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치는 요구에도 C형간염 국가검진 편입, ‘지지부진’

핵심은 비용대비 효과… 복지부, “정확한 유병률 파악 선행돼야”

기사승인 2018-06-19 02:00:00
- + 인쇄

만성간염, 간경변, 간암, 간이식 등으로 진행돼 높은 진료비 부담과 건강상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 C형간염의 조기진단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정부의 반응은 미지근할 뿐이다. 조기진단에 따른 예방과 조기치료로 의료비 절감과 완치도 기대할 수 있는데 왜 그럴까.

◇ 간 전문가 76%,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최우선

지난해 6월, 대한간학회는 주장에 힘을 더하기 위해 ‘제18회 간의 날’을 맞아 국제간연관심포지엄에 참석한 간질환 전문의 1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C형간염 정책의 해결과제로 응답자의 76%가 ‘국가건강검진에 C형간염 검진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어 ▶C형간염 최신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확대(43%)▶C형간염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대국민 홍보(34%) ▶C형간염 진단 및 예방을 위한 감염관리 강화(24%) ▶C형간염 등록사업 등 국가관리체계 확립(24%) 순으로 집계됐다. 

C형간염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고, 간암이나 간경변의 주요 발생원인이 바이러스 간염이라는 국민들의 인지가 부족한 만큼 국가건강검진에 C형간염 검진을 도입해 인지도와 조기검진을 통한 예방 및 완치를 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급기야 지난 2월에는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란 주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가 주최한 토론회가 열리며 분위기도 형성됐다. 이 자리에서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내과교수는 “C형간염은 거의 모든 국가검진 항목선정 기준을 충족한다”며 40~65세 대상 일반검진항목에 포함해 1회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의사이기도 한 박인숙 의원은 “C형 간염은 한번 감염되면 80% 가까이 만성간염으로 진행되고, 이중 30~40%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되지만 증상이 악화되기까지는 감염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가건강검진 편입을 주장했다.

빗발치는 요구에도 C형간염 국가검진 편입, ‘지지부진’
◇ 그놈의 ‘유병률’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 정부

하지만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간학회를 비롯해 간과 관련된 6개 학회는 지난 15일 2018년도 간 주간 행사를 기념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변함없이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편입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간학회 양진모 이사장은 “C형간염이 늦게 발견돼 간경화상태로 발전하면 사회·국가적 비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반면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간염 박멸을 목표로 캠페인을 진행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 논리로 인해 뒤로 미뤄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최근 새로 개발된 경구 C형간염 치료제는 부작용이 현저히 적고 치료성공률도 100%에 육박한다.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항HCV 검사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의학적 근거와 비용대비효과도 이미 확인됐다”며 “40세와 66세 2번에 걸쳐 전국민 검진을 시행해야한다”고 정책반영을 거듭 촉구했다.

그럼에도 국가건강검진 계획을 수립하고 관장하는 보건복지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모습이다. 복지부 담당공무원은 “의료계 등에서의 요구가 이어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한다”면서도 “국가건강검진 항목추가에 있어 비용효과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C형간염의 유병률이다. 이 관계자는 “알려진 유병률은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정확한 통계나 자료는 아직 없다. 그보다 적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면서 “한정된 재원이 낭비되는 결과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의료계 등의 요구에 따라 검진항목에 추가하기에 앞서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보다 정확한 자료나 통계를 얻어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복지부는 현재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항목추가를 위한 추가적인 연구 등 사업계획을 세우지는 않은 상태다. 이에 WHO의 계획과 달리 국내에서 C형간염 박멸까지는 좀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