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북도 공무원 복무기강 해이 ‘개선책 나와야’

입력 2018-07-07 15:32:32
- + 인쇄

[기자수첩]경북도 공무원 복무기강 해이 ‘개선책 나와야’

경북도청 공무원들의 복무규정을 무시한 근무행태가 보도되자 놀랍게도 여기저기서 그간 표현하지 못했던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이토록 사회전반에 걸쳐 경북도청 공무원들에 대한 원성과 불신이 켜켜이 쌓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경북도청 공무원 점심시간 2시간 고착화’<본지 7월5일자 보도> 등 복무규정을 어긴 내용의 기사가 보도된 후 무수한 제보가 이어졌다. ‘사이다’라는 격려 또한 쇄도했다.

그동안 왜 숨기고 있었냐는 질문에 ‘한솥밥 먹는 처지’여서 굳이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는 공직자도 파다했다.

지역의 한 경찰관은 “최근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왜 경북도청 공무원들은 11시30분부터 2시까지 업무를 하지 않냐’는 질문을 했고, 그 질문에 대해 명확히 답해 줄 수 없었다”고 소회했다.

또 일선 시·군 공무원들은 “경북도청 공무원들은 복무규정을 어기면서 아래 지자체에는 복무규정을 강요하고 각종 업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답답함을 느낀 적이 많다”고 일러줬다.

도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식사를 하로 와선 식당 위생을 트집 잡으며 명확한 근거도 없이 지적하고 문제화시킬 것처럼 겁을 줘서 그 공무원만 오면 기분이 나쁘다”고 귀띔했다.

여러 지역민들 역시 “터질 것이 터졌다”며 “답답한 적이 한두 번 이 아니었는데 통쾌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도청이 2016년 안동으로 옮겨온 후 이곳에 근무하는 일부 공무원들이 그간 얼마나 복무규정을 무시한 채 근무했고, 그로인한 문제의 심각성이 커져 왔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분명 단편적으로 복무규정을 어긴 점심시간 사용과 불성실한 근무태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늘 공직사회에서 만연했던 시간외수당, 특혜성 업무추진 등도 면밀히 들여다봐야할 숙제이다.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공개할 수 없다”는 게 경북도청 공무원들의 입장이다. 청사만 번듯하지 속은 비어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소위 ‘특권의식’이라는 장막에 가로막혀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투명한 정부, 국민의 정부를 자부하고 지자체 감사를 위해 수백, 수천억 원의 달하는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지만 변하는 것이 없다.

특히 경북도 공무원들의 복무기강 해이가 도마에 올랐지만 뚜렷한 개선책도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는 이철우 신임 경북도지사가 부임하면서 제시한 도민들과의 각종 약속들이 지켜질 수 있을지 마저 걱정스럽게 한다.

충북대학교 강형기 교수가 2006년 출간한 ‘논어의 자치학’에는 “나라를 경영하는 세 가지 기본은 식량을 비축하고, 군비를 충실히 하고,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으뜸은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백성들이 믿고 따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논어 안연·顔淵 7)라고 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경북도를 움직이는 공무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조언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안동=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