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여성⑤] 잇단 복통…나도 자궁내막증?

극심한 복통·생리통 알고보니 자궁내막증일수도

기사승인 2018-06-22 0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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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여성⑤] 잇단 복통…나도 자궁내막증?

빠른 초경과 늦어지는 결혼, 출산, 스트레스와 각종 환경호르몬으로 여성의 자궁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생리통이나 복통, 만성적인 골반 통증이 극심하게 느껴진다면 자궁내막증일 수 있다. 강남차병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8년간 자궁내막증으로 진단받은 여성이 지난 2009년 3184명에서 2016년 1만5968명으로 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가 60.1%로 가장 많으며, 40대가 36.9%, 20대 10.8%, 50대(6.3%), 60대(0.4%), 10대(0.1%)순이었다. 통증을 가볍게 여기고 간과하는 동안 질환은 계속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궁내막증, 난임으로 이어져

자궁 내막은 자궁의 가장 안쪽 공간을 이루는 층이다. 임신 시 배아가 자궁에 착상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또 매달 하는 생리는 자궁내막이 주기적인 호르몬 변화에 따라 증식했다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처럼 자궁 안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조직이지만, 이 자궁내막이 생리혈의 역류로 인해 난소, 나팔관, 복막과 같은 자궁 바깥 공간에 붙어 자라는 질환이 바로 자궁내막증이다. 자궁내막증의 흔한 증상인 골반통증은 보통 생리통과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자궁내막증을 의심하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류상우 교수는“자궁내막증은 난소와 주변 장기가 붙는 골반 내 유착을 일으켜 나팔관의 원활한 운동을 방해해 난자와 정자의 수정 및 배아가 자궁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난임의 원인이 된다”며, “난임 여성 중 자궁내막증이 심한 경우 원인질환인 자궁내막증부터 치료하고 난 이후 치료 계획을 설정한다. 생리를 시작한 후 수년 간 통증이 없다가 갑자기 생리통이 발생하게 되면 자궁내막증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에 대한 인식 높지 않아

자궁내막증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자궁내막증의 위험성이 높은 20~40대 여성들 대부분이 골반통이 있어도, 단순 생리통쯤으로 여기고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미혼이라면 증상은 있어도, 산부인과의 문을 두드리기란 쉽지 않다. 증상은 있지만 주위의 편견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난소에 자궁내막증이 생겼다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경우는 드물고 수술적인 치료를 한 후에도 재발이 흔하기 때문에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자궁내막증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생리혈의 역류나 자궁 외 조직이 자궁 내막 조직으로 잘못된 분화를 일으켰을 것이라는 가설 등이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의 초경시기가 앞당겨졌을 뿐만 아니라 비혼, 만혼 추세로 인해 생리가 멈추는 기간이 줄거나 없어 생리혈이 역류하는 빈도가 많아지는 점이 20~30대 가임기 여성 연령층에서 자궁내막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기적인 검진이 최고의 예방

자궁내막증 치료의 원칙은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맞춤 치료다. 많은 경우에서 통증과 난임이 동반되거나, 통증을 조절한 후 추후 임신을 계획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환자의 자각증상의 정도, 추후 임신을 원하는지의 여부, 각각의 치료에 따른 부작용 등을 고려해야한다. 대개 호르몬치료, 수술적 치료가 진행되며, 경우에 따라 다양한 보조생식술이 함께 이뤄질 수 있다.수술은 주로 복강경 수술이 시행되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하고 회복이 빠르고 통증도 덜하다. 최근에는 단일공 로봇수술장비를 통해 배꼽에 1개의 구멍으로만 수술을 하고 있어 기존 복강경에 비해 회복이 빠르고 수술흔도 보이지 않는다.

향후 임신할 계획이 있는 여성이 아닌 경우에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 후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를 억제해 자궁 밖에 존재하는 자궁내막증 병변을 소멸 혹은 위축 상태로 만드는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류상우 교수는 “수술 후 임신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많이 하지만 수술을 통해 자궁내막증으로 유착된 조직을 제거하게 되면 난소기능이 정상인 난임여성의 경우 임신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난소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의 경우 환자의 난소기능평가를 하고 주치의와 진료 및 상담을 통해 치료계획을 세우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궁내막증의 예방 및 조기치료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을 권한다. 자궁내막증은 생리와 관계가 깊기 때문에 자신의 생리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외에도 하복부를 따뜻하게 해주고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노력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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