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22만 약, 1천만원 들여 해외서 구입하는 백혈병 환자들의 눈물

기사승인 2018-06-06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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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22만 약, 1천만원 들여 해외서 구입하는 백혈병 환자들의 눈물“건강보험 적용 2개월 지났어도 공급 안되고 있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 한달 약 22만원이면 복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한달 약 1000만원의 비용으로 해외서 직접 구입해 복용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았음에도 한국 판권을 보유한 오츠카제약이 해당 의약품을 국내에 공급하지 않고 있어, 환자들은 한국오츠카제약이 백혈병 치료제 아이클루시그를 신속히 국내에 공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5일 성명서를 내고 “한국오츠카제약은 건강보험 적용된 지 2개월이 경과한 만성골수성백혈병 3세대 표적항암제 아이클루시그를 신속히 공급하라”고 밝혔다.

백혈병환우회에 따르면 만성골수성백혈병 조혈모세포(골수) 이식을 받지 않으면 5~6년 이내 대부분 사망하지만, 지난 2001년 표적항암제 글리벡이 국내에서 출시돼 글리벡만으로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80~90% 이상이 10년 이상 장기생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성이 문제였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 중 일부는 1세대인 ‘글리벡’에 효과를 보이지 않는 내성이 생겨 백혈병 암세포가 다시 증가한다. 이 경우 해당 환자들은 2세대 표적항암제인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 보슬립’으로 변경해 치료받아야 한다. 이 약물들도 치료받은 환자들 중 상당수는 다시 백혈병 암세포가 없어져 장기 생존을 하게 된다.

특히 그동안 2세대 표적항암제로도 치료되지 않거나 T315I 돌연변이를 가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치료성적이 현저히 낮아지는 조혈모세포(골수) 이식 이외에는 치료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2세대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겼거나 T315I 돌연변이를 가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획기적인 효과를 보이는 3세대 표적항암제 ‘아이클루시그’가 개발됐다.

미국 제약사 아리아드가 개발한 이 약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를 위한 3세대 표적항암제로 평가된다. 아리아드는 지난해 일본 제약기업 다케다에 인수 합병됐다. 이후 일본 오츠카제약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10개국가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6월26일 ‘아이클루시그’(성분 포나티닙염산염)을 신속 승인해 한국오츠카제약은 아이클루시그 15㎎과 45㎎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어 올해 4월1일부터는 건강보험 급여 고시가 돼 약값의 5%만 지불하면 복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핵별병환우회는 “문제는 4월1일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아이클루시그가 6월5일 현재까지도 국내에서 시판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1세대, 2세대 표적항암제에 모두 내성이 생겼거나 T315I 돌연변이를 가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아이클루시그를 외국에서 직접 구입해 복용하는 불편과 매달 고액의 약값을 지불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우회 측은 “환자들이 자가 치료 목적으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을 통해 아이클루시그를 수입해 치료받으려면 최소 3~4주가 소요된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환자들은 한 달 1000만원~1200만 원을 지불하고 독일에서 아이클루시그를 직접 구입해 치료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이클루시그는 현재 건강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환자는 한 달 30일 기준으로 약값 458만2260원의 5%인 22만9113원만 지불하면 된다. 백혈병환우회에 따르면 환자들은 매달 약값(6090유로), 포장료(80유로), 운송료(530유로), 송금수수료(5만9769원), 부가세 및 관세(약값의 18.8%) 등을 포함해 1000만원에서 1200만원(환율에 따라 달라짐)의 비용을 지불하고 독일에서 직접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병환우회에 의하면 현재 아이클루시그는 캐나다에서 생산돼 유럽은 독일을 통해, 아시아는 일본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독일을 통해 유럽에 공급되는 아이클루시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일본을 통해 아시아에 공급되는 아이클루시그에는 문제가 발생해 현재 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환우회 측의 주장이다.

백혈병환우회는 “올해 8월 이후 또는 연말이 돼야 아이클루시그의 아시아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때까지는 해당 환자들은 독일에서 매달 1000만원~1200만원의 약값을 지불하고 아이클루시그를 자가 치료 목적으로 수입해 치료해야 한다”며 “제약사와 정부는 아이클루시그 미공급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백혈병환우회는 “오츠카제약은 현재 한국혈액암협회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운영되고 있는 약제비 환자지원프로그램처럼 해당 환자들이 독일에서 아이클루시그를 직접 구입하는데 들어간 약제비를 지원하거나 아이클루시그를 환자 대신 구입해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등의 환자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환우회는 “아이클루시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생명이 위독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속한 자가 치료를 위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을 통하지 않고 환자들이 직접 독일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우회는 “정부는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건강보험 급여 고시된 의약품 상한액 중에서 환자는 환자부담금만 부담하고, 건강보험공단도 공단부담금만 부담하되 나머지 모든 비용은 제약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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