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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기자의 트루 라이프] "킬링필드 아이들과 약속 지킨 한국의 행복 전도사들"

-캄보디아 오지초등학교 운동회 4년째 이어져-

곽경근 기자입력 : 2018.06.15 14:37:54 | 수정 : 2018.06.19 09:59:06


캄보디아에서도 산골마을인 쩨이스나 초등학교에서 지난 6월 1일 세계아동절을 맞아 운동회가 열렸다. 뭉게구름 가득한 맑은 하늘아래 어린이들이 대형 비닐에 풍선을 불어 가득 채운 후 기둥 세우는 경기를 하고 있다. 40대 초반에서 60대 후반의 전직 교장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봉사자들은 한국에서의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한아름 선물보따리를 꾸려 운동회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멀리 한국에서 찾아온 봉사자들과 한국기업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캄보디아 쩨이스나 초등학교 판 쏘반나라 교장의 개회사는 지루하게 이어졌다. 긴 개회사가 끝나고 운동회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일 년을 손꼽아 기다려온 아이들의 밤샘 기도 덕분인지 우기를 맞아 매일 같이 내리던 비도 그쳤다. 지난 1일 학교운동장에는 만국기 위로 여유로운 뭉게구름과 파란하늘이 펼쳐졌다. 

쌀부대에 몸을 싣고 뒤뚱뒤뚱 달려서 사탕하나 입에 물고 입 주위는 온통 밀가루 범벅이지만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다. 막내 봉사대원으로 운동회에 참여한 정원홍씨는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저 또한 맑아지는 느낌이였다. 앞으로 감사하며 봉사하며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운동회를 앞둔 31일 오후에는 비로 파이고 물이 고인 운동장 곳곳을 학생들과 봉사자들이 노력으로 모두 메웠다. 대부분 맨발인 이곳 아이들이 마음껏 뛰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의 6-70년대 운동회가 연상되는 운동장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탕수수 주스, 소라, 국수를 비롯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상인들이 자리잡았다. 

학생들에 이어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이 밝은 표정으로 쌀포대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 어른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실수가 이어지자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웃음꽃이 피었다.


주민들도 전통음식인 고기와 야채를 듬뿍 넣은 캄보디아 전통카레인 ‘썸러까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4년 전 우왕좌왕했던 첫 운동회와 달리 규모도 커졌고 모든 일정이 짜임새 있게 진행되었고 놀이 종목과 선물도 다양해 졌다. 학생들과 주민들의 관심 속에 첫 게임은 학년별 줄다리기이다.

학년별 단체 줄다리기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일등도 없고 꼴지도 없는 운동회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학성 대원은 “어려운 시간을 내서 이곳에 왔지만 정말 잘 왔다”며 “스스로 대견한 생각이 들어 가슴 벅찼다. 오히려 삶의 의미를 일깨어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컴쁘렁 라응!”(힘내라!)

한쪽 편이 이기면 다른 편에 우르르 학생과 주민이 몰려가 승리를 돕는다. 어느 한편이 사람이 많다고 시비를 거는 사람도 없다. 그냥 모두 웃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다. 아이들은 운동회 중간 중간 본부석에서 나눠주는 과자와 음료도 먹고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지폐를 꺼내 상인에게 자신 있게 건넨다. 오늘만큼은 쩨이스나 어린이들이 주인공이다. 

어려운 형편의 엄마도 모처럼 지갑을 열었다. 점심 식사가 끝난 후 평소에는 먹기 힘든 달콤한 주스를 두 아들에게 사주고 있다. 우리나라 6-70년대 운동회 풍경이다.


2인3각 경기에 이어서 쩨이스나 학생들과 주민, 봉사자들에게 가장 많은 웃음을 안겨준 쌀포대 이어 달리기가 진행됐다. 사탕 하나 입에 물고 온통 밀가루 범벅이 된 부모와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이들의 함박웃음이 터졌다. 4년째 운동회가 이어지면서 어느새 훌쩍 자라 고학년이 된 학생들을 비롯해 주민과 봉사자들은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어꾼!(감사)’ 한마디와 눈빛만으로도 하나가 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처음 해보는 2일3각 경기가 어설프고 친구와 호흡 맞추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마냥 신난 표정이다. 봉사대원 고승재 씨는 “노동도 놀이처럼 즐거워하면서 서툰 영어로 연신 ‘쌩큐’를 외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은 마음 먹기 달렸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쩨이스나 초등학교 학생대표인 디읍 미미(6학년) 양은 “오늘 체육대회를 통해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저희들에게 많은 선물도 주시고 함께 놀아주셔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찌어 사런교사는 “멀리 한국에서 이곳 오지학교까지 찾아주신 봉사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면서“바쁜 시간을 내서 이렇게 운동회를 열어주고 많은 후원 덕분에 학교가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쩨이쯤네아!(이겨라!) 쩨이쫌네아! 고학년 학생들이 대형 공굴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


인구 1천 9백여 명의 캄폿주 쩨이스나 마을은 저개발국가인 캄보디아에서도 오지마을로 대부분의 주민은 벼농사나 마을 인근 과수농장에서 품을 팔아 생계를 꾸려간다.

