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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조용하고 뜨겁게… 영화 ‘허스토리’ 김해숙

조용하고 뜨겁게… 영화 ‘허스토리’ 김해숙

인세현 기자입력 : 2018.06.24 00:17:00 | 수정 : 2018.06.27 09:36:18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해숙에게 주연을 맡은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 감상평을 묻자 “보기가 두려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했고 촬영이 마무리 됐지만, 왠지 모를 마음의 짐이 남았다는 설명이다.

“아직도 제 연기에 확신이 없어요. 당연히 부족하지 않았을까 걱정됐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 힘들었죠. 그냥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마음의 짐 같은 게 남았네요.”

걱정과는 달리 ‘허스토리’에서 김해숙은 깊은 사연과 상처를 지닌 배정길 역할을 차분하면서도 뜨겁게 소화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역할을 그려내는 과정이 유독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인간 김해숙이 느끼는 슬픈 감정을 버리고 배정길에 동화돼야 했기 때문이다.

“인물이 가진 깊이를 짐작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저에게 유독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같은 여자로서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인물을 대변해서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영화 속에서 배정길이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끝내는 ‘열일곱의 나로 되돌려달라’고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과정을 그려가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인간 김해숙은 너무 슬픈데, 작품 속 배정길은 눈물을 흘리지 않더라고요. 인간 김해숙의 감정을 내려놓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차라리 마음껏 울며 슬픔을 표현하는 역할이었다면 덜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김해숙은 두 달 반의 촬영기간 동안 정신없이 달렸다고 말했다. 하루라도 긴장의 끈을 놓치면 감정이 이어지지 않을까봐 내내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해숙이 ‘허스토리’ 출연을 결정했던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현재를 조명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과거 보다 현재의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것이 좋아 출연을 결정했죠.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픈 과거에 관해 짐작만 할뿐이지 그분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계신지는 다들 알지 못하잖아요. 영화에서 표현된 것처럼 아직도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분들도 많아요. 잘 알려지지 않은 관부재판을 소재로 한 것도 좋았어요. 영화로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랐죠.”

쉽지 않은 촬영장에서 버팀목이 된 것은 치열하게 이 작품에 임했던 배우들과 오래 전부터 영화를 준비한 민규동 감독이었다. 김해숙은 ‘허스토리’ 촬영장을 “그렇게 조용하고 뜨거울 수가 없었다”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였다”라고 회상했다.

“배우들 모두 끈끈한 마음으로 서로를 걱정했어요.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아니까요. 재판 장면이 끝나면 서로 손을 잡아주곤 했죠. 무엇보다도 뜨거운 열정이 모여서 이런 작품이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이런 영화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게 감사하죠.”

모두에게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한 편의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 김해숙은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작품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홀로 여행을 다녀온 후 괜찮아졌다”고 말하다가도 “사실 인터뷰를 하며 작품에 관해 말하니 울컥한다”고 덧붙였다. 이토록 힘든 작업을 통해 김해숙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마음으로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배우가 이번 작품을 통해 할 수 있었던 일은 소리 없는 울림과 위안인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관부재판에 관해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도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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