직원과 의사, 가족 등 17명 명의로 이들 의원 후원회에 10만원부터 많게는 1천만원까지 후원금 총 4600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경찰에 "올해가 개원 60주년이라 국회의원들을 개원기념 행사에 초청하려고 후원금을 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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