전교생이 237명인 쩨이스나 초등학교 역시 무상교육이라곤 하지만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도 집안일을 돕기 위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도 제법 많다.

점심시간 봉사대원들이 학생들과 학부형, 마을주민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전직 교장 출신인 김명남 봉사대원은 “모든 봉사대원들이 어린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흐믓했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인류의 모든 스승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라고 하신 말씀을 이곳에서 깨달았다”고 밝혔다.


10년 전 이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에이퍼플은 그동안 쩨이스나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컴퓨터교실을 열어주고 한글 교육 및 일부 교사 월급과 교재, 학교설비 등을 지원해왔다. 사회주의 국가의 어린이 날인 국제아동절을 맞아 한국에서 온 봉사대원들과 4번째 어린이 잔치를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오전에 받은 선물을 품에 안고 모처럼 푸짐한 점심식사를 즐겼다. 하루 일손을 놓은 엄마 아빠와 재잘재잘 이야기도 나누고 커리 속의 큰 고깃덩어리를 동생 입에 넣어 주며 행복한 추억을 쌓았다.

아이들이 적당히 햇볕을 가려주는 뭉게구름 아래서 단체 줄넘기를 하고 있다. 운동회에 참석한 한국의 유통기업 애터미 넬리(63) 회원은 “저도 이제 봉사할 나이가 됐습니다. 애터미 회사도 사회공헌활동을 늘 강조했지만 오늘 행사에 참여하면서 봉사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나눔의 현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지난 운동회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단체줄넘기와 큰공 굴리기, 풍선 바람 넣어 기둥세우기 경기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60대 후반의 전직 교장 출신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8명의 한국인 봉사대원은 이른 아침부터 운동회 준비와 진행에 땀으로 흠뻑 젖었다. 더운 날씨,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온몸으로 행사를 진행하느라 체력은 고갈되었지만 천사같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이들의 피로를 풀어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캄보디아 어린이들은 발이 크다. 이곳의 아이들은 슬리퍼를 신거나 맨발로 다니는데 발바닥은 굳은살이 박히고 거칠지만 규격화된 신발에서 자유로운 발은 발육상태가 좋다.


봉사대원 배주식 아이웰스 대표는 “3년 전부터 쩨이스나 초등학교에 약간의 장학금을 지원해왔다. 운동회를 함께하며 3~40년 전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먹먹했다.”면서“ 비록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캄보디아의 희망으로 성장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매년 운동회에 참여해 후원금 지원과 함께 사진봉사를 해온 민종진 평화환경 대표는 “운동회라는 작은 행사가 그저 즐겁게 노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곳 사람들에게 협동, 배려, 질서 그리고 사랑을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운동회를 통해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이 킬링필드라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이 나라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발전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의 후원자들과 기업이 보내준 학용품과 다양한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가난에 익숙한 저개발국가 아이들에게 한국의 후원자들이 지원해주는 장학금과 학용품 등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하루 종일 아이들의 힘찬 응원과 박수소리, 해맑은 웃음이 가득했던 시골 초등학교의 운동회가 미끄럼틀의 긴 그림자와 함께 막을 내렸다. 아이들이 한 아름 선물보따리를 들고 삼삼오오 흩어질 무렵 축제의 열기를 식히려는 듯 참았던 빗방울이 후득후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운동회가 끝난 후 한 가족이 오토바이로 귀가 준비를 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오토바이는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보통 오토바이 한대에 일가족이 타고 다니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이번 운동회에는 평화환경이 빵과 식사, 바이오스펙테이터가 학생, 교직원, 봉사대원에게 의류를 지원했고 아이웰스와 인카금융서비스가 장학금, 농협유통이 색연필 300세트, 세계적 해난구조회사 한국지사인 아던트코리아가 운동회 물품, 인터엑스소프트가 학용품, 만나교회와 더정직한친구들이 운동장 시설물, 애경산업이 선크림, 롯데월드가 캐릭터 가방, 동아오츠카가 포카리스웨트, 애터미가 칫솔과 치약, 에이브릿지가 빵과 음료, 쿠키미디어가 취재와 홍보를 지원했다.  

캄폿주(캄보디아)=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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