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위산분비억제제 장기 복용, 골절 위험 높아진다?

위산분비억제제가 골다공증 증가와 남성 불임 증가시킨다?

기사승인 2018-06-20 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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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기자의 건강톡톡] 위산분비억제제 장기 복용, 골절 위험 높아진다?소화성 궤양이나 역류성 식도염 환자에게 사용되는 양성자 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이하 PPI)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골절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습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06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10년 동안 국내에서 소화성 궤양 및 역류성 식도염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선별하고, 50세 이상 환자 약 240만명을 대상으로 PPI의 사용과 골다공증성 골절 발생 여부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PPI 복용 기간이 길수록 복용하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 골절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PPI를 30일 미만 복용한 환자의 경우 전혀 복용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골절 위험이 8% 정도 높아졌으나, 60일 이상 90일 미만은 11%, 180일 이상 1년 미만은 18% 높아졌다고 합니다. 특히 1년 이상 PPI를 복용한 환자는 42%나 골절 위험이 증가해 장기 복용의 위험성이 있음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식도와 위 사이에서 위산의 역류를 방지하는 식도 괄약근의 기능이 떨어져 식도 입구에 위산이 역류함으로써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 바로 위식도역류질환입니다.

위식도역류질환의 경우 일반적으로 PPI인 위산분비억제제 약물로 치료합니다. 위산분비억제제는 위산의 분비를 억제해 위산의 식도 자극 증상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음식물 역류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못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번 보건의료연구원 분석 결과와 같이 최근 위산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수는 “단기 부작용으로 설사, 변비, 탈모, 발진 과민반응 등이 있고, 장기부작용으로 위산분비억제로 인한 소장 내 산도저하로 인해 칼슘흡수가 방해돼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대장 내에서 균감염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남성의 불임률, 뇌졸중 등 심혈관위험도, 신부전 그리고 폐렴 발병을 증가시키며, 최근 보고는 위암 등 악성종양의 발생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도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만성적인 위식도역류질환을 위산억제제의 복용으로만 치료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박성수 교수는 “위식도역류의 근본적인 치료법으로는 항역류수술이 있다. 항역류수술(fundoplication)은 위와 식도의 경계를 근처 위 조직으로 둘러 감싸주어 느슨해진 식도 근육을 다시 조여주는 수술이다. 느슨해진 하부식도주변을 조여줘 위 내용물의 역류자체를 방지하기 때문에 위식도역류를 차단하는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수술법은 위식도역류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서구에서는 이미 실행된 지 오래된 표준화된 수술이라고 설명합니다. 최근에는 개복을 하지않고 복강경으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후유증과 합병증도 미미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항역류 수술이 매우 흔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한해 4만명의 환자들이(국내 연간 탈장수술 건수와 유사)수술로 치료한다고 합니다. 또 항역류수술은 검증된 수술방법으로 국내에서도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박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위식도역류질환으로 수술까지 받아야하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환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위식도역류질환이 심해졌을 때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나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증상이 심하고, 견디기 어렵다”며 “가벼운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사람을 만나고, 집중해서 공부를 한다든지, 누워서 잠을 자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 위산억제제를 먹더라도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으며 언제든지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박 교수는 “위가 횡경막 위로 올라오는 식도열공탈장으로 항역류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서 위식도역류질환이 극적으로 호전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며 “위산분비억제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골다공증, 감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약을 끊을 수 없어 평생 복용해야 한다면, 부작용을 고려해서라도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한다. 수술의 위험도가 과거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감소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단기간의 약물치료는 당연히 수술적 치료보다 비용적으로 저렴합니다. 하지만 단기간 약물치료로 효과가 떨어지고 투약을 장기간 지속해야 하는 만성적 상태가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는 것이죠.

유럽에서 시행한 전향적연구에서는 약물 치료와 수술 치료를 시행한 두 군을 분석한 결과, 치료 후 2년째부터 수술 치료군에서의 치료비용이 저 저렴하고 환자만족도도 의미 있게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박성수 교수는 “항역류수술은 약물로 위식도역류를 치료하는 환자라면 대상이 된다. 식도열공탈장을 동반한 경우, 약물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복용이 수월하지 않은 경우, 속쓰림이나 통증은 조절되지만 음식물 자체의 역류 증상 때문에 견디기 힘든 경우, 식도염이 진행되어 식도하부염증의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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