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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특활비 폐지도, 내역 공개도 어렵다…철판 깐 국회

특활비 폐지도, 내역 공개도 어렵다…철판 깐 국회

정진용 기자입력 : 2018.07.06 10:46:47 | 수정 : 2018.07.06 10:50:19

국회가 꽁꽁 감춰왔던 특수활동비(특활비) 실태 ‘일부’가 드러났습니다. 지난 1994년 특활비 제도가 생긴 이후 국회 특활비 내역 공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5일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011년부터 3년 동안 특활비로 약 240억원을 사용했습니다. 이중 최종 수령인이 불투명한 금액만 59억원에 달합니다. 특활비는 본래 기밀을 요하는 국정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말합니다. 그런데 특활비 지출 항목을 살펴보면 고개가 갸우뚱합니다.

국회의원들은 영수증 처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맹점을 악용, 혈세를 ‘물 쓰듯’ 낭비했습니다. 국회의장 해외순방이나 국회의원 외국 시찰 등 의원 외교활동에는 매년 5~6억원에 달하는 특활비가 지출됐습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지난 2011년 알제리 방문 당시 약 7280만원을 출장비와 별도로 받았습니다. 박 전 의장이 지난 2011년부터 2012년 2월까지 해외 출장에 쓴 특활비는 무려 3억3900만원.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6차례에 걸쳐 해외 순방 용으로 2억8841만원을 받았습니다.

교섭단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들은 특활비를 다달이 ‘제2의 월급’처럼 수령해갔습니다.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정책지원비’ 명목으로 여당은 매월 1200만원, 제1야당은 1000만원씩 받아갔습니다. 상임위원장은 ‘활동비’로 매달 약 600만원, 법제사법위원장은 1000만원씩 받았죠. 국회가 여야 갈등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일 때에도 특활비는 꼬박꼬박 지급됐습니다.

뒤가 켕긴 탓이겠죠. 국회는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려 무던히 애썼습니다. 참여연대가 처음 특활비 정보공개를 국회에 청구한 것은 지난 1999년입니다. 지난 2004년 대법원에서 “국회 특활비 내역은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니다”라는 판결이 나온 뒤에도 국회는 꺼림칙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참여연대 관계자 말에 따르면 국회사무처에서 수천 장에 이르는 특활비 내역을 ‘직접 와서 필사해 가라’고 했다는 겁니다. 사실상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이죠. 이번에 공개된 내역도 참여연대가 3년에 걸친 소송 끝에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의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장 특활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면 오산입니다. 특활비 폐지 입장을 내놓은 정당은 정의당뿐이었습니다. 다른 당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분명 있다”며 “제도화해서 양성화시키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죠. 바른미래당도,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도 같은 의견입니다. 5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특활비 폐지 개정안에 서명한 의원은 단 11명에 그쳤습니다. 법안 발의 요건 10명을 간신히 넘긴 겁니다. 

국회의 뻔뻔한 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2014년 이후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한 언론사가 해당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해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국회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며 참여연대에 공개할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습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 언론사가 특활비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소송이 진행 중인데 국회가 이번에는 로펌에 소송 대리를 맡겼다”며 “변호사 선임비를 또 세금으로 내겠다는 것인데 국회 사무처가 국가 예산을 이중 삼중으로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미 국회의원에 대한 여론은 최악입니다. 국회는 여야 갈등으로 단식투쟁, 몸싸움까지 불사하며 그야말로 ‘피 터지게’ 싸우다가도 연봉 인상, 불체포 특권 등 공동 이권 챙기기에는 의기투합했습니다. 내로남불이라고 하죠. 국가정보원 특활비 범위를 제한하고 내역과 증빙자료를 제시하는 법안에 서명한 의원은 91명에 이릅니다. 자신의 허물에 관대하면서 남을 비판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국회는 지난 2014년 이후 특활비 내역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중입니다.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뻔한데 최대한 시간을 끌겠다는 것이죠. 여야는 일단 특활비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 말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2014년 이후 내역을 먼저 공개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을까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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