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정책으로 심해지는 의사-약사 갈등

기사승인 2018-06-29 0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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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정책으로 심해지는 의사-약사 갈등

의사와 약사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명확히는 한쪽 단체에서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약사 갈등은 성분명처방, 선택분업, 의약품분류 등 그동안에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전까지 하나의 사안을 놓고 양측 전문가들이 맞대결을 펼쳤다면 이번에는 그 원인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한약사회와 중복처방, 약물부작용 방지 등 투약관리 사업 실시(이하 방문약사제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사업이 개인정보 침해 소지도 있다고 주장하며, 방문약사제도를 전면 철회하고 선택분업을 도입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해당 사안을 놓고 건보공단과 의사협회는 한동안 주장과 반박 공방을 벌였다.

제도해 대해 반대를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사협회가 약사들의 복약지도료와 처방조제료를 지적하고 나왔다는 점이다. 의사협회는 반대 이유로 현 상황에서 약사상담료를 또다시 지급하면서까지 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피같은 건강보험료를 특정 단체를 위해 불필요하게 쓰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동안 지속되던 논란이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자살예방사업’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7월부터 2018년도 민관자살예방사업의 일환으로 약국 250여 곳이 참여하는 자살예방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것이다.

의사협회는 해당사업이 의료인이 아닌 약사에게 환자에게 문진 등의 진찰을 인정하는 것으로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환자의 의료정보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도 위반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자살예방사업은 자살 징후를 발견하고 전문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예방하고 연계해주는 사업으로 진료행위 조장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고, 대한약사회 역시 처방된 약을 전하는 과정에서 복약순응도가 떨어지면 자살충동이 일수 있다는 등의 복약지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의사협회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약사의 역할은 처방전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약을 포장하는 것 외에 약을 관리하는 것 말고는 없다”며 직능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갈등을 유발했다. 

뿐만 아니라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의료인도 아닌 비전문가인 약사’라고 밝히거나, ‘약사에게 조제료, 복약지도료, 기본조제료, 약국관리료, 의약품관리료라는 비용지출에 이어 상담료를 또 퍼주겠다는 전형적인 약사 퍼주기 정책이자 혈세 낭비일 뿐’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물론 의사협회만 다른 직능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다른 직능을 비하하는 단체도 드물다. 나와 가는 방향이 다르다고 비난부터 하는 의사협회는 왜 국민들이 ‘이기적’이라고 지적하는지 스스로 먼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올바로 추진될 수 있도록 상호간에 존중과 협조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로서 지적은 가능하지만 면허를 무시하는 발언으로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백해무익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특정단체를 의식해 정책을 추진하거나, 철회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논란을 줄이는 신중함도 필요해 보인다. 항상 의견을 수렴한다며 협의체를 만들고 몇 명의 전문가를 포함시켜 전체의 의견인양 이야기하는 것은 신뢰를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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