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격장 안전, 드론과 VR이면 '오케이'?

철원 총기사고 재발방지에 첨단기술 도입 필요성 대두

기사승인 2018-07-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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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이 현실과 같은 상황이 구현된 가상현실(VR)에서 훈련을 받고, 실전감각을 익히기 위해 실제사격에 나설 때면 드론이 사격장 주변을 자율적으로 떠다니며 주변을 살피고, 인공지능(AI)을 갖춘 중앙통제실에서 인근지역을 통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이 같은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당장 지난해 9월 강원도 철원 6사단 사격장에서 약 400m 떨어진 길에서 부대로 복귀하던 Y일병(22)이 사망한 일명 ‘철원 군 사격장 총기사고’와 같은 사건은 더 이상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일련의 변화가 상상만이 아닌 현실로 이뤄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대한민국 육군은 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51회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에 참여해 ‘장병 및 지역주민 안전을 위한 사격장 안전관리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 김병규 소령은 이 자리에서 사격장의 안전기준 정립을 위한 정책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사격장의 위험지역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위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격장 설계 및 관리방안에 대해 군 내부에서 이뤄진 논의내용을 공개했다.

김 소령에 따르면 군은 사격장 인근에 골프장, 펜션, 아파트 등 민간시설이 위치하고 민간인들의 출입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적 문제를 고려해 주기적인 방호벽 토사를 교체하고, 날아든 탄환이 깨지거나 튕길 수 있는 물체를 제거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특히 군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개인화기이자 사격훈련에 많이 쓰이는 K2 소총의 피격거리와 잘못 날아가거나 튕겨나간 탄환으로 인해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과학적인 방식으로 파악해 주변 지역을 매입하거나 방호벽의 높이나 재질을 결정해 위험을 차단할 계획이다.

이는 철원 총기사고 조사과정에서 사격장에서 날아온 탄환이 다른 물체와 충돌해 튕겨나간 도비탄에 의한 사망이라는 추정을 뒤집고, 표적을 벗어난 유탄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결론내리며 사격장의 구조적 문제나 주변 환경의 문제를 파악해 해결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데 뜻이 모였기 때문이다.

실제 사건조사결과, 사격훈련에 사용된 K2소총의 유효사거리가 460m인데다 사격장 구조상 200m 표적지 기준으로 총구가 2.38도만 높게 들려도 탄이 사고장소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사격장 펜스와 14m의 방호벽은 총구 각도가 1.5도만 높아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드러났다.

심지어 사건을 맡은 3군사령부 군사법원도 지난달 4일 당시 군 책임자들에 대한 판결을 내리며 “사격장 뒤로 사람이 다니는 전술도로가 있는 등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에 김 소령은 “사격장 안전기준을 정립하고 위험성 평가를 통해 위해요인을 감소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격장의 설계나 주변환경의 개선, 도비탄이나 유탄 혹은 탄환의 파편에 의한 위해가능범위 산정 등의 연구와 적용도 중요하지만 소음 등을 포함한 여러 사격시설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군 사격장 안전, 드론과 VR이면 '오케이'?육군사관학교 기계공학과 김종환 소령은 “사격장은 도비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음도 아주 큰 문제다. 사격장 주변 민간인들이 가진 부정적 시각도 상당하다”면서 “도비 외에도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훈련장 이전이나 통합훈련장 설치 등의 논의도 이어지고 있지만 가상현실을 이용한 군사훈련을 도입하면 소음이나 도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레저용으로 오픈한다면 사격장에 대한 시각을 좀 더 좋게 전환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드론을 활용한 실시간 사격장 안전관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사격장 주변의 넓은 구역을 인력으로 모두 통제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지금처럼 주요 지점에 경계병을 배치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자율주행 드론을 경계임무에 투입해 보다 안정적이고 즉각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소령은 가상현실을 이용한 훈련이나 드론을 통한 경계임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가시적 성과들을 보이고 있는 만큼 과학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멀지 않았다고 전하며 이를 위한 논의가 추가로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총기사고 외에도 안전에 대한 의식을 높이기 위해 생애주기별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비롯해 군대 내 안전사고에 대한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마련하는 등 장병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등의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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