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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박정민 “모르는 걸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박정민 “모르는 걸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인세현 기자입력 : 2018.07.06 00:03:00 | 수정 : 2018.07.16 15:29:13

박정민은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는 배우 중 하나다. ‘파수꾼’(감독 윤상현)으로 영화계에 뛰어든 그는 이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런 박정민에게 첫 주연작인 ‘변산’(감독 이준익)은 의미와 무게가 남다른 작품이다.

최근 서울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민은 ‘변산’에 꼬박 1년을 매달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정민이 ‘변산’에서 맡은 역할은 무명 래퍼 학수로, 몇 년째 ‘쇼미더머니’에 도전하고 있지만 매번 고배를 삼키는 인물. 박정민은 이 역할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랩 가사를 쓰고 노래했다. 영화에선 학수의 랩이 감정을 표현하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

“연습실에 앉아서 랩 발성부터 배울 수 있는 여건은 안 됐어요. 아홉 곡을 만드는 동시에 연습이 이뤄졌죠. 제가 직접 가사를 쓰면서 랩 연습도 했어요. 제가 선수가 아니다 보니 가사 쓰는 과정이 마치 퍼즐을 맞추는 과정 같았어요. 단어를 몇 번이고 넣었다 빼길 반복했죠. 작업하며 우연히 래퍼 몇 분을 만났는데,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것에만 몇 년이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길 듣고 몇 개월 만에 완벽한 랩을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어쩌면 기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최대한 진심을 담아 가사를 쓰고 노래하려고 노력했죠.”

영화 속 랩이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박정민은 “창피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준익 감독이 가사 전달을 위해 비트를 죽이고 목소리를 살린 덕분에 스스로 듣기엔 힘들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그는 “영화가 곧이곧대로 보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제가 출연한 영화를 처음 보면 제대로 관람하기가 힘들어요. 제 연기 보는 데 급급하거든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장면마다 다른 대안들이 떠오르면서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죠. 그래도 현장에서 만들어서 무심코 던진 대사의 반응이 좋아 마음이 놓이긴 했어요. 무덤가에서 ‘누구여’하고 외치는 대사는 애드리브였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웃으시더라고요.”


학수는 ‘변산’의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한다. 장면마다 표정도 감정도 가지각색이다. 오랜만에 만난 첫사랑에 대한 설렘, 아버지에 대한 골 깊은 증오, 창작자로서의 혼란…. 박정민은 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변산’을 학수의 무대로 만들었다. 박정민은 학수가 자신과 닮은 점이 많아 연기하며 어려움을 줄였다고 귀띔했다.

“학수가 가진 정서나 감정들은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아버지에 대한 감정 같은 거요. 실제로 저는 아버지와 그렇게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요.(웃음) 살갑지 못하고 서로 고집이 세서 뭐하나 틀어지면 싸움으로 번지고… 이런 부분이 비슷해서 감정을 끌어오는데 도움이 됐죠. 창작자로서도 학수와 저는 비슷한 면이 많았어요. 그 친구도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려고 시도하지만 자꾸 좌절하잖아요. 저도 데뷔는 했지만 오랫동안 찾아가야 볼 수 있는 배우였고요. 저변에 깔린 마음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변산’을 비롯해 영화 ‘사바하’와 ‘사냥의 시간’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박정민은 얼마 전 ‘타짜3’ 출연을 확정지었다.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배우라는 표현은 더 이상 그에게 적절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본인은 ‘충무로의 블루칩’이라는 말에 손사래부터 쳤다.

“정말 모르겠어요. 물론 이전보다 작품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 건 맞는데, 아직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그래서 이 영화가 저에게 더 특별하죠. 주인공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닌데, 주인공을 맡았거든요. 첫 단독 주연이라는 압박감이 상당했어요. 많은 분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죠. 이준익 감독님과 함께 연기한 김고은 씨가 많이 도와줘서 병원 신세는 면했어요.(웃음) 촬영을 마무리할 때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좀처럼 울지 않는 성격인데 스태프들에게 한마디 하려고 입을 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주인공이라는 막중함을 견디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배웠다. 박정민은 “‘변산’을 촬영하며 영화는 다 같이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발판삼아 다음 계단을 오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는 함께 만드는 것이란 걸 머리로만 알았던 것 같아요. ‘변산’ 덕분에 체감했죠. 그래서 이전엔 저 혼자 해결하려고 했던 걸 이제는 감독님이나 선배들에게 물어볼 수 있게 됐어요. 모르는 걸 모르겠다고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거예요. 예전엔 혼자 풀어 가려고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잘해도 되는 건데, 알아서 잘한다는 소릴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변산’을 작업하며 마음이 조금 더 열린 기분이에요. 이런 경험을 했으니 다음 작품에선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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