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공무원 근무기강 해이 도 넘어, ‘점심시간 2시간 고착’

입력 2018-07-05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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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공무원 근무기강 해이 도 넘어, ‘점심시간 2시간 고착’

“점심시간 공무원들이 식당에 일찍 오면 회전율이 좋아 반갑긴 하지만 근로시간단축 등으로 최근 자식들이 일반기업에서 겪는 어려움을 들으면 ‘이래서 그렇게 다들 공무원을 하려고 하나보다’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2년간 경북도청 인근에서 식당을 경영한 김경식(64·가명)씨는 오전 11시30분만 되면 점심식사를 위해 찾아오는 공무원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장사도 장사지만 공무원들이 복무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을 보면 ‘이래도 되나’란 의구심이 생길 때가 잦다”며 “일을 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것처럼 느슨해 보이는데 그래도 정년이 보장되니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경북도청 공무원들의 근무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

5일 오전 11시30분, 일부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청 서문을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구내식당도 반 이상 자리가 찬 상태.

오전 11시40분이 되자 서문을 통과하는 공무원이 더 많아 졌고, 50분이되자 절정에 다다랐다. 이 시간 도청 동문과 서문을 빠져나가는 차량 또한 급격히 늘어났다. 모두 공무원복무규정상 12~1시까지로 정해진 ‘점심시간’을 어긴 셈이다.

최근 근로시간단축 등으로 사회전반에 걸쳐 ‘근로시간과 범위’가 쟁점이 되면서 혼란스러운 가운데 정작 경북도청 공무원들은 이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식’ 근무를 일삼고 있다.

이 문제는 2016년 대구서 안동·예천으로 경북도청이 옮겨온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청 공무원들은 주변에 식당 등 제반시설들이 없어 구내식당이나 수km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점심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을 지키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습관이 개선되지 않고 2년여가 지나 이제는 아예 고착화돼 도청주변에 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지만 11시30분만되면 경북도청 공무원들은 점심식사를 시작한다.

더 큰 문제는 점심식사 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에도 정상업무를 시작하지 않는 공무원들이 허다하다. 오후 1시30분이 지나서도 낮잠을 자면서 코를 고는 소리가 옆 사무실까지 들려오기도 했다.

심지어 근무 중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잦다. 한 개 팀이지만 담당자가 부재중이면 자신의 업무와 무관하다며 전화를 당겨 받지 않아서다. 경북도청 특정 부서에 전화를 하면 받지 않는 사례를 자주 경험한 민원인도 속출하고 있다.

인근 지자체 한 공무원은 “경북도청 공무원들 점심시간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로 알고 있다”며 “상위기관이라는 ‘갑’의 심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민원업무를 위해 경북도청을 찾은 최인정(51·가명·울진군)씨는 “도청 공무원들 근무시간을 대충 들어서 알고 있다”면서 “예전에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2시간 이상을 기다려 본적이 있어 11시30분부터 1시30분에는 방문을 피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경북도청 공무원들의 복무기강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복무규정을 어기는 공무원들에 대한 불만이 사회 전반에 걸쳐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경북도청 감사실은 “규정상 정해진 점심시간은 12~1시까지”라며 “그런 일이 있었냐”고 되묻기만 했다.

안동=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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